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준법진료를 선언하면서 전공의들의 주당 88시간 근무와 봉직의·교수의 주당 52시간 근무 준수를 발표했다. 대리수술과 불법 보조인력에 의한 무면허 의료행위도 뿌리를 뽑겠다고 했다. 하지만 병원계 당사자들은 물론 의협 집행부 내부에서조차 상세한 논의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22일 의료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의협 집행부 일부가 준법진료를 선언한다고 상임이사회에서 언급하고 지나갔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발표할 것인지 미리 상의하진 않았다. 그러다 보니 의협 집행부 내에서도 준법진료 선언에 대한 반발 여론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시도의사회 관계자는 “준법진료를 선언한다고 했지만 관련 내용은 기자회견을 통해 처음 접했다"라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발표할지 몰랐다. 어떤 내용인지 미리 알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다른 시도의사회 관계자는 “이번 준법진료 선언을 통해 총파업으로 가는 수순으로 본다. 하지만 그 다음 단계에 대해 언급되지 않았다”라며 “준법진료 선언만으로 아무런 구속력이 없다. 의협이 의정협상을 앞두고 일종의 쇼로 비춰질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이번 준법진료 선언의 주된 당사자인 병원이나 중소병원 관계자들에게 이야기해서 참여를 높이는 것이 필수지만, 해당 관계자들에게도 전혀 이야기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의협은 병협과 상의를 한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병원 관계자들도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기자회견 당일에 준법진료 선언에 대한 공문이 한장 오긴 했다. 미리 양해를 구한 적은 없다”라고 말했다. 중소병원계 관계자 역시 “사전에 양해를 구하거나 미리 언급을 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의료계 관계자들은 특정 사안이 있으면 의협 집행부 내부에서는 물론 의료계 대표자들이나 관계자들과 논의를 거쳐 진행할 것을 주문했다. 회원들과 소통을 하겠다고 출범한 집행부가 사실상 일방적으로 강행한다는 것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최대집 회장 본인의 생각이나 집행부 내에서 극히 일부인 몇 명의 생각만으로 사안을 결정하고 갑자기 발표하고 있다. 일방통행을 하고 있다”라며 “물론 대표자들의 생각을 인정해야 하지만 같은 일이 매번 반복된다. 집행부가 임의로 결정하는 것을 자제하고 논의를 거쳐서 진행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른 의료계 관계자도 “의협을 단순히 비판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의협이 어떤 정책을 발표하고 실현할 때 이를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많은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충분한 사전 논의가 필수다”라며 “결국 많은 이해 당사자들의 양해를 구하고 움직여야 한다. 일회적인 발표를 하는 것만이 아니라 실행전략과 후속대책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의협 박종혁 대변인은 "준법진료 선언을 한다고 언급해왔다. 또한 준법진료 선언은 그동안 의료계에서 필요성을 인정할 정도의 사안이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