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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화 할 수 있으면 경증? 살 수 있는 환자에게 사망 후 병원 가라는 것"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 박민수 차관 발언 비판…"가벼운 한 마디가 얼마나 많은 죽음 가져올까"

    기사입력시간 2024-09-05 05:14
    최종업데이트 2024-09-05 05:14

    지난 2월 20일 대전협 대의원 총회에서 당시 의협 비대위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는 박단 위원장.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보건복지부 박민수 차관이 환자 본인의 경증 여부 판단에 대해 한 발언을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박 차관은 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경증 환자들의 응급실 이용 자제를 당부하며 “본인이 전화해서 (경증 여부를) 알아볼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 자체가 경증이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했다. 이 외에도 “열이 나거나 배가 갑자기 아프거나, 어디가 찢어져서 피가 많이 난다는 것들은 경증에 해당한다”고도 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같은 박 차관의 발언에 대해 페이스북에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사직 전까지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로 일했었다.
     
    그는 “머리가 아프다, 가슴이 답답하다며 응급실에 걸어들어오는 환자는 정말 많다. 그중 진단 결과 뇌출혈, 심근경색인 경우는 정말 비일비재하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일부는 죽는다”며 “그들은 전화를 할 수 있었고, 조금이라도 더 빨리 왔다면 살았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어 “증상의 원인이 뭔지 의심조차 어려운 경우도 많다. 응급의학과 전공의 1년 차 때 진료했던 환자 중 치통을 주호소로 내원한 할머니가 한 분 있었다. 당연히 의식은 명료했고 경환 구역까지 걸어 들어왔다”며 검사 결과 대동맥 박리가 확인돼 즉각 수술을 받았던 환자의 일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보기 드문 사례였고 지금 돌이켜봐도 정말 황당하다. 당시 집요하게 파고들지 않았다면 그 환자는 죽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랬다면 환자 가족들은 소송을 제기했을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차관의 말은 결국 소생 가능한 환자에게 지금이 아니라 사망한 후에 병원에 가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진단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전화를 할 수 있단 사실만으로 중증과 경증을 나눌 수 있다면 트리아지라는 응급환자 분류체계는 물론 6년의 의대 교육과 5년의 응급의학과 전공의 수련 과정 역시 불필요한 것일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에게 보고할 숫자를, 국민을 호도할 통계를 예쁘게 정리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환자를 당신의 실적으로만 보지 않길 바란다”며 “그리고 대통령의 말처럼 부디 의료현장에 가보시라. 당신의 가벼운 한마디가 얼마나 많은 죽음을 가져오게 될지. 엄숙한 진료 현장에서. 오늘 단 하루라도. 무겁게 반성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