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윤영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주목받고 있는 의사 인력 확충 문제를 두고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의사협회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주·서동용 의원, 정의당 배진교 의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22일 국회의원회관 2소회의실에서 ‘포스트 코로나19 의사인력 확충방안 마련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 패널로 참여한 조승연 병협 상임이사와 성종호 의협 정책이사는 의사 인력 확충 문제를 두고 엇갈린 의견을 제시했다. 병협은 절대적인 의사 수가 부족하다며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밝힌 반면 의협은 의사 수 부족이 아닌 지역 불균형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당정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안 발표가 오는 23일 예정된 가운데 정부와 여당은 의사 인력 확충, 공공의대 설립 추진 의지를 재차 밝혔다. 현재 나온 당정의 계획으로는 내년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400명 늘려 10년간 4000명을 양성한다.
병협, “좀 더 공격적인 증원계획 마련해야”
조승연 병협 상임이사는 의료 현장의 여러 문제점 중 인력 부족 문제가 중심으로 떠올랐다며 좀 더 과감하고 신속한 정책 집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 상임이사는 “의료인력 부족은 병원기능 유지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역주민의 건강지킴이라는 존재 역할을 근본적으로 저해한다”며 “의사, 간호사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데 반대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조 상임이사는 “늘린 정원을 단순한 인력풀로 볼 것인지, 공공보건의료 분야에 특정할 것인지, 교육과정을 별도로 할 것인지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할 것”이라며 “이런 원칙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여전히 비공공적 부문의 의사를 늘리는 쪽으로 작용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각종 연구 결과로 볼 때 현재 정부의 정원 확대 계획으로는 가까운 시기에 적정인력까지 충원하기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 예상돼 좀 더 공격적인 증원계획이 필요하다”며 “의료 인력 확충 문제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문제가 됐고 수많은 정책적 대안, 직역 내 논의를 통해 이제는 해결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적으로 일차의료를 담당하고 있는 한의과의 역할을 의료일원화의 큰 구도에서 정리해 보건의료인력의 체계화와 양성에 기여할 방안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공병원 근무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공공의료분야 근무유도를 위해 적정규모의 공공병원 시설 확충과 복지 향상이 필요하다”며 “안정적 근무환경조성, 국내외 연수기회 제공, 교수채용 시 인센티브 부여, 연구·교육 참여기회 제공 등 대학교수 수준의 복지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의협, “의사 수 부족 객관적 근거도 없어”
성종호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 코로나19 사태로 의사 인력 부족 문제가 드러났다고 주장하는 객관적 근거가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종호 정책이사는 “코로나19 사태로 보건의료인력의 부족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근거는 불명확하다”며 “어느 직종에서 얼마나 부족했는지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러한 사실 관계없이 주장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성 이사는 “대구 자원봉사를 신청했지만 연락조차 없었다”며 “사태 중반이후 인력이 남아돌아서 전문의가 검체채취에 투입됐고 자원봉사 의사가 투입되면서 자연스럽게 의료인력 문제 해소가 됐다”고 언급했다.
특히 성 이사는 의사 인력의 지역·전공과·종별 불균형 문제는 의료제도로 인한 것이지 의사 부족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저수가 정책으로 의료기관의 경영상 어려움이 심화되면서 전문의 수련 후 의사로서 정체성을 발휘할 수 있는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는 “병협, 보건의료노조가 힘을 합쳐서 의료행위당 저수가를 의료행위당 적정수가로 근본적인 개편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며 “의료영역에서 좋은 일자리는 의료기관이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의료정책이 만들어 주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원 운영형태의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성 이사는 “병원 경영자가 저수가 상황에서도 현실적으로 미미한 수가보전에 만족하고 대신 싼값에 전공의를 활용하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며 “의사 부족이 아니라 병원 운영 형태의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천편일률적 배치보다 의료취약지에 현실적인 공중보건의를 배치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한의대를 폐지하고 한의대 입학 정원을 의과대학 입학정원으로 흡수해 실질적인 의사인력 증원 효과를 가져올 방안을 고려해 볼 시기”라고 밝혔다.
정부·여당, “의료전달체계 문제 등 함께 고려할 것”
김헌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의사 인력 확충 문제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고민해 온 사안이라며 의료전달체계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헌주 보건의료정책관은 “의사 수 부족 문제가 코로나19 상황에서 부각되고 있지만 코로나19만의 문제가 아니다. 의사 수·배치 문제에 대해 그 이전부터 많은 고민이 있었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며 “단순하게 수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지만 여러 가지가 한꺼번에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하게 인력만의 문제가 아니라 병상, 의료전달체계 등 전반적인 고민이 함께 가야 궁극적인 목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의대 정원과 공공의대에 논의는 그 이후가 되고 전부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코로나19로 다소 지연된 부분이 있지만 의료전달체계 개편안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사람에 대한 문제다. 인력을 양성하는데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고 잘 활용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다른 영역보다 더 꼼꼼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조원준 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전문위원도 “(의사 인력 문제에 대해) 코로나19를 겪으며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했고 시급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더 확대됐다고 판단해 총선 핵심공약으로 제시했다”며 “선거가 끝나자마자 다양한 논의 과정을 거쳤고 내일(23일) 결과물을 갖고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 전문위원은 “의사 부족 논란에서 확실한 것은 필요한 곳에 필요한 의사가 없다는 점”이라며 “규모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 연구 결과가 있고 방점을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다. 정부와 여당의 입장차도 다소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정부는 보수적인 경향이 있는 반면 여당 측에서는 기왕 인력을 확충할 수 있는 여건과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 이상 통 크게 해결하는 방법으로 접근하자는 인식이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조 전문위원은 공공의료에 대한 폭넓은 시각이 필요하다며 공공의대 졸업 이후 10년 의무복무 규정에 대한 실효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공의료기관만이 공공의료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을 수용해야 한다. 민간의료 서비스 중에도 공공성을 갖고 있는 것이 있다. 인식의 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며 "또한, 지속적으로 지역 공공의료 필수영역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고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