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환자 급증, 예방보다 치료 중심의 의료, 환자들의 대도시 집중…대한민국 의료는 지속가능할 것인가?
대한병원협회는 18일 'Korea Healthcare congress'에서 '한국 의료전달체계의 미래'를 주제로 패널토의하는 시간을 준비했다.
고대의대 윤석준(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국민들은 의료를 문화활동하듯 이용하는데 이를 제지할 명분도 없다"면서 "하지만 과연 이게 바람직한지, 지속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2000년대 초와 같은 건강보험 재정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윤 교수는 "현 건강보험 재정이 20조원 흑자라고 하지만 모니터링해보면 그리 넉넉지 않아 재정위기가 닥칠 수 있다"면서 "통일이라는 문제도 먼 미래가 아니기 때문에 의료전달체계를 정비하지 않으면 대혼란이 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선임연구위원도 건강보험 재정 위기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현재 3대 비급여, 4대 중증질환 보장성을 확대하고 있는데 이런 정책을 지속하고, 저출산 기조가 계속되면 2020년 대에는 재정이 고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내년 대선에서 당선된 정부는 보건의료 공약을 실천할 것이고, 저출산으로 인해 40년 후 인구 1명이 노인 1명을 먹여 살려야 하는 구조가 된다면 건보재정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는 "특별한 변화가 없다면 우리나라는 전면적인 도전을 받게 될 것이고, 가장 앞에 있는 게 보건의료"라면서 "지금 당장은 문제가 되지 않을지 모르지만 5년후, 10년후 실감할 수 있기 때문에 넋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고 환기시켰다.
의료전달체계의 또 하나의 쟁점은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을 치료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다.
건강보험공단 서울지역본부 유승현(내분비내과 전문의) 건강삼담센터 부장은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기전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국가 차원의 기전도 없고, 환자들에게 병원에 가라고 안내하면 화를 낸다"면서 "국민들의 인식도 문제지만 의사들 역시 질병 관리에 대한 공감대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병에 걸린지 5년이 지나 병원에 오다보니 당뇨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OECD 국가 중 1위"라면서 "의료전달체계를 단순히 비용 문제에서 볼 게 아니라 환자들이 행복할 수 있는 방식이 무엇일까 하는 관점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윤석준 교수는 "우리나라는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의료제도 변화가 정지된 상태"라면서 "더 이상 멈춰있으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서울와이즈재활요양병원 김치원 원장은 신의료기술에 대한 투자를 주문했다.
김치원 원장은 "디지털 헬스케어 등의 신기술을 어떻게 잘 활용할까도 고민해야 하는데 신기술에 대해 보험 적용에 회의적이다 보니 모두들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라면서 "건강보험공단이 신기술에 전향적으로 투자하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다"고 피력했다.
특히 신영석 선임연구위원은 10년 후를 대비해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단언했다.
그는 "동네의원의 비중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그 말은 국민들이 고급의료를 선호하기도 하지만 신뢰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인데, 가까운 장래에 회복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면서 "점점 더 상급종합병원 쏠림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그는 "1차의료가 어떻게 생존할지,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증강현실(AR), 원격의료가 생활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을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