[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한국과 미국 의료시스템을 일대일 비교 분석한 연구가 나와 주목된다. 구체적으로 미국이 한국에 비해 소득에 따른 건강과 의료이용 격차가 더 큰 것으로 확인됐다.
고려대학교 박성철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 서울대학교 도영경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스탠포드대학교 카렌 잉글스톤(Karen Eggleston) 교수, 하버드대학교 데이비드 커틀러(David Cutler) 교수 공동연구팀은 최근 국제 의학학술지인 ‘미국의사협회 저널(JAMA Health Forum)’을 통해 해당 연구(Income-Based Inequalities in Health System Performance in the US and South Korea)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진은 미국 성인 22만4168명과 한국 성인 17만9452명을 대상으로, 연간 가구소득을 국가별 10분위로 나눈 뒤 의료비 지출, 의료이용, 의료 접근성, 건강상태, 건강행태, 임상 결과 등 6개 영역의 30개 지표를 비교했다.
저소득층 연간 의료비 지출 규모 미국 7852달러 VS 한국 1184달러
7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미국이 의료비 지출은 더 높았지만 건강 지표는 한국과 유사했다.
미국 성인의 1인당 연간 총 의료비 지출은 소득이 가장 낮은 1분위에서 7852달러, 가장 높은 10분위에서 6510달러였다. 한국은 각각 1184달러와 1025달러로 미국보다 크게 낮았다.
소득 분위가 한 단계 높아질 때 총 의료비는 미국에서 142달러, 한국에서 33달러 감소했다.
의료서비스 유형별로는 양국 모두 소득이 높을수록 입원 의료비가 감소했다. 다만 감소 폭은 미국에서 더 컸다. 구체적으로 입원 의료비의 경우, 미국은 소득 1분위 상승 시 98달러 감소, 한국은 24달러가 줄었고 응급의료비는 미국이 13달러 감소, 한국은 차이가 없었다.
연구진은 저소득층에서 의료비가 높게 나타난 이유로 상대적으로 큰 건강 필요도와 함께, 미국의 메디케이드 가입자에게 적용되는 낮은 본인부담 구조 등을 거론했다.
외래방문, 미국은 소득 높으면 늘지만 한국은 오히려 감소…"쉬운 의료접근성 때문"
의료서비스 이용량은 모든 소득 수준에서 한국이 미국보다 많았다. 그러나 소득에 따른 이용 격차는 서비스 유형별로 달랐다.
미국의 경우, 소득 분위가 한 단계 높아질 때 입원 건수가 인구 1000명당 9.2건, 응급실 방문은 26.4건 감소했다. 한국은 입원 건수가 8.6건, 응급실 방문은 3.3건 감소해 응급의료 이용의 소득별 차이가 미국보다 작았다.
외래 방문은 양국에서 서로 다른 양상을 보였다. 미국에선 소득이 높아질수록 외래 방문이 인구 1000명당 30.5건 증가했지만, 한국에서는 665.6건 감소했다.
연구진은 "한국의 높은 외래 이용량이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의료기관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구조와 관련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또한 예방의료 이용에서도 소득에 따른 격차가 확인됐다. 연구진은 한국의 보편적 건강보험이 소득에 따른 예방서비스 이용 차이를 줄이는 데 일정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높은 비용 부담으로 의료이용 아예 포기 VS 한국, 제한적 급여 범위로 미충족 의료 여전
다만 한국은 의료기관 이용량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의료기관이나 의사가 있다는 응답은 낮았다.
실제로 정기적인 의료 이용처가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미국에서 저소득 1분위 68.6%, 고소득 10분위 83.2%였다. 한국에서는 저소득 1분위 20.5%, 고소득 10분위 19.2%에 그쳤다.
특히 의료 필요가 있었지만 치료받지 못한 경험은 한국에서 더 많았다. 미충족 의료 경험률은 한국의 저소득 1분위에서 24.1%, 고소득 10분위에서 11.3%로 나타났다. 미국은 각각 9.5%와 2.5%였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한국은 일차의료 기반의 지속적인 건강관리와 의료기관 간 연계가 상대적으로 취약해 예방 중심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에선 건강보험 가입 여부와 보장 범위, 높은 본인부담금이 의료 이용과 접근성을 소득에 따라 크게 갈라놓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보험에 가입한 사람이라도 높은 비용 부담으로 인해 필요한 의료서비스 이용을 미루거나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연구진은 "한국은 전 국민 건강보험으로 미국보다 소득별 격차가 작았지만, 보편적 보장만으로 건강 불평등이 해소되지는 않는다. 제한적인 급여 범위 등으로 인해 저소득층의 미충족 의료가 여전히 높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