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잠은 들지만 새벽이면 눈이 떠진다. 다시 잠들기 어렵고 다음 날에는 피로와 집중력 저하가 이어진다. 약의 도움을 받더라도 오래 복용해도 괜찮을지, 아침까지 몽롱함이 남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다양한 불면증 치료제가 사용되고 있지만 환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러한 미충족 수요 속에서 새로운 기전의 불면증 치료제 데이비고(성분명 렘보렉산트)가 국내 허가를 받았다. 각성을 유지하는 오렉신의 작용을 차단하는 이중 오렉신 수용체 길항제(DORA)로, 기존 약물과 다른 방식으로 불면증에 접근하는 선택지가 추가됐다.
동국대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해우 교수는 최근 메디게이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데이비고의 수면 유지 개선 가능성과 장기 임상 데이터에 주목했다. 잠든 뒤 자주 깨거나 너무 일찍 일어나는 환자,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고려할 수 있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이 교수는 “단순히 기존 약을 다른 약으로 대체한다는 의미를 넘어 다양한 유형의 불면증 환자에게 활용할 수 있는 치료 선택지가 넓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잠드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불면증…조기 각성·장기 치료의 과제
불면증의 양상은 환자마다 다르다. 잠들기까지 오래 걸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잠은 쉽게 들어도 밤중에 여러 차례 깨거나 원하는 시간보다 일찍 눈을 뜨는 사람도 있다. 이 교수는 수면의 어느 단계에서 문제가 생기는지와 함께, 피로와 일상생활의 기능 저하가 동반되는지를 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꼽은 대표적인 미충족 수요는 조기 각성이다. 이 교수는 “잠이 드는 데는 큰 문제가 없더라도 새벽 2~3시쯤 너무 일찍 깨는 환자들이 있다”며 “이를 정확히 타깃으로 해 각성 시점을 뒤로 미뤄줄 수 있는 약물은 아직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기 치료에 대한 부담도 있다. 만성 불면증 환자는 지속적인 증상 조절이 필요하지만 내성이나 의존성에 대한 걱정을 함께 안고 있다. 의존성 부담이 적고 장기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약물에 대한 수요가 남아 있다는 설명이다.
다음 날 기능도 중요하다. 잠을 잤더라도 아침까지 졸리거나 몽롱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다면 치료 효과를 충분히 체감하기 어렵다. 특히 이른 시간에 일을 시작하거나 운전을 하는 환자에게는 아침의 각성 상태가 중요한 고려 요소다.
이 교수는 “단순히 잠을 잘 자게 하는 것뿐 아니라 다음 날 얼마나 정상적인 각성 상태와 일상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치료 목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깨어 있게 하는 신호 조절…12개월 효과 유지·수면 후반부 개선에 기대
데이비고의 특징은 기존에 주로 사용해 온 약물과 작용 기전이 다르다는 점이다. 졸피뎀 등 Z-drug은 GABA 수용체에 작용해 억제성 신호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수면을 돕는다. 반면 DORA는 각성을 유지하는 오렉신의 작용을 차단한다.
이 교수는 “기존 Z-drug이 뇌의 활동을 눌러 잠들게 하는 방식이라면 DORA는 깨어 있게 하는 신호를 줄여 잠이 오도록 하는 방식”이라며 “기존 수면제와는 다른 기전의 치료 선택지가 하나 더 생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임상연구에서는 장기 효과와 투약 중단 이후의 경과를 관심 있게 봤다. 이 교수는 “데이비고는 임상연구에서 최장 12개월간 효과가 유지됐고, 중단 이후 반동성 불면증이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 관심 있게 볼 만하다”며 “수면 후반부에 자주 깨거나 아침에 너무 일찍 깨는 문제와 관련해서도 개선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성인 불면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SUNRISE 2 연구에서는 수면 개시와 유지 관련 주관적 지표가 위약 대비 개선됐다. 55세 이상 환자를 대상으로 한 SUNRISE 1 연구에서는 수면 후반부 각성시간이 졸피뎀 서방형 대비 유의하게 개선됐다.
이 교수는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조기 각성이 있거나 장기간 약물 조절이 필요한 만성 불면증 환자에서 데이비고를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잠을 자다 깨다를 반복하거나, 깬 뒤 다시 잠들기 어려운 환자에게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기대다.
다만 그는 “실제 임상에서 사용해보면서 판단해야 한다”며 환자의 증상과 동반질환, 약물 반응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치료 선택지 확대, 환자별 전략으로 연결해야
이 교수는 새로운 약물이 추가된 만큼 환자에게 맞는 치료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울증이나 통증 등 동반질환은 물론 생활습관과 근무환경, 기존 약물 사용 경험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약물치료에서는 다음 날 졸림과 병용약물의 상호작용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고령 환자는 이러한 부분을 주의 깊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치료 효과 역시 수면시간뿐 아니라 낮 동안 졸림과 집중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이 교수는 “예전에는 치료 옵션이 많지 않아 평가를 하더라도 치료가 비슷해지는 경우가 있었지만 요즘은 선택지가 다양해졌다”며 “동반질환과 연령, 다음 날 어떤 기능을 유지해야 하는지 등을 고려해 환자 개인에게 맞춘 치료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불면증 인지행동치료(CBT-I)와 디지털 CBT-I, 생활습관 조정 등 비약물치료도 함께 활용할 수 있다. 그는 “장기적으로 약물을 줄이거나 중단하기 위해서는 비약물적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신의 수면 패턴을 이해하고 생활습관을 함께 조정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