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ICT 기술을 활용한 헬스케어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 모바일 스마트 디바이스와 센서 등의 발전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문이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 관련 업계 분석이다.
이러한 추세에 삼성서울병원도 발을 맞췄다.
삼성서울병원은 올 해 초 병원의 풍부한 임상 경험과 삼성그룹의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스마트병원을 현실화하는 동시에 디지털헬스케어 기술의 성공적인 실현을 목적으로 디지털헬스케어연구센터를 설립했다.
이 센터 책임자인 장동경 센터장을 만났다. 그는 헬스케어와 ICT 기술의 접목은 필연적이라고 역설했다.
장동경 센터장은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은 그동안 원격의료 이슈에 막혀 성장에 속도를 내지 못한 측면이 있다”면서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헬스케어와 ICT 기술 접목은 필연으로 이를 어떻게 인간을 위해 활용할지, 그 방법론을 고민할 시기"라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전문의이자 성균관의대 교수 신분이기도 한 장동경 센터장은 처음부터 디지털헬스케어 전문가는 아니다.
의료인인 그가 디지털헬스케어와 인연을 맺게 된 건 병원에서 미래혁신센터장을 맡게 되면서부터다.
미래혁신센터는 미래의학과 관련된 조사연구를 하는 조직이다. 이곳에서 최신 의학 트렌드를 조사하던 중 디지털 헬스케어가 기존 의료에 ‘파괴적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고, 병원 내외 전문가들의 중론을 거쳐 센터 설립에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장 센터장은 “디지털 헬스케어의 의학적 효용성을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 등의 연구를 위해 병원에 디지털 헬스케어연구센터 설립의 필요성이 대두했다”면서 “이러한 연구의 발전이 결국에는 기존 의료 현장의 변화를 이끌어 더 나은 의료 서비스 발전으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은 연구센터 설립과 동시에 전문 인력 양성의 필요성에도 공감하고 있다. 의학 분야 대학원 과정인 성균관대 삼성융합의과학원에 디지털헬스학과 석박사 과정을 설립해 미래 전문인력 양성에 나선 것.
장 센터장은 "기존 교육과정으로 제대로 된 디지털 헬스케어 인재를 양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성균관대와 협력해 융합학문인 디지털헬스학과 석박사 과정을 만들 돼 삼성융합의과학원 내에 설립해 디지털헬스케어연구센터와의 시너지를 도모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협력 모델의 일환으로 지난 10월에는 디지털 헬스케어 아이디어 발굴을 위한 '트렌드 X MEDICAL 해커톤 2016'을 개최해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해커톤(hackathon)이란 '해커(Hacker)'와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로서 마라톤과 같이 주어진 시간 동안 쉬지 않고 기획 및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디자인 및 개발을 통해 시제품 등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대회를 말한다.
무박 2일 동안 진행된 이 대회는 의료와 IT의 결합을 위해 ▲Big Data ▲Connected Healthcare ▲Smart Hospital의 세 가지 주제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모받았다.
기존 의료 현장의 다양한 참가자들이 참가해 신선한 아이디어를 선보였다는 후문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올해를 시작으로 매년 정기적인 행사로 이어나갈 계획이다.
장동경 센터장은 "삼성융합의과학원 대학원생들의 제안이 계기가 되어 시작하게 된 행사로 디지털헬스케어 현장에서 정작 의료인들의 참여가 많지 않은 상황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이 주도해 메디컬해커톤 대회를 열면, 의료 관련 직종에서 일하는 분들이 많이 참여해 의료 현장과 동떨어지지 않은 현실성 있는 아이디어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소기의 성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행보가 삼성서울병원에서 헬스케어 스타트업 지원 사업에 나서는 것인지 궁금했다. 하지만, 병원이 주도해 기존 의료계의 관심을 유도하는 것이 목적일 뿐, 스타트업에 직접 지원 형태는 취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언이다.
장 센터장은 "해커톤에서 입상한 기업을 직접 육성, 투자하지는 않을 계획이며, 대신 협력 창업지원기관이나 투자기업에 연결해 후속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는 산업적 가치보다는 '증명이 먼저'라며 의사이자 학자로서의 견해를 내비쳤다
장동경 센터장은 "디지털 헬스케어는 건강 증진의 효과를 검증한 사례들을 쌓아가면서 점차 발전해 나갈 것"이라며 "건강 증진이라는 본질적 가치가 증명될 때 정책적 장벽도 자연스레 해소될 것이고, 구체적인 산업적 가치도 발견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