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소세포폐암은 가장 공격적인 유형의 폐암으로 암의 성장 속도가 빠르고 치료가 어렵다. 수십 년간 표준 1차 치료법으로 화학요법이 사용되다 면역관문억제제가 등장하면서 생존 결과가 개선됐지만, 여전히 환자 대부분에서 치료 후 몇 개월 이내 재발하고 예후가 불량하다. 확장기 소세포폐암(ES-SCLC) 치료제로 새로운 기전의 세포독성항암제 젭젤카(성분명 러비넥테딘), 이중특이적 T세포 관여항체 임델트라(성분명 탈라타맙) 등 신약이 등장했지만 여전히 미충족 수요가 높다.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국제폐암연구협회(IASLC)가 주최한 세계폐암학회(WCLC)에서 확장기 소세포폐암(ES-SCLC) 치료에 대한 새로운 유망 임상 데이터가 공개되면서 또 다른 혁신 신약의 등장이 등장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바이오엔텍·BMS, PD-L1xVEGF-A 이중항체 첫 글로벌 2상 데이터 공개
바이오엔텍(BioNTech)과 BMS(Bristol Myers Squibb)는 PD-L1xVEGF-A 이중특이항체 푸미타미그(pumitamig, 개발명 BNT327/BMS986545)의 글로벌 2상 BNT327-01 중간 데이터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높은 반응률과 질병 통제율을 달성한 것은 물론, 항-PD-L1/VEGF 치료제로는 첫 글로벌 데이터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푸미타미그는 바이오테우스(Biotheus)가 개발한 후보물질로, 2024년 11월 바이오엔텍이 선급금 8억 달러와 마일스톤 최대 1억5000만 달러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인수했다. 올해 6월 BMS가 선급금 15억 달러와 비조건부 지급금 20억 달러, 마일스톤으로 최대 76억 달러 등 총 110억 달러 가량을 투자하며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BNT327-01 연구는 치료 경험이 없는 확장기 소세포폐암 환자, 1차 또는 2차 치료 후 진행된 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푸미타미그와 화학요법의 병용요법을 평가한 임상시험(NCT06449209)이다.
올해 8월 7일 데이터 컷오프 시점 기준, 효능 평가 가능 환자 38명 중 확인된 전체 반응률(ORR)은 76.3% 였으며, 질병 통제율(DCR)은 100%를 기록했다. 종양 크기 최대 변화율에서는 56.7% 종양 축소를 보였고, 89.5% 환자가 조기 종양 축소를 달성했다. 무진행 생존 기간(PFS) 중앙값은 6.8개월이었고, 분석 시점 기준 전체 생존기간(OS) 중앙값은 성숙되지 않았다.
연구 책임자인 미국 텍사스대 MD앤더슨암센터(MD Anderson Cancer Center) 존 헤이맥(John V. Heymach) 교수는 "현재 표준 치료법에 초기 반응을 보이는 환자는 60~70%에 달하지만, 대부분 치료 후 몇 개월 내에 진행돼 치료 결과를 개선할 새로운 치료 옵션이 시급하다"면서 "이번 중간 분석에서 확인된 반응률과 조기 무진행 생존기간은 고무적이며, 푸미타미그가 기존 표준 치료 대비 환자에게 더 오래 지속되는 항종양 반응을 제공할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이오엔텍과 BMS는 2월 치료 경험이 없는 확장기 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푸미타미그+화학요법과 표준 치료인 티쎈트릭+화학요법을 1차 치료제로 비교 평가하는 글로벌 3상 임상시험 ROSETTA-LUNG-01(NCT06712355)을 시작했다. 우선 미국, 영국, 터키, 중국, 한국, 호주에서 환자 등록을 진행 중이며, 2029년 9월 완료될 예정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르면 2028년 출시하고 14억 달러 규모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MSD·다이이찌산쿄, 치료 단계 관계없이 의미있는 이점과 두개내 효능 확인
MSD와 다이이찌산쿄(Daiichi Sankyo)는 B7-H3 표적 항체약물접합체(ADC) 이피나타맙 데룩스테칸(Ifinatamab deruxtecan, I-DXd)의 2상 IDeate-Lung01 연구(NCT05280470)의 1차 분석 데이터를 발표했다. I-DXd은 치료 경험이 있는 확장기 소세포폐암 환자에서 높은 반응률과 반응 지속률을 보이며 유망한 항종양 활성을 나타냈다.
IDeate-Lung01은 이전에 백금 기반 화학요법을 1회 이상, 최대 3회 치료를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으로, 무증상 뇌전이 환자도 참여했다.
분석 결과 객관적 반응률(ORR)은 48.2%, 반응 지속 기간(DOR) 중앙값은 5.3개월, 질병 통제율은 87.6%로 관찰됐다.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은 4.9개월,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은 10.3개월이었다.
I-DXd을 2차 치료제로 투여 받은 하위그룹에서 객관적 반응률은 56.3%, 반응 기간은 7.2개월, 무진행 생존기간 5.6개월, 전체 생존기간 12.0개월로 나타났다. 3차 이상 치료 환경에서 객관적 반응률은 45.7%, 질병 통제율은 84.8%였다.
탐색적 분석에서 뇌전이가 있는 환자군의 객관적 반응률은 46.2%였으며, 전체 하위분석 데이터는 유럽종양학회(ESMO 2025)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삼성의료원 혈액종양내과 안명주 교수는 "확장기 소세포폐암 환자는 현재의 표준 치료 옵션에도 예후가 극히 불량하다"면서 "IDeate-Lung01 연구에서 관찰된 인상적인 반응률은 I-DXd이 이 공격적인 형태의 폐암 치료에서 수행할 수 있는 잠재적 역할에 대한 추가 근거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I-DXd 12㎎/㎏은 특히 임상시험에서 종종 제외되던 환자군을 포함시킨 점을 고려할 때 이전에 치료받은 확장기 소세포폐암 환자에서 놀라운 효능을 보여줬다"면서 "백금 민감도나 치료 단계와 관계없이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이점이 관찰됐으며, 의미 있는 두개내 효능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MSD와 다이이찌산쿄는 현재 3상 IDeate-Lung02 임상시험(NCT06203210)에서 I-DXd를 2차 치료제로 평가 중이다. 더불어 전 세계 규제 당국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I-DXd 는 8월 백금 기반 화학요법 중 또는 이후에 질병이 진행된 성인 확장기 소세포폐암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혁신치료제지정(BTD)을 받았다.
아이디야의 DLL3 표적 ADC·BMS의 방사성 의약품, 초기 단계지만 유망
이 외에도 아이디야 바이오사이언스(IDEAYA Biosciences)의 DLL3 표적 ADC IDE849(SHR-4849)와 BMS의 방사성의약품 RYZ101에 대한 긍정적인 1상 데이터가 발표됐다.
RYZ101는 BMS가 2023년 12월 레이즈바이오(RayzeBio)를 인수하며 확보한 후보물질로, 소마토스타틴 수용체 2 발현(SSTR2+) 고형암 환자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학회를 통해 치료 경험이 없는 SSTR2+ 발현 확장기 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RYZ101과 표준 치료를 병용요법을 평가한 1b상(NCT05595460) 데이터를 발표했다.
IDE849는 아이디야가 2024년 12월 중국 항서제약(Jiangsu Hengrui Pharmaceuticals)으로부터 도입한 후보물질이다. 소세포폐암에서 DLL3의 발현율은 85%로, 치료 대안이 제한적인 환자를 위한 표적 치료 옵션으로 연구 중이다. 이번 학회에서는 최소 1회 이상 치료를 받은 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초기 효능 데이터를 공유했다.
아이디야 하타 유지로(Yujiro S. Hata)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70명 이상의 효능 평가 가능 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분석된 객관적 반응률,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 및 전반적인 안전성 데이터는 잠재적 베스트인클래스(best-in-class)로서의 프로파일을 제시한다"면서 "잠재적 퍼스트인클래스(first-in-class)이자 베스트인클래스 DLL3 TOP1 ADC로 소세포폐암, 신경내분비종양 및 추가 DLL3 발현 증가 고형암 분야에서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은 영역을 해결하기 위한 글로벌 임상 개발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