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릴리(Eli Lilly and Co)의 주1회 GIP·GLP-1 수용체작용제가 미국에서 비만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8일(현지시간) 비만(BMI 30㎏/㎡ 이상) 또는 과체중(BMI 27㎏/㎡)이면서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체중 관련 질환(고혈압, 제2형 당뇨병, 고콜레스테롤혈증 등)이 있는 성인의 만성 체중 관리를 위해 칼로리를 줄이고 신체 활동을 증가시키면서 사용하는 젭바운드(Zepbound, 성분명 터제파타이드)를 승인한다고 밝혔다.
젭바운드의 활성 성분인 터제파타이드는 앞서 마운자로(Mounjaro)라는 제품명으로 성인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 개선을 위한 식이 요법과 운동 요법 보조제로 허가를 받았다.
미국 성인의 약 70%가 비만 또는 과체중이며, 과체중 중 상당수가 체중 관련 질환을 앓고 있다. 체중의 5~10%를 감량하면 비만 또는 과체중 성인의 심혈관 질환 위험이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젭바운드는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GIP(glucose-dependent insulinotropic polypeptide)와 GLP-1(glucagon-like peptide-1)의 수용체를 활성화해 식욕과 음식 섭취량을 감소시킨다. 주1회 피부 아래로 투여하며, 목표 용량인 주 1회 5㎎ 또는 10㎎, 15㎎에 도달하려면 4~20주에 걸쳐 용량을 증량해야 한다. 젭바운드의 최대 용량은 주1회 15㎎이다.
이번 승인은 3상 임상시험인 SURMOUNT-1와 SURMOUNT-2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두 임상시험 모두 72주 치료 후 세 가지 용량 모두에서 젭바운드 투여군이 위약군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한 체중 감소를 경험했고, 5% 이상 체중 감소를 달성한 환자 비율도 위약군보다 높았다. [관련기사=노보 '위고비' vs 릴리 '마운자로', 주1회 GLP-1 비만약 승자 누가 될까]
당뇨병이 없는 사람이 등록된 임상시험에서 젭바운드 최고용량(15㎎)을 투여받은 사람의 체중은 위약군에 비해 평균 18% 감소했다.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는 최고용량군의 체중이 위약군보다 평균 12% 줄었다.
릴리는 "1형 오류를 통제하지 않은 데이터에 따르면 젭바운드를 최고용량으로 투여받은 환자 3명 중 1명은 체중의 25% 이상 감량한 반면, 위약은 1.5%에 그쳤다"면서 "또한 이러한 질환의 치료제로 승인되지는 않았지만, 한 임상시험에서 비만 또는 체중 관련 의학적 문제를 동반한 과체중 치료를 위해 식이조절, 운동과 함께 젭바운드를 투여받은 사람들에서 콜레스테롤 변화와 혈압, 허리둘레 감소를 관찰했다"고 설명했다.
릴리 당뇨 및 비만사업부 글로벌 의학부 수석 부사장인 레오나드 글래스(Leonard Glass) 박사는 "안타깝게도 과학적 근거가 있음에도 비만은 스스로 관리해야 하는 생활 방식 선택으로 많이 여겨진다"면서 "수십 년 동안 식이 요법과 운동이 널리 사용돼 왔지만, 현재 연구에 따르면 신체가 칼로리 결핍 식단에 반응해 배고픔을 증가시키고 포만감을 감소시켜 체중 감량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릴리는 이 질환에 대한 오해를 없애고 관리 방법을 변화시키는 것을 목표한다"고 말했다.
릴리는 올해 말까지 미국에서 6가지 용량(2.5㎎, 5㎎, 7.5㎎, 10㎎, 12.5㎎, 15㎎)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미국 내 표시 가격(List price)은 1059.87달러로, 경쟁품인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의 세마글루티드 2.4㎎ 주사제(제품명 위고비, Wegovy)보다 약 20% 저렴하게 책정했다.
한편 릴리는 유럽과 중국, 영국 및 기타 여러 시장에서 비만 치료제로 허가 받기 위해 규제 검토를 받고 있다. 국내에서 터제파타이드는 제2형 당뇨병 치료제인 마운자로로 허가를 받았으며, 비만 치료제로는 허가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