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의대 장학금을 주고 지역에 남을 의사를 육성하는 '의대 지역정원 제도'가 갈수록 지원자를 채우지 못해 현실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내용은 일본 지역신문 1면을 장식할 만큼 정책 실패로 연결되며 시사하는 바가 컸다.
29일 일본 요미우리신문, 고베신문 1면 기사 등에 따르면, 전국 의대에서 운영하는 지역 정원제도의 별도 전형 지원자가 22개 의대에서 20%이상, 161명의 정원이 미달됐다. 일부 의대는 미달된 정원을 일반 학생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전환할 계획을 밝혔다.
일본의 의대 지역정원 제도는 지역의료에 종사할 의사를 가진 의대생을 각 의대가 선발해 지자체의 장학금을 지급받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해당 의대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한 다음 의료취약지로 분류되는 일정 지역에 9년간 남도록 하고 있다.
이 제도는 사전에 지원자를 선발하는 일반전형을 운영해왔으나, 갈수록 지원자가 떨어졌다. 일반 의대 입학생들에게 의사를 물어 장학금을 주는 제도로 보완했으나 여기서도 호응을 얻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단 지역정원 제도에 미달이 생긴 이유는 해당 의대생에게 의무복무 규정이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등록금 지원액인 약 2억원을 받지 않더라도 신분의 자유로움을 원한다는 것이다. 또한 지역정원 제도에 지원한 학생은 보통 지원자들과의 학력 차이가 심해 입학 자격요건을 통과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일본 현지 언론들은 “실효성이 있고 학생의 눈높이에 맞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지난 10년간 지역간 의료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사를 늘리는 정책을 펼쳐왔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2015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2006년 지역의료 종합계획에 따라 1982년부터 의대 증원을 억제하는 원칙을 수정했다. 의사가 부족한 지자체 소재의 의대 증원을 허용했다. 의대 지역 정원제도의 정원은 2010년 67개 대학 1166명으로 급증했고 2013년 68개 대학 1425명에 이르고 있다.
이와 별도로 의료취약지에 종사하는 의사를 양성하는 일본의 자치의대 역시 의대생들의 호응을 크게 얻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치의대는 의료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도서, 벽지 등의 지역주민의 의료서비스를 위한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 1972년에 설립됐다. 각 지자체별로 2~3명의 할당정원을 두고 있으며, 2015년 기준으로 총 123명을 선발했다.
자치의대생은 지역정원 제도와 마찬가지로 장학금이 지급된다. 의무복무 기간은 9년이며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장학금을 반환해야 한다. 하지만 의무복무 규정을 지키지 않는 비율이 늘어나거나, 의사들 사이에 인기를 얻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 의사는 “의대 지역정원 제도는 장학금을 주더라도 학생들에게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라며 "여기에 지원한 학생 중에선 성적이 의대 지원 자격에 들지 못해 입학초기부터 탈락하는 사례도 많았다”라고 했다.
그는 “특히 일본 의사들 사이에서 자치의대 이미지가 상당히 좋지 않다. 한국에서 공공의대(대학원)를 만든다면 여기 졸업생은 타의대 출신에게 배척당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했다. 이어 “자치의대를 보완하기 위해 지역정원 제도가 만들어졌고, 일반 의대 입학생을 상대로 지원자를 받는데 이 마저도 미달이라는 상황이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