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강행 논란
2019년 10월 국정감사에서의 일이다. 당시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의 시행을 두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김승택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원장,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과 여러 국회의원 간의 질의가 있었다.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은 한방 첩약에 대해 건강보험으로 약값의 일부를 지원하자는 것인데,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사업에 거액의 세금이 투입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 논란에 대해 세 정부기관의 수장들은 이렇게 답했다.
박능후 장관 : “경제성, 안전성, 유효성 담보 없는 첩약의 급여화 추진은 있을 수 없다.”
김승택 원장 : “최소한 첩약 급여화에 대한 안전성, 유효성 근거가 확실히 있어야 한다.”
김용익 이사장 : “한약에 대해 현대의학적인 지표를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한 점이 있지만 최소한 안전성 부분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그리고 8개월 후, 보건복지부는 6월 9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를 통해 월경통, 안면신경마비, 뇌혈관질환 후유관리 등 3개 질환에 대해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하기로 발표했다.
개인적으로 첩약 급여화 사업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윗분들의 말대로, 첩약 급여화를 시행하려면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국민의 돈으로 국민의 건강을 치료하는 일인데 근거 없이는 절대로 시행해서는 안 된다. 근거 없는 선심성 사업은 단순히 혈세 낭비뿐만 아니라 국민 건강까지 해칠 수 있다.
이후 8개월간 그들이 말한 것들은 아무 것도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첩약 급여화 사업은 멈추지 않고 폭주하는 열차처럼 진행되고 있다. 안전성도, 유효성도, 그 어떤 것도 증명되고 검증되지 않았지만 사업은 그대로 시행될 뿐이다.
대한의사협회가 이런 사업 강행에 대해 반대 집회를 열었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첩약 급여화를 왜 하고 싶은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정부가 하고 싶으니 한다. 그렇게 하고 싶다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하겠나. 그 어떤 합리적인 이유나 논리도, 심지어 그들이 했던 말도 첩약 급여화를 막을 수 없다. 대한민국의 자랑인 건강보험 제도가 그렇게 비상식적으로 갉아 먹혀간다. 안타까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