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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병원 적자는 착한적자?...“공공병원 예산제 등 재정 투입 계획 시급”

    민간병원 공공성과 구분한 공공병원 역할 정립론도 대두...공공병원 수 확대는 비관적

    기사입력시간 2019-08-24 06:52
    최종업데이트 2019-08-24 06:52

    2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서울시립대학교·한국보건사회연구원·한국조세재정연구원 주최, 서울시립대학교 도시보건대학원 주관으로
    ‘문재인케어와 공공병원의 미래’ 심포지엄이 열렸다
    [메디게이트뉴스 윤영채 기자] 공공병원 수 확대를 논의하기에 앞서 기능 정상화를 위한 재정 투입 계획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왔다.

    지난 2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서울시립대학교·한국보건사회연구원·한국조세재정연구원 주최, 서울시립대학교 도시보건대학원 주관으로 열린 ‘문재인케어와 공공병원의 미래’를 통해 바람직한 공공병원 형태에 대한 다양한 정책 제언이 제시됐다.

    공공의료분야 종사자 등 전문가들은 공공병원이 의료공급체계에서 정상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재정 계획, 민간의료기관의 공공성과 구분된 명확한 역할 정립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공공병원 예산제 도입 제안...임상적 리더십 확보 선결과제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장은 공공병원이 주요 보건의료정책의 수행자로서 역할하기 위해서는 재정 문제 해결, 임상적 리더십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선 권용진 단장은 “공공병원에 기대하는 역할을 위해서는 지원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며 “첫째는 공공병원 예산제를 통해 고질적인 재정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고 둘째는 임상적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 교수를 파견하거나 공공병원을 대학병원이 위탁 운영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공공병원 예산제는 1년 예산을 정부와 계약하고 질 지표와 성과 지표를 달성하도록 노력하는 방안이다.

    권 단장은 “공공병원 예산제 관련해서는 2016~2017년 국립중앙의료원 기반으로 연구를 진행했다”며 “적자 보전을 사안별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총액을 기준으로 한 방안이 필요하다”라고 언급했다.

    권 단장은 “이를 위해서는 교수정원 확보가 필수적이다. 임상적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은 공공병원의 정책적 리더십을 위해 가장 필수적인 조건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공공병원 거버넌스를 재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단장은 “공공병원은 총 9개 중앙부처와 지방정부에 걸쳐 220개가 존재한다. 여기에는 국립대학교병원과 특수목적 공공병원, 지방의료원 등이 포함된다”며 “이론적으로만 본다면 이런 공공병원들만 정부의 정책적 노력에 적극 참여하면 충분히 정책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라고 말했다.

    권 단장은 “이를 위해 현 정부는 총리실 산하에 공공병원협의체를 구성했으나 아직 초기단계에 불과하다”며 “국무총리실 산하 공공보건의료위원회 설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공공병원은 착한 적자?..."최근 변화된 제도 반영해 공익적 비용 산출해야"
     
    김태현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지방의료원과 국립대학병원의 공익적 비용 계측 연구를 소개하며 공공병원의 경영실태를 분석했다.

    특히 김 교수는 지방의료원과 국립대병원이 정부로부터 각종 재정적 지원을 받아왔지만 제도적,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공공병원 본연의 역할 정립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2013년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 발표는 지방의료원 적자 원인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켰다. 당시 공공병원의 적자는 ‘착한 적자’라는 주장이 제기됐고 실제 공익적 비용과 그에 따른 손실을 계측하는 연구가 진행됐다”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해당 연구에서는 공익적 기능을 적정-필수의료, 사회안전망, 시장실패 등으로 정의했고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는데 드는 비용이 총 손실의 약 60%를 차지한다고 했다”며 “그러나 실제 지방의료원의 공익적 기능 수행 수준은 낮은 것으로 평가됐고 상당수는 민간병원도 함께 수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국립대병원에서도 유사한 연구가 진행된 결과 당기순손실 중 공익적 손실은 59%, 일반손실은 41%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연구진은) 국립대병원의 공공적 역할에 대한 개념 정립, 지속적인 방향설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공공병원을 둘러싼 각종 정책환경은 변화하고 있다. 제도적으로도 민간병원이 공공의료를 제공하고 지역거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며 “공공병원의 공익적 비용에 대한 재정 지원 등으로 경영수지는 다소 나아지고 있다. 그러나 설립주체에 상관없이 의료기관 운영에 따른 착한 적자가 어떤 것이며 얼마나 많은 비용을 발생시키는 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다 최신 자료를 활용해 최근 변화된 제도를 반영한 공익적 비용을 산출해야 하는 시점이 도래했다”라고 덧붙였다.

    “공공병원 수 확대는 제한적...재원 반드시 투입돼야”
     
    김민기 서울의료원 원장은 국내 의료환경 특성상 공공병원 수 확대는 제한적이라며 재원 투입 계획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민기 원장은 “문케어와 공공병원의 관련성이 그다지 크지 않다. 지난해 발표된 공공보건의료계획에 추가돼 있지만 (공공병원) 기관 수를 늘리는 것에 대해서는 제한적이다”며 “병상 수 포화상태 등의 상황에서 공공병원 수를 증가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라고 밝혔다.

    김 원장은 “재원을 확대했다 하지만 각각의 병원으로 따지면 (그 비율이) 크지 않다. 획기적이기 보다는 조금의 보강 정도에 그치고 있다”며 “의료기관의 자체적인 노력이 당연하지만 비용과 시간도 많이 든다”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아직까지 재정 계획이 준비돼있지 않다. 지금 시작해도 굉장히 오래 걸릴 것이다”며 “공공병원의 존재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드릴 말씀이 없어진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지방의 한 병원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20인 병실이 있었다. 해당 지역 내에 의료기관 자체가 너무 없어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경우가 많다”며 “지방의료원은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기보다 그 과를 유지하기 위해 의사에게 두 배 정도 비싼 인건비를 제공하고 고용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공병원 수 확대, 의료 공공성 확대 등의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에 앞서 의료의 공공성을 위해 재원을 반드시 투입하고 그 중요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민간의료기관의 공공성과 구분해 공공병원의 역할을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배재용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의료기관의 공공성과 공공의료기관의 공공성 구분이 명확해야 한다”며 “공공성 강화, 적정진료, 필수의료 등이 공공병원에 국한된 문제인지, 공적 재원이 투입된 민간병원에도 요구되는지 정립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공공병원의 미래에 대한 쓴소리도 나왔다. 권순만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공공병원의) 정책 기능에 대해 무엇을 기대하는지가 분명하지 않다. 실제 병원들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듯하다”고 밝혔다.

    귄 교수는 “국립대병원이 기본적으로 정책 기능을 해야 하는데 어려울 것 같다”며 "국립대병원이 시장을 선도할 수 있지만 공공성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