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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지부 "차등수가제는 실패한 정책" 시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에 폐지 방침 보고

    병의원 평균 '진찰횟수' 공개 검토

    의협 "의사 희생만 강요, 무조건 폐지"

    기사입력시간 2015-05-01 08:06
    최종업데이트 2015-05-04 06:34

    보건복지부가 차등수가제 폐지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복지부가 제도 폐지와 보완책 연계를 검토하고 있는 반면 의료계는 조건 없이 폐지하라고 요구하고 있어 폐지 시점을 예상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는 30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의원급 진찰료 차등수가제 개편 방향을 보고했다.
     
    복지부는 이날 "차등수가제로 인해 환자 집중도가 완화되거나, 환자당 진료시간이 길어지는 등 진료의 질을 높아졌다는 결론을 도출하기 어렵다"고 실패한 제도라는 점을 시인했다.
     


    의원급 차등수가제는 의사 1인당 1일 진찰횟수 75건 이하의 경우 진찰료를 100% 지급하지만 76~100건이면 90%, 101~150건이면 75%, 150건을 초과하면 50%만 차감 지급하는 제도다.

    복지부는 차등수가제를 통해 총 662억원의 진찰료를 차감한 것으로 집계했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이미 2009년 '진찰료 차등수가제 개선방안 연구보고서'를 통해 제도가 실패했다고 결론 내렸다.

    보사연은 △징벌적인 차등수가제에 의해 삭감 당하는 내원환자가 많은 의원이 처방일수를 짧게 하는 등의 환자 유인행위를 하지 않고 있고 △내원환자 수가 많아도 환자들이 기피하지 않고 해당 의원을 다시 지속적으로 내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환기시켰다.

    보사연은 "이는 내원환자 수가 많아도 의료의 질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라면서 "입법 취지와 달리 차등수가제가 진료의 질을 높였다거나 환자의 집중도를 완화했다는 증거, 다시 말하면 국민들의 건강 증진을 유도했다는 의미가 없고, 단지 재정절감 효과만 있었다"고 못 박았다.

    일부 진료과 의료기관에 진찰료 차감이 집중된 것도 문제다.

    28개 과목 전체 차감액 662억 중 이비인후과가 187억(28.2%), 정형외과가 112억(17.9%), 내과가 104억(15.8%), 소아청소년과가 65억(9.7%) 등으로 상위 4개과에 71.6%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이비인후과, 정형외과 등 진료과목 특성상 진찰시간이 진료의 질과 연계된다고 보기 어렵지만 집중 차감됐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2001년 7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한시적으로 차등수가제를 시행한다고 발표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현재 재정 흑자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제도를 유지할 명분조차 상실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복지부는 "차등수가제는 적용 타당성과 효과성 등에 문제가 있는 만큼 병원급 이상으로 확대하기는 어렵고, 의원에만 적용하는 수가 차감 형태를 폐지하고 새로운 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병원급에도 적용 가능한 제도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적정 외래진료를 유도하기 위해 모든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평균 진찰횟수 등의 정보를 분석·평가하고, 이를 소비자에 공개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의원급에 한정하지 않고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의 평균 진찰횟수 구간, 예를 들면 100~150건, 151~200건, 201건 이상 등의 방법으로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환자들이 과도한 진료횟수를 보이는 의료기관를 기피하고, 의료기관들 역시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겠느냐는 게 복지부의 시각이다.

    하지만 의료계가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사람들이 맛집 냉면을 먹기 위해 2시간씩 기다리듯이 환자들도 비슷한 심리에 따라 의료기관을 선택한다는 논리다.

    의협 서인석 보험이사는 "차등수가제는 건강보험 재정 절감 외에 제도 시행 효과가 전혀 없었고, 의사들의 희생만 강요해 왔다"면서 "일단 조건 없이 제도를 폐지하고,  의료 전문가들과 합리적인 제도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