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대한약침학회가 식약처 허가 없이 약침액을 생산·판매 하면서, 형식상으로만 한의사가 직접 이 약침액을 조제하는 것처럼 꾸몄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2형사부는 12일 대한약침학회 강모 회장에게 "공소사실 전부 유죄" 판결과 함께,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271억원을 선고했다.
이날 공개된 판결문에서는 대한한의사협회 산하 학술단체인 약침학회가 어떤 형식으로 약침액을 제조·판매했는지 그 면면이 공개됐다.
학회는 식약처로부터 제조업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약침학회 건물에 무균실·감압농축기·건열멸균기·동결건조기·균질기·팔강추출기 등 약침액 제조시설을 갖췄다.
이 시설을 통해 7년 간(2007년 1월~2012년 12월) 270억원 상당의 약침액(52종류) 386만cc를 제조한 후 전국 2200여곳의 한의원에 제조한 약침을 판매했다.
재판 과정에서 강 회장은 "'약침액 조제 행위'는 '의약품 제조행위'가 아니므로 식약처 허가를 필요로 하지 않고, 약사법 부칙 제8조에서 인정하는 '한의사의 치료용 약침액 직접 조제 행위'"라고 주장했다.
회원인 한의사들이 학회에 방문해 약침액을 직접 조제하는 것이고, 학회는 생산시설 제공만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조제 과정에서의 한의사 비중은 극히 적었다.
한의사는 통상 1년에 1번 학회를 방문해 '전 처리 과정'을 거친 원재료를 세척하거나 추출기 등에 담아둘 뿐이고 이후 귀가해 인터넷에서 약침액 주문 후 사용하는 것이므로, 학회 직원들이 전담하는 '후속처리 과정'을 지휘감독할 수 없었다.
한의사 한 사람 당 약침액 몇가지를 조제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30분 정도에 불과했다.
약침액을 배송할 때에도 학회는 주문한 회원이 생산한 그 약침액이 맞는지 확인하지도 않았다.
그 날짜에 조제한 한의사가 맞는지 이름을 확인하거나 조제대장을 보고 수량이 맞는지 확인하지 않고, 그냥 "한의사가 조제한 양 이내에서 배송요청을 하겠지"라고 믿었다.
재판부는 "회원이 학회 홈페이지를 통해 주문 후 배송받는 약침액이 그 회원이 생산에 관여한 바로 그 약침액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약침액 생산을 위해 회원들이 학회에 방문을 신청할 때에는 미리 생산할 약침액의 양을 알리지도 않고, 방문한 그 자리에서 만들 분량을 결정하는 방식이었다.
또 자신이 생산에 관여한 약침액에 대한 비용을 학회에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학회 홈페이지를 통해 필요할 때마다 약침액을 주문하고 주문한 양에 따른 금액을 학회에 지급했다.
재판부는 "이런 정황을 볼 때 한의사들이 치료용 약침액을 직접 조제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강 회장은 회원들로 하여금 약침액을 집적 조제하게 하지 않고 형식적으로 그와 같은 외관만 갖추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허가없이 약침액을 제조하고 이를 학회 회원에게 판매까지 한 것으로, 그 죄질과 범정이 무겁고 자칫 일반 국민의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