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SCO 2019)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ASCO가 15일(현지시간) 초록과 함께 이번에 발표될 주요 연구에 대한 사전 정보를 공개했다. 의약품 관련 연구의 경우 키트루다나 린파자, 엑스탄디, 레블리미드, 키스칼리 등 이미 시판되고 있는 제품 관련 연구가 주를 이은 가운데 후보물질인 엔트렉티닙과 엔포투맙 베도틴이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엔트렉티닙은 로슈가 개발하고 있는 개인 맞춤형 의약품으로 종양 위치가 아닌 유전자 변이를 기반으로 효과를 발휘하는 신약이다. 엔포투맙 베도틴은 시애틀 제네틱스(Seattle Genetics)와 아스텔라스제약(Astellas Pharma)이 개발하고 있는 항체-약물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로 2018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요로상피세포암에 대해 혁신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후보물질 엔트렉티닙, 초기 임상서 소아암 치료 가능성 제시
로슈(Roche) 제넨텍(Genentech)의 연구 중 올해 가장 주목받는 것은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엔트렉티닙(entrectinib, RXDX-101) 임상1/1b상 STARTRK-NG 연구(Abstract #10009)다. 아직 초기 단계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소아 환자를 대상으로 한 항암제 연구가 성인에 비해 훨씬 적다는 점, 종양 유형이나 위치 대신 종양 유전학에 기초해 효과적인 소아암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ASCO에서도 이 연구를 탑 연구 중 하나로 꼽았다.
엔트렉티닙은 중추신경계(CNS)에 침투해 암세포사를 촉진시키기 위해 NTRK1/2/3 또는 ROS1, ALK 유전자 변이 관련 단백질 경로를 억제하는 경구용 전신치료제다. 다른 치료제들이 주로 하나의 변이에 효과적이라면 엔트렉티닙은 여러 변이를 표적으로 광범위하게 활성화된다는 점에서 계열의 다른 약물과 구별된다.
이번 1/1b 임상은 희귀 중추신경계 종양 또는 신경아세포종, 기타 고형암을 가진 4.9개월~20세 환자 29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중 NTRK1/2/3 또는 ROS1, ALK 유전자 변이가 있는 환자는 12명이었다.
그 결과 평가 가능한 환자 28명 중 총 12명에서 엔트렉티닙에 대한 객관적 반응(종양이 줄어들거나 사라짐)이 나타났다. 치료 반응이 나타난 환자들은 NTRK1/2/3 또는 ROS1, ALK 유전자 융합(n=11) 또는 ALK 변이(n=1)를 가지고 있었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2일 소아종양학 구연발표 세션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로슈 글로벌 의학부 최고 의료 책임자(Chief Medical Officer) 및 글로벌 제품 개발부 대표(Head of Global Product Development)인 산드라 호닝(Sandra Horning) 박사는 "뇌종양을 포함해 소아 및 청소년 암 환자에서 엔트렉티닙을 통해 얻은 결과는 매우 고무적이다"면서 "STARTRK-NG 연구는 포괄적인 유전체 프로파일링과 표적 치료제를 결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암 유형에 맞게 개발된 개인 맞춤형 치료제를 제공하려는 우리의 접근방식을 서포트해준다"고 밝혔다.
린파자, 전이성 췌장암 OS 데이터 첫 공개…키트루다 폐암에서 5년 OS도 나온다
MSD는 올해 ASCO에서 25개 이상 암 유형에 대해 140개가 넘는 초록을 발표한다. 그 중 3개 초록이 본 학회 발표에 이어 ASCO 프레스 프로그램(Press Program)에서 소개된다.
가장 대표적인 발표로 생식계열 BRCA 변이 전이성 췌장암에서 린파자(Lynparza, 성분명 올라파립)를 평가한 POLO 연구(Abstract #LBA4)를 꼽을 수 있다.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와 공동으로 진행한 이 연구는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으로 병이 진행되지 않은 gBRCAm 전이성 췌장암 환자에서 1차 유지치료로 PARP 억제제 린파자를 평가한 3상이다.
2월 MSD와 아스트라제네카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POLO 연구에서 무진행 생존율(PFS)에 대한 일차평가변수가 달성됐다. 임상시험 데이터가 발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2일 플래너리 세션을 통해 소개된다.
KEYNOTE-001 연구에서 진행성 비소세포폐암에 대한 키트루다(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의 5년 전체 생존율(OS)을 평가한 데이터(Abstract #LBA9015)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2일 포스터세션에서 발표되며, 초록은 발표 직전 공개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진행성 위암 또는 위식도접합부선암 환자에서 1차 치료제(단독 및 항암화학요법과의 병용)로 키트루다를 평가한 3상 KEYNOTE-062 연구(Abstract #LBA4007) ▲재발성 BRCA 변이 진행성 난소암 환자에서 린파자를 평가한 3상 SOLO3 연구(Abstract #5506) ▲치료 경험이 있는 진행성 간세포암에서 키트루다를 평가한 KEYNOTE-240 연구(Abstract #4004) 데이터 등이 이번 학회에서 처음으로 발표된다.
레블리미드, 다발골수종 고위험 환자에게 암진행 위험 낮춰
ASCO가 사전 공개한 주요 연구 중 또다른 하나는 세엘진(Cegene)의 다발골수종 치료제 레블리미드(Revlimid, 성분명 레날리도마이드)에 대한 2/3상 연구(Abstract #8001)다. 이 연구에서 레블리미드는 중등도 또는 고위험 환자군에서 전암(precancerous) 상태인 무증상 다발골수종(smoldering multiple myeloma)이 암으로 진행되는 위험을 유의하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3년간 레블리미드를 투여받은 무증상 다발골수종 환자의 87%(2상), 91%(3상)에서 다발골수종이 진행되지 않았고, 레블리미드 투여 없이 잠재적인 진행을 관찰하기만 한 환자군에서 진행되지 않은 비율은 66%였다. 관찰은 현재 표준 요법이다.
그러나 2상에서 80%, 3상에서 51%가 독성으로 인해 약물을 중단했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피로감, 비혈액 또는 뼈 관련 부작용으로 28%에서 나타났다. 고등급 호중구감소증도 약 5%에서 관찰됐다. 이 연구결과는 2일 구연발표 세션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연구팀은 현재 독성으로 레블리미드 복용을 중단한 환자에서 제한된 용량으로도 다발골수종으로의 진행을 지연시킬 수 있는지 분석하고 있다.
ASCO 모니카 베르타놀리(Monica M. Bertagnolli) 회장은 이 연구결과에 대해 "암 발병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을 안고 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다발골수종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 약 복용을 통해 암을 예방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기쁘다"면서 "그러나 이 접근법은 잠재적으로 심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모든 환자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혜택이 명확해질때까지 보고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 외에도 ASCO가 꼽은 주요 연구 가운데 의약품 관련 연구로는 ▲전이성 호르몬민감성 전립선암 표준치료에 엑스탄디(Xtandi, 성분명 엔잘루타마이드)를 추가했을 때 영향을 평가한 3상연구 전체 생존율 결과(Abstract LBA2, Plenary) ▲HR+/HER2- 진행성 유방암에서 키스칼리(Kisqali, 성분명 리보시클립)와 위약을 비교한 3상 MONALEESA-7 연구에서 전체 생존율 결과(Abstract #LBA1008) ▲백금 및 면역관문억제제 치료 경험이 있는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암 환자에서 항체-약물복합체(ADC) 엔포투맙 베도틴(Enfortumab Vedotin) 단독요법 결과(Abstract #LBA4505) 등이 있다.
올해로 55회째를 맞는 ASCO 연례학술대회는 5월 31일~6월 4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다. 이날 한미약품과 유한양행, ABL바이오, 유영제약, 제넥신, 에이치비엘 등 국내 제약회사의 신약에 대한 데이터도 현장에서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