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정부와 의료계가 4일 의료계 신년하례회에서부터 의대정원 확대 문제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보건복지부는 의대정원을 증원하는 대신 지역필수의료 문제 개선을 위해 단기 정책 과제는 신속하게, 재정투자는 과감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의료계는 의료현안협의체만으로 소통과 신뢰가 쌓이는 것은 아니라며 정부가 먼저 신뢰를 보여달라고 토로했다.
복지부 박민수 2차관은 이날 축사에서 "한국은 여러 통계에서 국민 건강 지표가 최상위권이다. 그러나 필수의료 전공의 기피 문제와 지역의료 격차 문제로 안전성이 크게 우려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국민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한다"고 운을 뗐다.
박 차관은 "정부는 이 문제 해결을 최상위 과제로 두고 해묵은 과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단기과제는 신속하게, 재정투자는 과감하게 실시하겠다"며 "지금까지 23차례 의료현안협의체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 10년 후를 내다보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무너져가는 필수의료 개선을 위한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함께 만들고 있는 정책 패키지는 의료사고 사법안전망 강화, 수가 보상체계 마련, 당직 연속근무 등 근무여건 개선, 경쟁이 아닌 분업과 협업 등 의료전달체계 개선 등"이라며 "국민은 필요한 진료를 받고 의사는 자긍심을 갖고 진료에 집중할 수 있는 의료 환경을 꼭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와 의료계의 신뢰 관계에 대해서도 박 차관은 "정부가 추진하는 모든 정책은 의료계의 도움이 없인 해결할 수 없다. 진정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대화하자. 소통을 통해 보건의료 정책을 추진하자"고 촉구했다.
반면 의료계는 정부가 의료계에 믿음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즉 현재 정부가 보여주는 의정관계는 허울뿐인 신뢰라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박 의장은 "정부가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의료현안협의체가 있지만 회원들은 추운 겨울 길거리로 뛰쳐나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길거리 투쟁이 노동운동처럼 일상화돼 안타깝고 불행하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자리에 함께만 있는다고 소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불신과 상처만 남길 수도 있다. 열린 마음으로 진정 어린 소통이 필요하다. 서로에게 믿음을 주는 것이 난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열쇠다"라고 강조했다.
의협 이필수 회장도 "의대정원 증원 문제는 정치적 논리와 인기영합적 접근이 아닌 지표와 통계를 통해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라며 "의료계와 정부가 모두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충분한 논의를 통해 합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날 국회에선 축사를 위해 국민의힘 최재형, 서정숙 의원,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 남인순, 신현영, 이용빈 의원, 무소속 양정숙 의원 등이 참석했다. 정치권도 의대정원 확대가 지역필수의료 개선을 위한 어쩔 수 없는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코로나19를 의료계 도움으로 극복했지만 더 많은 현안이 나오고 있다. 최근 의료계에 불편을 드린 것 같아 송구하지만 해야 할 일은 해야되는 어려움도 있다"며 "필수의료 문제와 지역 간 의료격차 문제, 의료수가의 합리적인 조정 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공공의료체계 개선이 선행되면서 의사인력 증원이 불가피하게 따라가야 한다고 본다. 다만 현장과의 소통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은 가슴 아프다. 앞으로 현장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신현영 의원도 "최근 이재명 대표의 태러 사태로 온 국민이 놀랐다. 이 사건으로 응급의학과 외과의 중요성이 드러났다"며 "이처럼 필수의료 살리기가 매우 중요하다. 의대정원 확대는 부차적인 것으로 의사의 형사처벌 면제, 국가 책임 보상 등 대안이 먼저 필요하고 한의대 정원 조정도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은 "정치적 논리로 모든 것이 결정돼선 안 된다. 이런 사태는 길게 보면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