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와 재활의학과 의사들이 의료기관 종별에서 '재활병원'을 신설하는 것에 반대하고 나섰다.
한의사까지 재활병원 개설권을 허용하는 것은 안된다는 게 명분이지만 속내는 따로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추무진 위원장과 김숙희(서울시의사회장) 수석부회장, 재활의학회 조강희 이사장, 재활의학과의사회 민성기 회장은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재활병원 종별 신설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현재 국회에는 재활병원을 새로운 병원 종별로 신설하기 위한 의료법 개정안이 2건 발의된 상태다.
한 건은 지난해 6월 양승조 의원이, 다른 한 건은 올해 1월 남인순 의원이 발의했다.
현재 의료법 상 병원급 의료기관은 병원, 치과병원, 한방병원, 요양병원, 종합병원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들 의원은 "재활의료의 특수성과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재활병원이 요양병원이나 일반 병원으로 분류돼 독자적인 법률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라면서 "재활병원을 의료기관의 새로운 종류로 규정하고, 별도의 인력과 시설 등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두 법안은 병원급 의료기관의 종류에 재활병원을 신설하고, 현재 요양병원으로 분류되고 있는 장애인복지법 상 재활 의료기관을 재활병원에 포함시켰다.
남인순 의원 안은 의사뿐만 아니라 한의사도 재활병원을 개설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재활의학회와 재활의학과의사회는 "준비 안된 재활병원 종별 신설에 반대한다"고 천명했다.
장기적으로 재활병원 등의 의료기관 설립도 필요하지만 이보다 앞서 현 재활의료체계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재활의료인과 장애인 간의 충분한 합의와 정부의 지원이 선행돼야 하는데 무리하게 서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들은 재활병원을 만든다고 해서 재활난민이 해결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활난민은 대학병원 등에서 전문재활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것을 의미하며, 심평원이 장기입원을 문제 삼아 입원비를 삭감하자 불가피하게 퇴원해 이 병원 저 병원을 떠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들은 "이 문제는 심평원 보험급여기준 때문에 발생하는 것인데 단순히 재활병원을 신설하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특히 이들은 한의사의 재활병원 개설권 허용에 반대한다고 분명히 했다.
이들은 "재활병원은 한약이나 침, 뜸으로 치료하는 만성기 환자와 근골격계 통증 환자를 주로 치료하는 병원이 아니다"면서 "아급성기 재활치료가 필요한 재활환자의 치료와 삶의 질 관점에서 한의사의 재활병원 개설권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재활병원은 급성기를 지난 아급성기에서 회복기를 담당하고, 뇌졸중, 척수손상환자, 외상성 뇌손상환자, 뇌종양환자, 뇌성마비, 심폐질환환자 및 루게릭 환자 등의 재활 뿐만 아니라 내과적인 문제 등의 합병증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한다는 점에서 한의사들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재활병원 종별 신설 논의를 해 왔고, 그간 재활의학회 등이 뚜렷하게 반대 입장을 피력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날 입장 표명은 단순히 한의사 개설권 허용 때문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활병원이 신설되면 대학병원의 재활병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교수들이 한의사 개설권 반대를 명분으로 입지를 지키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는 금주 재활병원 종별 신설안을 심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