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 이성락 명예총장
'Führungszeugnis'
우리나라로 치면 범죄사실확인서 내지 신원확인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가천대 이성낙 명예총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Führungszeugnis'와 얽힌 이야기를 해줬다.
그는 1966년 독일 뮌헨대 의대를 졸업하고 독일의사국가시험에 합격했다.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의 일이다.
그는 "당시 독일의사국시에 응시하려고 원서를 냈더니 'Führungszeugnis'라는 서류가 왜 빠졌냐고 하더라"면서 "경찰서에 가서 떼어오라고 해서 생소하게 생각했던 적이 있다"고 했다.
음주운전, 마약 뿐만 아니라 성범죄 전과 기록이 있으면 의사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 'Führungszeugnis'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의료법 제8조는 의사가 될 수 없는 결격사유를 규정하고 있는데 ▲정신질환자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 중독자 ▲금치산자·한정치산자 ▲의료 관련 법령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은 자 등이 그 대상이다.
독일은 성범죄자의 경우 의사면허를 취득할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비윤리적 범죄자에 관대하다.
2011년 고대의대에서 동료를 성추행해 퇴출된 학생이 2년 6개월 징역을 산 후 성균관의대에 입학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된 사건이 얼마 전 벌어졌다.
독일처럼 성범죄가 의사면허를 취득할 수 없도록 했다면 그 학생은 성균관의대에 입학할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이성낙 명예총장은 "의료계만 나쁜 게 아니고 우리 사회 곳곳이 취약하다"면서 "그런데 문제는 양비론과 양가론이 팽배하다는 것"이라고 환기시켰다.
성균관의대 사건만 보더라도 '왜 의사에게만 엄격한 윤리적인 잣대를 들이대느냐', '이미 죗값을 치룬 만큼 의대에 다니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의사면허를 취득하더라도 임상만 하지 않으면 되는 게 아니냐' 등의 주장을 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는 성범죄자가 환자를 진료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의학 공부를 하면서 성추행으로 감옥을 살았고, 환자의 50%가 여성인데다 소아도 적지 않다"면서 "환자들이 이런 의사에게 노출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의사 공부를 해선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나는 제자를 보호해야 하는 입장히지만 더 넓게 보면 환자를 보호해야 한다"면서 "이 사람이 무슨 짓을 할지 환자를 보호해야 한다. 이것이 더 큰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이성낙 명예총장은 성균관대가 성범죄 전과가 있더라도 이런 학생을 퇴출시킬 규정이 없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그는 "강한 사회는 윤리가 법 위에 있는데 우리나라는 법 밑에 윤리가 있다"면서 "윤리적으로는 나쁜데 법에 걸리는 게 없어 처벌할 수 없다, 이런 논리다. 그래서 우리가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