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윤영채 기자] 의료 환경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개혁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의료계는 국민을 위한 최선의 진료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의사 파업, 노조 조직 등이 당연한 권리라고 강조했다. 다만, 국민 여론 조성 등 의사들의 단체 행동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은 과제라고 언급했다.
17일 대한의사협회 용산임시회관 7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의사의 단체행동과 기본권 보장 토론회’를 통해 의사의 노동권을 보장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됐다.
의사 파업은 당연한 권리...파업 제재 조치 악성 법안 폐지 필요
안덕선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소장은 국내 의료 환경이 가진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하며 의사 파업이 당연한 권리로 이를 제재하는 악성 법안은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안덕선 소장은 “2000년 의약분업 투쟁 교훈을 바탕으로 국제적 공조를 통해 다른 나라가 어떤 입장을 취하고 행동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의사도 단체적 행동의 적법성, 정당성 부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사들이 파업을 고려하게 되는 주된 원인으로 △경제적 보상 △정부 정책 △근로 환경 △의료인 폭행 △특진비 폐지 △환자 자유선택권 등을 제시했다.
안 소장은 “의사 개인의 권리 박탈하는 것이 문제다. 노동기본권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다”며 "비민주적 협상 구조, 생산투자주체인 의사와 진료 공공성의 충돌, 환자의무와 권리 불균형 등도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특히 안 소장은 “명확한 개념의 의사 조합(Trade Union/Association)이 부재하다”며 “의사의 단체적 활동을 위해 고용주(법인)와 적절한 균형을 유지할 필요가 있고 반 의료적 가치 견제에 역동성을 부여해야 한다. 속칭 페이닥터 신분 불확실 문제에 대해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안 소장은 “독일 병원의사조합은 파업 참여는 고용의무 위반이 아니고 통보가 불필요하다고 한다. 파업 보상을 위한 근로시간 재조정도 필요하지 않다”며 “유럽연합은 (의사의) 일반적 노동자의 권리를 준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안 소장은 파업 기간 중 응급의료 등 필수의료 제공은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사전 공지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또한 환자 사망률 감소 현상을 사례로 파업의 안전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응급의학은 파업과 무관하게 지속돼야 하고 의사들도 여기에 반대하지 않는다. 파업 기간에도 필수 의료를 제공하고 응급의료, 암수술 등은 파업 제외 영역이 된다”며 “또, 사전 공지로 공중의 파업 대비를 독려할 필요가 있다. 파업으로 인한 사망률 감고 현상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사 파업은 당연한 권리다. 파업 제재 조치의 악성 법안을 폐지해야 한다”며 “의료 민주화는 우선 과제다”고 덧붙였다.
의사 노동권 보장하는 환경 조성해야...전국 의사 노조 조직 필요
김재현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조직강화이사는 의사가 기능공이 아닌, 전문직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 노동권을 보장하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재현 조직강화이사는 “우리나라 노동자의 노동권 수준은 중국, 인도, 나이지리아 등의 23개국고 함께 최하위 등급인 세계노동권리지수 5등급으로 분류돼 있다”며 “의사들의 노동권이라고 예외일 수 없듯이 의사들의 진료권 보장도 최하위인 나라다”라고 밝혔다.
김 조직강화이사는 “의사들의 노동권은 국가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은 진료권 행사에서 나온다”며 “의약분업 당시 약사의 불법진료 혹은 임의조제를 근절하기 위한 것이 주요 쟁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실거래가상환제를 도입, 모든 의사들을 약가 리베이트를 받는 잠재적 범죄자로 여론에 비췄다”라고 말했다.
김 조직강화이사는 “당시 의사들이 생업을 포기하고 전공의는 1년 수련 연장을 불사했다. 의대생들은 유급을 결의하는 등 의사들이 집단폐업까지 가는 의료대란을 불러일으켰다”며 “수십 년 간 단일 의료보험자에 의한 강제적 가입에 의한 원가 이하의 저수가, 일방적인 의료 정책 밀어붙이기로 의사들의 진료권은 국가로부터 침해 받아왔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조직강화이사는 지불되지 않은 의사의 노동에 대해 언급하며 요양기관 강제지정을 취소해야 한다고 했다.
김 조직강화이사는 “의료보험 요양기관 강제지정(당연지정제)은 유신헌법 하에서 만들어진 비민주적인 제도다. 현 정부가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강행하겠다는 문케어를 시행하겠다면서도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도를 유지하는 것은 의사 진료권의 심각한 침해다”며 “왜곡된 의료시장을 심화시키는 요양기관 강제지정을 취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김 조직강화이사는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일명 문재인 케어가 의사의 노동권을 침해하는 현상에 대해 분석했다.
김 조직강화이사는 “건강보험 준비금에서 필요재정의 70%를 충당하는 탈법을 추진하고 있다”며 “건보재정을 파탄나게 할지언정 의료보장 확대를 위한 세금 인상은 필요없다는 이해 불가한 고집과 불통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조직강화이사는 “파업은 노동자 조직의 단결력과 조직력을 보여주는 투쟁의 최고조 집중을 보여주는 것으로 최후의 수단이다”며 “의사들의 노동권인 진료권을 지켜낼 수 있는 정당한 법적 권력을 창출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법적인 정당성과 지속가능한 투쟁 조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문제를 분석하고 의사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법적 권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국 단위 의사노조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전국 의사노조 조직은 향후 지속적인 보건의료 정책, 국민의 건가을 위한 의료전달체계, 타 직종의 노동 환경과 환경 문제, 국내 다민족 진료 등의 문제에 대해서 그 어떤 시민단체 보다 앞서서 행동해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전공의 노조 지부 활성화 계획...대국민 홍보 ‘과제’
이승우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은 국내 의료 환경이 갖는 문제점을 인식할 수 있도록 전공의 노조 지부 활성화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승우 회장은 “젊은 의사들은 국내 의료의 미래다. 국민과 환자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더 강하게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생각한다”며 “의약분업 당시 전공의도 상당히 오랜 시간 파업에 참여했던 적이 있다. 원격진료에 대한 전공의들의 파업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전공의 파업 당시 국민 여론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간 전공의들의 파업은) 노조를 통하거나 정당성을 확보한 상태에서 진행했다기보다는 젊은 의사들이 못마땅한 현실을 참을 수 없어 뛰쳐나가는 형태였다”고 언급했다.
지난 3월 대전협은 ‘전국 전공의대표자 대회’를 열고 전공의 권리 보호를 위한 수련병원별 전공의 노동조합 지부설립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 회장은 “각 사업장 병원별로 전공의 노조지부를 설립해 활성화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며 “전공의들의 열악한 처우, 급여, 노동시간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조지부를 활성화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 회장은 전공의들이 정부를 상대로 정당한 쟁의권을 확보하고 국민 여론을 형성하는 문제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 회장은 “병원을 상대로는 쟁의권을 획득할 수 있겠지만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정부를 상대로 쟁의권을 정당하게 획득할 수 있을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 여론 형성에 대한 고민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국민 홍보를 통해 문제를 어떻게 알릴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내부적으로 의사 노조 설립하고 외부적으로 지지세력 확보해야
전선룡 의협 법제이사 법률사무소 Lawtto 대표변호사는 의사의 노동권 확보를 위해 내부적으로 노조를 설립하고 외부적으로 지지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선룡 대표변호사는 “파업이 전제되려면 의사 회원들의 심리적 부담을 해소해야 한다. 내부적 문제는 개인이 국가 공권력을 상대로 대항할 수 없다는 것이다”며 “의사 노조가 필요하다. 법 체계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전문직 노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 대표변호사는 “노조를 설립해야지 국가기관에 맞설 수 있다. 강력한 노조가 있으면 (정부 기관 등에서) 대응을 해준다”며 “강력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부적 요인으로 의사의 단체 행동에 대한 정당성을 마련할 수 있는 지지세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전 대표변호사는 “대한민국 의사가 외부적 동력을 받으려면 지지세력이 있어야 한다”며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 (단체 행동 시) 지지성명을 발표했던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전 대표변호사는 “노동권은 전세계 시민이 갖고 있는 권리다. 의사도 국민이자 시민으로 (노동권은) 천부인권이다”며 “국제적 연대가 필요하다. 선진국, 동남아 의사협회 등에 한국 의사의 현실을 알리고 지지성명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