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서기(西紀)는 예수 탄생을 기원으로 한 서양 기독교 문화권에서 사용해 온 기년법이다. 기원후는 라틴어 '주의 해' AD(Anno Domini)이고 기원전은 영어로 BC(Before Christ)이다. 2020년은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악몽의 신천지였고 AC(After Corona)의 시작의 해가 되었다. 앞으로 우리는 BC(Before Corona)와 AC로 구분되는 시대를 살 것이다.
필자는 지난 5월 22일 자 칼럼 '생존의 세계: 코로나19의 D614G 돌연변이가 수상하다'고 지적했다. 정확하게 G형 변이는 코로나 바이러스 3만 개의 분자 중 2만3403번 분자가 A에서 G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바이러스 표면의 돌기 단백질인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드는 아미노산 중 614번 아미노산이 아스파트산(D)에서 글리신(G)으로 바뀌었다.
질병관리청이 6월까지 국내 바이러스 526건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했더니 'D614G'가 지배적인 바이러스 형으로 확인됐다. 질병관리청은 9월 7일 정례브리핑에서 최근에 검출한 총 74건 바이러스 유전자 염기서열 추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광복절집회, 천안동산교회, 원주실내체육시설, 부산 사상구 지인 모임 등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주요 집단감염 사례의 코로나19 염기서열도 모두 GH그룹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운영하는 유전자 정보사이트(GISAID)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세분화해 S, V, L, G, GR, GH 등 6개로 분류하고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국내 발생 확진자들은 지난 4월 초까지 S, V그룹이었다. 4월 9일 이전에는 한 건도 없더니 그 이후 분석한 대한민국 감염자도 소위 이태원클럽 이후는 모두 'GH'변이다. 이렇게 코로나 이후 AC 시대가 구분됐다. 코로나19는 이미 대한민국에서 돌아가셨고 '코로나IC'만 방방곡곡 활기를 친다. 분자적으로 다시 말하면 코로나19의 D614는 죽었고 '이태원클럽(IC)' 이후의 614G(GH)만 무증상 감염을 일으키며 난리를 친다.
글로벌 과학 프로젝트인 '넥스트스트레인'이 바이러스 유전체 계통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전세계 국가에 퍼진 바이러스의 가계도가 상세히 나온다. 여러 나라의 바이러스 게놈이 어디에서 왔는지 지역별 분포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체 대륙 중 가장 마지막에 코로나19 환자가 나온 남미 브라질의 바이러스 족보를 확인해 보면 이탈리아와 영국에서 각각 건너왔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 영국 바이러스는 중국에서 왔고, 이탈리아 바이러스는 중국에서 오스트리아를 거쳐 온 것으로 보인다.
넥스트스트레인이 보고한 분석 결과를 보면 특이하게도 이 'D614G' 변이는 2월 이전에 등장했다. 2월 말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급격히 수를 늘렸고 이후 북미 및 남미, 아프리카 등으로 건너가 널리 퍼진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최초 유행지인 아시아에도 이 시기에 역수입됐다. '만약 어떤 변이가 바이러스의 더욱 신속한 확산에 도움이 됐다면, 사람들 사이에서 효율적으로 이동하는 능력을 획득했을 때 일어났을 것'이라고 많은 연구자들은 추측한다.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생존을 위해 '잠재적으로 유익한 변이'이기에 2월 이전에 D614G 변이가 일어난 것이다. 정말 영특한 바이러스는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예외없이 좋은 공생자가 돼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주류'가 됐다. 워낙 수가 많다 보니 이 유형은 다시 또 다른 염기 분자의 변이를 기준으로 G(D614G)형과 GH(614G + 3번 비구조단백질 57번)형, GR(614G + 3번 N단백질 204번)형 등 세 유형으로 세분됐다.
대한민국의 GH의 시작은 언제부터일까? 지난 4월 30일 석가탄신일과 5월 5일 어린이날이 오자 정부가 선심을 쓰며 5월 4일 월요일까지 공휴일로 정해버려 장장 6일의 휴가가 돼 버렸다. 정부도 자신이 있었던 것 같다. 그림에 날짜가 달린 확진자를 보면 5월 5일에 단지 2명이다. 정부 덕분에 사람들이 안이해졌다. 4월 29일 밤부터 이태원 클럽은 흥청망청한 장소가 됐다. 지난 5월 9일 토요일 긴급 안전문자가 들어왔다. 코로나19 이후 지방자치 단체에서 들어오는 문자다. "[강남구청] 확진자 1명 발생(총65명) 4일 00:30~5일 08:30 블랙수면방(봉은사로1길6) 방문자 검체검사 필수."
대한민국 GH는 어디에서 왔을까? 강남구청에서 보낸 이해가 안 가는 단어 '블랙수면방'과 이태원을 합하니 넥스트스트레인이 답을 안 해도 이태원에서 가까운 미국에서 온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코로나IC가 물 만난 새로운 세상이 돼 방역당국이 실시한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결과 5월 이태원클럽 때부터 최근 집단감염 사례가 모두 GH그룹인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코로나19의 S, V는 소멸된 것이다.
질병관리청 발표에 의하면 9월 14일 0시 현재, 총 누적 확진자수는 2만 2285명이며 사망자는 363명이다. 사망률은 사망자를 확진자로 나눠 100을 곱하면 되는 단순 산수다. 그러기에 코로나19 시작부터 지금까지 사망률은 1.63%이다. 그러나 '깜깜이'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G그룹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률은 어떻게 될까? 정말 그것이 궁금했다.
G그룹 바이러스 사망률 자료가 없는지 필자는 찾아내지 못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4월 30일까지와 5월 31일까지의 사망률을 알아보기로 결정했다. '이태원IC'가 시작한 날이 바로 4월 30일이지만 감염으로부터 사망자가 나오기 시작하는 시간은 간격이 있기에 5월 31일까지 두 그룹으로 나눠 질병관리청 자료를 필자가 직접 찾았다.
4월 30일 0시 기준 총 누적 확진자수는 1만 765명이며 사망자는 247명이었다. 또한 5월 31일 0시 가준 총 누적 확진자수는 1만 1468명이며 사망자는 270명이었다. COVID 시작부터 4월 30일까지 사망률은 2.29%다. 5월 31일까지 사망률은 2.35%다. 한달 간격을 뒀지만 4월말이나 5월말이나 시작부터 두 기간까지 사망률은 거의 차이가 없었다. 5월말까지 사망률이 코로나19로 인한 것으로 가정할 수가 있다.
한편 5월 1일부터 9월 14일까지 확진자는 1만 1523명이고 사망자는 116명이다. 그러기에 이 기간 사망률은 1.00%다. 또한 6월 1일부터 9월 14일까지 확진자는 1만 820명이고 사망자는 93명이다. 이 기간 사망률은 0.86%다. 실상 바이러스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결과를 감안하면 시작부터 5월 31일까지와 6월 1일부터 9월 14일까지 두 기간의 사망률을 직접 비교하는 것이 더 실제와 가까울 것 같다. 5월 31일까지 총 누적 확진자는 1만 1468명이며 6월 1일부터 9월 14일까지 확진자는 1만 820명이기에 두 그룹의 N수가 거의 동등하다. 그러기에 사망률이 더 신뢰성이 있을 것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9월 7일 정례브리핑에서 "여러 가지 세포실험이나 검사 및 연구결과 GH와 GR 등 G그룹 계열의 바이러스가 기존 S나 V에 비해 인체 세포 감염부위에 잘 결합한다고 알려져 있다"며 "G그룹 바이러스가 질병의 중증도를 많이 높이는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사람 간 전파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필자는 G그룹 계열의 바이러스가 기존 S나 V에 비해 사망률은 낮춘다고 꼭 말하고 싶다. 코로나19의 사망률은 2.35%이고 반면 코로나IC의 사망률은 0.86%이기 때문이다. 코로나IC의 사망률은 죽은 코로나19보다 2.7배나 낮다.
이태원 클럽 이후 잇따르는 집단 감염은 지표환자의 감염 경로를 알기 어려운 깜깜이 형태의 집단 감염이다. G그룹 바이러스가 깜깜이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감염돼도 무증상 기간이 길어진 것과 무엇보다 활동력이 활발한 젊은 층에서 이태원IC가 왕성해진 것이 문제다. 그러기에 질병관리청이 가지고 있는 자료에서 앞에 설정한 두 기간으로 나눠 연령대별 감염 사례가 얼마인지 비교해 보는 것도 꼭 필요한 자료일 것 같다. 아마도 젊은 층이 분명히 더 늘어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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