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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 총액계약제 경험? 20년간 의사연봉 안올라”

    대만의사회 사무부총장, "한국 의사들이여, 최대한 반대하라"

    기사입력시간 2017-12-16 05:30
    최종업데이트 2017-12-16 16:37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이번에 한국 의사들로부터 대만 총액계약제의 경험과 교훈, 시사점에 대해 이야기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주변에 있는 대만 의사의 90%는 한국 의사에게 ‘총액계약제에 동의하지 말라고 꼭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대만의사회 이리엔 리우(Yi Lien LIU) 사무부총장은 15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마련한 ‘대만 총액계약제의 경험과 교훈’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총액계약제란 일정기간동안 병의원에 제공될 의료서비스 총액을 사전에 결정하고 총액 범위 내에서 진료가 이뤄지도록 관리하는 제도를 말한다.
     
    그는 “소득수준이 높은 일부 국가는 의료비 절감을 위해 재정 절감을 위해 총액계약제 등을 시행하지만 의료기술 발전도 함께 고려하고 있다”라며 “한국에서 총액계약제를 시행한다면 불만족스러운 점이 많아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
     
    총액계약제, 의사 만족도 체감률 10% 미만
     
    대만은 1995년부터 전민(全民)건강보험을 운영하고 있으며 총액계약제는 1998~2002년에 걸쳐 시행됐다. 대만에서 의사를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전민건강보험을 만족한다는 응답은 30.2%였다. 전민건강보험의 국민 만족도는 85.8%에 달했다.
     
    리우 부총장은 “주변 의사를 보면 총액계약제의 만족도는 10%도 되지 않는 듯하다”라며 “보험자(정부)가 정해진 예산 이상으로 발생하는 의료비용을 의료서비스 제공자에게 주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리우 부총장은 “특정 진료가 100달러라고 가정하면 정부는 개별 진료에 맞는 환산지수(point-value)를 100점이 아닌 85점으로 낮춘다”라며 “모든 서비스는 총액을 기준으로 점수를 나누는데, 의료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 점수를 낮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의 올해 총액 예산은 218억달러(약24조원)이고 10년간 연평균 증가율은 4%다. 리우 총장은 “총액의 배분을 보면 병원이 68%로 가장 많고 일차 의료기관 20%, 치과 6%, 중의학 4% 등이다”라며 “매년 9월 해당연도 예산을 기준으로 다음연도 총액 범위를 설정한다”고 밝혔다. 
    ▲대만 전민건강보험의 의사 만족도를 보면 30.2%만 만족하고 있었다. 자료=대만의사회 발표자료
    총액 계약 인상률, 소비자 단체에 막혀
     
    대만의사회는 총액 인상률을 최소 4.1%이상 인상하길 원하지만 의료소비자는 1.895%로만 인상하길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리우 부총장은 “양쪽이 생각하는 비용의 차이가 너무 크다”라며 “의료제공자와 소비자가 많은 논의를 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총액 인상률을 결정하는 전민건강보험위원회 27명 중 18명이 의료소비자로 구성돼 총액 인상에 어려움이 따르는 실정이다. 위원회를 통해 3개월마다 연 4회씩 환산지수를 산정한다. 리우 총장은“전체 위원회 중에서 의료제공자는 9명밖에 참여하지 못한다”라며 “소비자가 의료제공자보다 많기 때문에 불공평한 협상 구조라고 지적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대만의 많은 의사는 총액계약제를 시행한 이후 임금이 오히려 떨어졌고 20년동안 연봉이 동결됐다”라며 “소비자들은 더 적게 내고 많은 서비스를 받으려고 하는 모순이 있다”고 했다. 그는 "대만은 마치 진료를 찍어내는 '공장'같은 악조건의 상황”이라며 “더 많은 환자를 받기 위해 진료 시간을 줄일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총액계약제를 통해 정부는 의료지출을 만족스럽게 유지하고 국민은 혜택을 입는다”라며 “그러나 의료서비스 제공자는 한정된 재정으로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대만은 총액예산을 결정하는 전체 위원회 27명 중 18명이 소비자단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대만의사회 발표자료 
    적정수가 보상 전제조건 필요
     

    대만의사회는 총액계약제를 하려면 환산지수 1점당 1달러의 수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의료수가가 원가 이하라거나 비급여가 급여화될 때 관행수가가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한국과 비슷한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대만 위생복리부는 C형간염 치료제 등 새로운 약제에 대해 1점당 0.7~0.8달러로 지불 범위를 낮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신약이나 신의료기술에 있어서는 개별적인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라며 “이를 위해 의료제공자들이 협상 과정에 더 많이 참여하고 협상 전문가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대만 정부는 차기 선거 등을 의식해 국민 의료비 부담을 우려한다. 특히 대만은 의료비 청구심사를 검토하는 의사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리우 부총장은 “의료비 심사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투명하지 않아 수가 보전에 어려움이 많다”라며 “의료비를 심사하는 의사의 이름을 공개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우 부총장은 “대만의사회는 한국에서 최대한 총액계약제를 늦게 시행할 것을 권장한다”라며 “의협에서 총액계약제에 동의하기 전에 반드시 많은 연구를 하고 토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의협은 대만의사회의 과거 전철을 밟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대만도 민간의료기관이 대부분 차지

    한편 대만 인구는 2017년 약2350만명이며 의사수는 약4만4000명이다. 65세 이상 인구는 13.3%이고 기대수명은 80.0세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보건의료비 지출(2015년)은 6.6%이다.
     
    대만은 1950년대부터 노공 보험(가입률 40.1%), 공무인원보험(8.5%), 농민 보험(8.2%) 등을 두고 있었다. 이후 대만 정부는 1995년 전민(全民)건강보험(NHI)을 시행해 국민의 99%가 건강보험에 가입했다. 2013년에는 건강보험 이용 측면에서 가입률을 높이기 위해 2세대 전민건강보험이 시행됐다. 
     
    대만 병의원의 93%는 정부와 건강보험 계약을 맺는다. 대만의 민간의료기관은 84%이고 공공은 16%에 불과하다. 대만도 일차의료에서 환자를 판별해 보내주는 게이트키퍼(gatekeeper) 시스템이 없다. 그만큼 환자가 원하는 대로 의원이나 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의료서비스가 특별한 대기시간 없이 이뤄지고 있다.
     
    전민건강보험은 기본 보험료와 추가 보험료로 충당한다. 기본 보험료는 근로자의 임금을 기준으로 산정되고 고용주와 정부가 일부 지원한다. 추가 보험료는 주식 배당금, 임대소득, 이자소득 등 비(非)근로 기준에 대한 보험료가 산정된다. 1996~2016년까지 10년간 연평균 건강보험 증가율을 보면 수입은 4.5% 늘고 지출은 4.7% 늘었다. 지출보다 수입이 낮아 보험료를 올리는 상황이 몇 차례 있었지만 그때마다 국민 만족도는 떨어졌다.
     
    평균적인 의료이용 현황을 보면국민 1인당 1년동안 외래진료를 15회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보다 높은 수준이다.  
     
    대만은 6개 지역 권역을 나눠서 총액을 나누는 방식으로 총액계약제를 도입했다. 대만은 1998년 치과에 먼저 총액계약제를 적용하고 2001년 의원, 2002년 병원에 도입했다. 2005년 1만명여명 의사들이 환자 권리를 위해 총액계약제 반대 시위를 했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