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으로 잘 알려진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해 시민사회과 화자단체가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해당 법안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빙자해 개인의 의료정보를 민간보험사에 전자 전송함으로써 민간보험사가 환자 개인정보로 돈벌이를 하는데 일조하는 법이라며 법안을 논의하는 국회를 규탄했다.
15일 오후 2시 국회의사당 앞에서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와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한국루게릭연맹, 한국폐섬유화환우회, 보암모(보험사에 대응하는 암 환우 모임) 등 환자단체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 반대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내일(16일) 국회 정무위원회가 오전 10시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개최하고 전재수, 윤창현, 고용진, 김병욱, 정청래, 배진교 의원 등이 각각 대표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 6건을 논의하는 데 대해 강력한 규탄 목소리를 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보험사들과 윤석열 정부는 환자를 위하는 것처럼 사기를 치면서 실제로는 보험사들이 국민들의 개인정보를 무분별하게 수집해 환자에게 불이익을 주고 의료민영화를 추진한다"며 해당 법안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이들은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법안은 실손보험 가입자의 소액청구를 돕는 척 환자를 위한 법인 양 홍보되고 있지만 실상은 보험사들이 전 국민 80%의 모든 진료자료를 실시간으로 보유하기 위한 법"이라며 "법이 통과되면 소액청구 뿐 아니라 건강보험 급여진료를 포함한 개인의 모든 진료정보가 전자형태로 보험사에 자동 전송된다. 보험사들은 이런 정보로 가입거절, 지급거절, 보험료인상, 환자에게 불리한 상품개발 등에 이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중계기관으로 꼽히는 보험개발원도 전혀 공공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보험개발원은 보험회사가 출자해 설립한 단체로 삼성화재, 교보생명, DGB생명, 하나손보 사장 등이 임원으로 있는 단체다. 공공성·공익성을 담보하기는커녕 홈페이지 원장 인사말에도 명시됐듯 '보험산업의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보험사들의 이익단체"라고 꼬집었다.
또 이들은 이렇게 개인의료정보가 민간보험사에게 전자전송되는 것은 곧 의료민영화를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보험사들이 14년 동안 이 법안을 통과시키려 혈안이었던 것은 개인정보를 축적해 가입거절, 지급거절에만 활용하려는 데 그치지 않는다"며 "삼성은 '정부보험을 대체하는 포괄적 보험'으로 나아가기 위해 개인의료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서 축적해야 한다고 오래 전부터 주장해왔다. 가입자의 소액청구 간편화가 진짜 목적이라면 전자적 형태가 아닌 방식으로 최소한의 정보만 전송할 수도 있지만 그런 방법을 민간보험사들이 찬성하지 않는 이유"라고 밝혔다.
그들은 "보험사들은 이렇게 축적한 정보를 소위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라는 이름의 만성질환 치료·관리 상품판매에 활용할 것"이라며 "이는 미국식 의료민영화 추진과 다름 없다. 국민 대다수의 개인정보들을 무분별하게 축적하는 것은 이런 의료민영화를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김성주 대표도 이날 연대사를 통해 실손보험청구간소화법안이 통과되면 보험사들이 다수의 소액 청구로 인해 보험 지급률은 올라가지만 중증 암환자의 치료비와 같이 고액 보험금은 거절해 보험사는 오히려 이익을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대표는 "결국 청구한 고액 보험금 1~2건만 거절해도, 다수의 소액 보험금 지급으로 인한 실손 보험사의 지급률은 오히려 높아지고 보험사의 수익도 증대하게 된다"며 "일반 국민 입장에서 보험사 선택 시 보험사가 공개하는 지급률만 보고, 보험금이 제대로 지급될 것이라고 믿게 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각 보험사와 플랫폼 기업들이 개인 의료 정보를 다양한 방법으로 수집하여 분석, 재가공한다면 개인의 특정화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며 "실손보험사들이 환자의 정보를 수집, 축적하여 환자의 보험금 청구 삭감의 근거를 마련하고, 갱신과 보험금 거절, 상품개발로 이어질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 대표는 "실손보험청구 간소화는 보험회사만 이득을 취하는 제도"라며 "개인의 의료정보 누출로 인해 오히려 보험금 지급 거절과 보험료 상승이라는 악재를 가입자인 국민과 환자가 모두 부담하여야 한다. 실손보험 간소화 논의는 지금 즉시 중단하고 국회는 보건당국이 실손보험과 관련된 전권을 행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드는데 노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