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의료연구소는 9일 보도자료를 통해 “보건복지부는 검사 해석 오류로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의료기기 5종의 한의사 사용과 건강보험 등재는 결코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 복지부는 의료기기의 한의사 사용에 대한 입장 표명을 전면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구소는 이런 의견서를 복지부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의원실(더불어민주당)에 발송할 계획을 밝혔다.
정춘숙 의원은 10월 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안압측정기, 자동안굴절검사기, 세극등현미경, 자동시야측정장비, 청력검사기 등 5종의 의료기기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가 한의사의 사용이 가능하다고 결정했다. 그런데 아직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이 불가능한 상태에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를 질의했다.
복지부는 서면답변을 통해 “헌법재판소 결정례에서 제시된 5종의 의료기기는 현행 의료법령상 한의사의 사용을 제한하고 있지 않다”라며 “5종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건강보험 등재와 관련해 대한한의사협회 등과 협의해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헌재가 인용한 동의보감, 간과 폐를 보해서 녹내장 치료·안압은 집게손가락으로 측정
연구소는 “5종의 의료기기에 대한 한의사의 사용을 제한할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 판결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 대한의사협회나 안과학회, 이비인후과학회 등 의료계의 자문을 전혀 구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의계의 주장만을 반영해 내려진 잘못된 판결(2012헌마551, 2013.12.26.)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헌재는 “동의보감에는 안구의 구조와 대표적 안질환에 대해 원인과 치료방법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한의대 교육과정에서 한방진단학, 한방외관과학 등의 강의와 실습을 통해 기기들을 이용한 진료행위를 할 수 있는 기본적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이에 대한 한의학적 해석을 바탕으로 침술이나 한약처방 등 한방의료행위 방식으로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헌재는 “동의보감은 녹내장에 대해 안압상승으로 인해 두통, 충혈 등이 발생한다고 녹내장(녹풍)의 증상을 포착하고 있다. 한의사는 이에 대해 의사와 같이 안압하강제 등을 투여해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간과 폐를 보하는 방식으로 처방한다”라고 했다.
헌재는 5종의 의료기기의 측정결과가 자동으로 추출되는 기기이며 신체에 아무런 위해를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헌재는 “측정결과를 한의사가 판독할 수 없을 정도로 전문적인 식견을 필요로 한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한사가 안압측정기를 사용하더라도 결과의 해독이 필요 없이 자동으로 추출된 결과로 확인할 수 있다. 안압의 정상 여부를 판단하는 점에서 보건위생상 아무런 위해가 없다”고 했다.
헌재는 “종래 한의학에서는 집게손가락으로 안구를 살짝 압박해 저항의 정도 등을 가지고 안압을 측정하기도 했다. 안압측정기의 사용은 이러한 절진(切診)의 현대화된 방법으로 볼 수도 있다”라며 “이 5종의 의료기기를 사용한 진료행위는 한방의료행위의 범위에 포함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검사 결과 잘못 해석하면 진단 시기 놓쳐…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 발생 가능
이에 대해 연구소는 “안압측정기를 사용해 안압의 정상 여부를 판단하니 보건위생상 아무런 위해가 없다는 판결은 정상 안압 녹내장의 존재를 완전 무시한 황당한 판결이다. 이는 헌법재판소가 의학 자문을 전혀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라고 했다.
연구소는 “판결은 집게손가락으로 안구를 살짝 압박해 안압을 측정하기도 했기 때문에 안압측정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판결은 지금이 조선시대인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만들기에 충분하다”라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헌재는 자동으로 추출되는 기기들이 신체에 아무런 위해를 발생시키지 않는다고 했다. 이는 의료기기 검사 과정에서 환자에게 위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점만 바라본 것이다”라며 “검사 과정에서는 위해가 없다고 해도 검사 결과를 잘못 해석할 경우 국민건강에 아주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예를 들어, 안압측정기를 사용한 결과 안압이 정상으로 나오더라도 녹내장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정상 안압의 녹내장이 있는 환자가 한방의료기관에서 안압측정기를 이용해 녹내장이 없다는 진단을 받는다면 환자는 치료시기를 놓쳐 실명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연구소는 “한의사의 5종 의료기기 사용은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 그런데도 복지부가 건강보험 등재 검토 입장을 밝힌 것은 국민건강 보호에 대한 막중한 책임이 있는 주무부처로서의 심각한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혈당이나 혈압과 같이 자동으로 측정되는 수치는 일반인 정도의 상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자동으로 수치가 나오더라도 모든 사람이 해당 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라며 “같은 의사들마저도 안과의사가 아니면 해당 의료기기의 수치를 함부로 해석하거나 어떤 치료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복지부가 5종 의료기기에 건강보험을 적용한다면 의료행위와 한방의료행위를 철저히 구분하는 대한민국 의료이원화 체계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다. 결국 복지부는 5종 의료기기의 보험등재를 시작으로 의료이원화 체계를 무력화시키고 의료일원화를 꾸미고고 있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