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 故 임세원 교수를 추모합니다
2018년 마지막 날 마지막 진료 시간, 故 임세원 교수는 1년 만에 예약 없이 불쑥 찾아온 환자를 진료실로 맞이했다. 하지만 환자의 증상은 이미 심해질 대로 심해져 판단력이 흐려지고 현실감이 거의 없었다. 임 교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위험을 감지하고 곧바로 옆 방으로 대피했다. 하지만 위험에 처할 수 있는 다른 의료진과 환자들을 대피시켜야 했다. 그는 진료실에서 뛰쳐나와 "모두 도망치세요"라고 외쳤다. 그리고 이들이 대피하는지 확인하다가 갑자기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의해 사망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이 사건을 두고 우려를 무시하고 강행된 정신보건법과 잇달아 벌어지고 있는 의료기관 내 의료진 폭행 사건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작가도 지난해 7월 '만보의-준비되지 않은 탈원화, 갈 곳 없는 정신질환자들'을 통해 정신질환자의 준비되지 않은 무분별한 퇴원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신질환자를 단순히 퇴원만 시켜서는 안 된다. 정신질환은 꾸준히 관리된다면 위험을 예견하고 예방하고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관리되지 않은 채 사각지대에서 방치되는 환자는 위험할 수 있다. 대다수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이들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수차례 말해왔다.
하지만 환자의 인권과 치료에 대한 자율권이라는 명목으로 정신질환자의 입원 절차와 형식을 까다롭게 하는 정신보건법이 허울 좋게 포장됐다. 아무런 추가 대책 없이 법은 강행됐다. 2017년 강남역 살인 사건을 시작으로 관리되지 않은 정신질환자들에 의한 크고 작은 사건들이 이어졌다. 그리고 결국 그 위험은 그를 치료해주었던 의사로까지 향했다.
故 임세원 교수는 생전 우울증 치료와 자살 예방에 헌신하며 범국민적 자살 예방 프로그램인 ‘보고듣고말하기’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그가 계속 활동했더라면 수많은 환자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그들의 삶을 구해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그런 인재를 희생시켰다.
작가는 평소 하던대로 이 사건과 관련된 수많은 제도적 허점을 풍자하고 비판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하지만 동료이자 존경하던 선배 의사의 만화 같았던 마지막 용기를 그렸다.
그를 추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