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제약산업 성공불융자 제도 도입 연구용역 입찰서 제출이 19일 마감되면서, 신약개발 분야에 성공불융자 제도를 도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연구는 제도 개념 정립부터 도입 효과, 부작용, 정책 설계, 법령 정비 방안까지 폭넓게 검토하는 내용으로, 복지부는 5월 중 연구기관을 선정해 연말까지 용역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복지부는 나라장터를 통해 4월 21일부터 5월 6일까지 입찰을 접수했으나 유찰됐다. 이에 5월 7일 재공고했으며 18일까지 입찰참가등록을 받았다. 복지부는 일반경쟁입찰을 통해 선정된 기관과 5월 중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체결일부터 12월 10일까지 연구용역을 수행할 계획이다.
성공불융자는 정부가 사업 자금 일부를 융자하되 실패하면 융자금을 감면하고, 성공하면 기업이 원리금과 특별부담금을 납부하는 방식의 제도다.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고 실패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고수익 사업에서 정부가 민간과 위험을 나눠 민간 투자 유인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복지부는 신약개발이 장기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대표적 고위험 산업인데도 민간 투자 공백이 크고, 완제의약품 개발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드물다는 점을 감안해 제도 도입 검토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연구의 핵심은 ▲성공불융자 제도 개념 정립 및 도입 필요성 검토 ▲제약산업에의 성공불융자 도입 효과성 및 고려 필요사항 분석 ▲성공불융자 도입을 위한 제도 설계다.
구체적으로 제약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투자 병목이 발생하는 구간과 원인을 분석하고, 정책 수요자 인터뷰 등을 통해 제도 설계를 위한 기초자료를 수집한다.
또한 제도 도입 시 경제적·산업적 효과를 정량·정성적으로 분석하고, 시범사업 후 본사업 전환 방안과 법령·제도 정비 방향까지 제시하도록 했다. 복지부가 제시한 검토 항목에는 임상 3상 진입률, 후기 임상 파이프라인 확대, 민간 공동투자 유입, 기업 자금조달 비용 완화, 수출 파급효과, 재정 지속가능성 등이 포함된다. 이와 함께 민간 투자 대체, 시장 왜곡, 역선택, 도덕적 해이, 도전 회피 같은 부작용과 제도 실패 리스크도 점검하도록 했다.
이 외에도 지원 대상과 선정 기준, 융자금 지급 방식, 사전·사후관리 거버넌스 설계 등도 주요 연구 범위에 포함된다.
협회는 이런 논의 배경으로 신약개발의 높은 실패 위험과 막대한 비용 부담을 들었다. 글로벌 신약 1개를 개발하는 데 1조원 이상이 들고, 5000~1만개의 후보물질 중 1개만 승인 확률을 가진다. 임상 단계에 진입한 후보물질조차 임상 1상부터 승인까지 성공률이 7.9%에 불과하고, 평균 10.5년이 걸린다.
최근 글로벌 빅파마의 연구개발 비용 상승도 제도 도입 필요성을 높였다. 협회는 딜로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상위 20개사의 2025년 신약개발 비용이 26억7100만 달러로 전년보다 19.8% 증가했다고 밝혔다. 수익성은 일부 개선되고 있지만 근본적 생산성은 낮아지고 있고, 후기 파이프라인의 61%가 외부 소싱 자산이다.
협회는 현재 성공불융자 제도가 해외자원개발사업법에는 도입돼 있지만, 신약개발처럼 성공 가능성보다 실패 확률이 훨씬 큰 업종에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내 신약개발기업 대부분은 기술개발 초기단계에서 기술수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에 머무르는 상황에서, 선진국 도약을 위해서는 죽음의 계곡을 넘어 전주기 신약개발 사이클을 완주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