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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상의사, 진료와 연구 병행할 수 있도록 시·공간 보장했더니…의사과학자 양성 '성공적'

    한양대병원, 혁신형 의사과학자 공동연구 통해 40건 넘는 특허 등록, 창업화 기술이전까지

    기사입력시간 2022-12-21 07:16
    최종업데이트 2022-12-21 16:07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진료에 매몰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의료체계에서 임상과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할 수 있는 혁신형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것이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2020년부터 혁신형 의사과학자 공동연구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한양대병원이 전문의 자격을 딴 7년 이내의 조교수 중 10인의 우수한 신진 의사과학자를 발굴해 해당 의사과학자가 진료와 연구를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 결과 약 50억원의 국가 과제를 수주하는 등 뛰어난 성과와 연구업적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한양대병원은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호텔에서 '혁신형 의사과학자 공동연구 사업 최종성과 발표 및 교류회'를 개최하고 그간 한양대병원이 진행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젝트의 성과를 발표했다.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에 참여한 한양대...40건 넘는 특허 등록, 50억 국가 과제 수주 

    혁신형 의사과학자 공동연구사업 총괄 연구책임자를 맡은 한양대병원 윤호주 병원장은 "혁신형 의사과학자 공동연구사업에 전국 8개 병원이 참여했다. 여태껏 진행한 사업 중 가장 성공적이지 않았나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성과를 거뒀다"며 "10인의 우수한 신진의사과학자를 발굴 양성하고, 임상의와 연구자간 협업 연구를 통해 임상현장 기반 실용화 연구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양대병원은 120여 편에 달하는 SCI 논문과 PCT를 포함한 40건이 넘는 특허를 등록했고, 실제 창업화 및 기술 이전을 달성했으며 약 50억의 국가 과제 수주를 완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호주 병원장은 "의과대학이 환자만 보는 의사를 양성하는 것을 넘어 우리나라 생명과학, 신약 개발, 의료기기 및 최첨단 진단 키트 등 연구 개발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여 우리나라 미래 산업 성장에 기여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기본이 바로 의사과학자 양성"이라며 "4년 간 사업을 하면서 성과를 낸 만큼, 국가적 표준 모델이 되길 바라고, 향후 혁신 의사과학자 융합연구의 초석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윤 병원장은 "우리나라는 관계되는 부처가 많고, 예산이 한정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또 의사과학자 양성 지원을 위해 의대생, 전공의, 전문의 어느 시점에 개입하는 게 좋을지도 고민스럽다"며 "우리 병원 모델은 임상경험이 있는 임상의사 중 전문의를 따고 7년 이내, 조교수 이하로 단서를 달았다"고 설명했다.

    한양대병원은 이렇게 선정한 10명의 신진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해 의대 본관 1층에 연구 공간을 지원해주고, '리서치 데이'를 정해 주 16시간의 연구 시간을 보장해 줬다. 또 각 의사과학자에게 맞는 MD-Ph.D 매칭 및 지원금 5억원 지원 등도 진행했으며 로봇, 인공지능, 빅데이터, 3D 프린팅, 사물인터넷, 조직 공학 및 정밀 의료 관련 멘토링 서비스를 통해 의사과학자들의 연구에 도움을 줬다.

    임상 현장 기반의 아이디어로 사업화, 창업까지 모색 
    한양대병원 윤호주 병원장

    이렇게 역량있는 의사과학자를 육성하기 위한 연구 환경을 구축하고, 이공계와의 공동연구를 통한 임상현장 기반 아이디어 사업화 및 실용화에 나섬으로써 한양대병원은 의사과학자 공동연구에 성공해 실제 기술화에 성공해 창업까지 이뤄진 사례도 있었다.

    디지털 영상을 이용한 녹내장 진행 판단 프로그램을 개발을 연구한 한양대병원 안과 이원준 교수는 실제로 해당 지원사업에 대해 "임상의사로서 할 수 없는 연구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젊은 의사가 생명과학과 공학을 하는 과학자들과 공동연구를 하며 병원의 전폭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게 굉장히 좋았다. 이를 기반으로 향후 개인적인 후속 연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발달장애인의 진단과 비약물적 처방을 위한 인공지능 기술 개발 연구를 진행한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인향 교수는 "그 전부터 연구에 관심이 많았지만 기반이 전혀 없었다. 연구비도 없고, 연구진도 없고, 연구할 수 있는 공간과 장비도 없는 상태에서 제반 연구 환경을 갖춰 세부 책임자로서 연구비를 직접 활용해 연구를 할 수 있어 좋았다"며 "무엇보다 혼자서는 연구자를 찾고 융합연구를 진행하는데 애로사항이 많은데 다양한 네트워킹 기회가 있었다는 점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정량적 측정이 가능한 웨어러블 발기능 측정장치의 개발 연구를 진행한 한양대병원 비뇨의학 과 조정기 교수는 "이번 연구를 시발점으로 여러 과제를 따고 네트워킹을 만든 경험이 굉장히 소중했다. 이번 사업을 통해 창업도 할 수 있었기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조정기 교수는 "다만 해당 사업의 한계는 예산 규모가 작다는 점이다. 여러 가지 시도는 해볼 수 있지만, 이 사업의 지원비 만으로는 원하는 연구를 충실히 하기 어렵다. 씨드머니로는 좋았지만, 실제 연구를 완료하기 까지 어려움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젊은 임상의사에게 연구시간 보장, MD-Ph.D 매칭 및 네트워킹 '긍정적'…부족한 예산 지원은 '아쉬움'

    연구에 참여했던 의사과학자들은 연구비 규모가 부족했던 점, 코로나19로 해외 연구자들과의 교류가 부족했던 점을 아쉬움으로 꼽았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정부와 병원의 지원을 통해 젊은 임상 의사로서 병원 진료와 연구를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감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정기 교수는 "임상 경험이 있을 때 더 좋은 연구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임상 경험에 대한 기반 없이는 의사과학자가 되기 힘들다"며 "임상 의사들이 다양한 연구자들과 협업을 통해 연구 개발에 전념할 수 있도록 체계를 구축하고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호주 병원장은 "한 번의 의사과학자 양성 지원사업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 당연하다"며 "연구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충분한 시간을 통해 연구하고 성과를 만드는 데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임상의사가 수익을 내야 병원이 돌아간다. 임상의가 진료는 안하고 연구에만 전담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하게 하려면 더 많은 금전적 지원이 필요한 게 사실"이라며 "한양대병원은 연구중심병원이 아니다. 향후 의사과학자 지원 및 양성을 위해 새로운 연구비를 따면 좋겠지만 안되면 병원 자체적으로 연구 인력을 양성하는 예산을 배정해야 하는데 그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