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유럽연합(EU)이 화장품에 이어 세탁세제와 주방세제 등 일상적 청소 제품에 대한 동물실험을 금지하기로 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럽 의회는 최근 세제 규정(Detergents Regulation)을 개정하고 일상적 청소 제품에 대한 안전성 평가에서 동물실험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침을 승인했다. 2029년 중반부터는 동물 실험이 전면 금지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모든 생활화학제품은 동물실험을 포함하지 않는 과학적으로 검증된 대체시험법만을 사용해 안전성을 입증해야 한다. 완제품은 물론 개별 성분 역시 동물실험을 배제한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유럽 동물보호단체 연합인 동물을 위한 유로그룹(Eurogroup for Animals)은 "수십 년 동안 수백만 마리의 동물이 화학물질에 강제로 노출되는 실험에 동원됐다. 이는 종종 심각한 고통을 초래했고,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면서 "EU의 새로운 입장은 과학과 윤리가 양립할 수 있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음을 반영한다. 현대적인 비동물 실험 방법은 동물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도 신뢰할 수 있는 안전성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EU가 동물 실험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긍정적인 신호다"고 설명했다.
독일 쾰른에 본부를 둔 비영리 단체인 동물실험에 반대하는 의사들(Doctors Against Animal Experiments, DAAE)의 과학 책임자 타마라 지에텍(Tamara Zietek) 박사는 "유럽 의회 의원들의 결정은 구식이고 신뢰할 수 없는 방법에 대한 명확한 반대 신호를 보낸다"면서 "동물실험은 인간 건강에 대한 표준(gold standard)이 아니다. 인간으로 제한된 전이성으로 인해 실패하기 때문이다. 인간 건강에 대한 진정한 안전성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 '동물 모델'에 의존하기 보다 인간의 생물학적 반응을 구체적으로 반영하는 현대적인 동물실험 없는 기술을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새 규정은 현재 발효된 상태로, 실질적 시행을 위해 42개월 이행 기간을 부여하며, 2029년 중반부터 구속력을 갖는다. 이 기간 동안 제조업체들은 시험 전략을 동물실험 없는 방식으로 완전히 전환해야 한다.
DAAE는 EU 화학물질 규제인 REACH 하에 여전히 많은 성분이 동물실험을 통해 테스트될 수 있다는 점을 비판하고 있다. 이에 유럽동물실험종식연합(ECEAE)과 함께 REACH 개정안이 이러한 허점을 일관되게 차단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공동 발의한 '동물실험 없는 유럽을 위한 유럽 시민 발의'의 결과로 유럽 집행위원회는 현재 동물실험 없는 화학물질 시험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고 있다.
지에텍 박사는 "화학물질 규제와 의약품 개발 분야에서도 유사한 금지 조치를 일관되게 시행해야 한다"면서 "공공 연구 자금의 일관된 재편성(동물실험 없는 방법에 한정)과 비동물적 절차의 가속화된 검증 역시 필수다. 인간 관련 방법에 집중해야만 유럽의 동물 보호와 건강·환경 보호를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강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 관계자는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는 국내 화학·바이오 기업들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향후 EU 규제 기준에 부합하는 비동물 시험 데이터 확보가 필수적이 됨에 따라, 대체동물시험법을 통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그 중에서도 인체 장기의 구조와 기능을 재현하는 오가노이드 기술의 산업적 활용도가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와 국내 산업계 역시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대응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국동물대체시험법검증센터(KoCVAM)를 중심으로 동물대체시험법 개발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 관계자는 "이러한 흐름은 유럽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굳어지는 추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025년부터 의약품 개발 시 동물실험 의무 규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비동물 기반 시험법(NAMs)을 공식 허용한 것을 비롯해, 영국 정부 역시 2026년부터 주요 동물 기반 허가시험을 대체시험법으로 전환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스위스 또한 국가 단위의 3Rs 전략을 통해 인체 세포 기반 실험 체계 지원을 강화하고 있어, 글로벌 안전성 평가 시장은 인체 기반 첨단 기술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