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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사 초음파 의료기기 사용, 의료법 위반 아니다" 대법원 판결에 의료계 '충격'

    원심 파기환송 "국내 한의대 의료기기 교육과정 강화...한의학 진단 보조수단 사용은 면허 범위 이외라고 보기 어려워"

    기사입력시간 2022-12-22 15:13
    최종업데이트 2022-12-22 15:36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2일 오후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의사의 상고심 선고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 대해 "한의사가 모든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해도 된다는 취지는 아니지만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은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적합하다"고 해석했다. 

    대법원은 "과거 헌법재판소는 수차례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라고 결정했으나, 당시와 비교해 최근 국내 한의과 대학 의료기기 사용 관련 교육 과정은 지속적으로 강화됐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한의사는 2010년 3월부터 2012년 6월까지 환자 A씨를 진료하면서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A씨는 자궁내막증식증으로 서울대병원에서 진료를 받았으나 상태가 호전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한의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한의사는 초음파 기기를 활용해 A씨의 신체 내부를 촬영하고 초음파 화면을 참고해 자궁내막 상태를 확인하고 침 치료를 병행했다. 

    검찰은 한의사에 대해 무면허의료행위를 한 것으로 보고 기소했다. 의료법 제27조 1항은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1심과 2심 재판부도 한의사의 의료법 위반 혐의를 인정하고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의료법령에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금지한 규정은 없지만 초음파는 서양의 현대 과학에 기본을 두고 제작된 것으로 한의학 이론에 기초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초음파 진단은 영상의학과의 전문 진료 과목이다. 진단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현상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며 "초음파 진단은 영상의학과 전문의나 초음파 검사 경험이 많은 의사가 시행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 같은 판결은 앞서 2014년 대법원 판례를 따랐다. 당시 대법원은 한의사가 의료공학의 발전에 따라 새로 개발된 의료기기를 면허 범위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려면 의료기기 개발 원리가 한의학의 학문에 기초한 것인지와 한의사가 사용하더라도 보건위생상 위해가 없는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해석했다. 

    헌법재판소도 2009년부터 6차례에 걸쳐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 내지 초음파 골밀도측정기를 사용해 진료행위를 한 것이 한의사로서 면허를 받은 범위 밖의 의료행위를 한 것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1, 2심 판결은 이번 대법원에서 전면 뒤집혔다. 대법원은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금지한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한의사가 초음파 기기를 통해 환자 신체를 촬영하고 화면에 나타난 모습을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 의료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과거 헌법재판소는 수차례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라고 결정했으나, 당시와 비교해 최근 국내 한의과 대학 의료기기 사용 관련 교육 과정은 지속적으로 강화됐다"고 했다. 

    이울러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은 의료법 1조가 정한 국민 건강 보호 증진 기여와 의료 서비스에 대한 국민 선택권을 합리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헌법 10조에 근거해 타당하다"고 전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이 한의사의 모든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합법화하는 취지는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이 한의사의 모든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한다는 취지는 아니다. 이번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보조 사용이 한의학적 행위에 의하지 않았음이 명백하다거나 보건 위생상 위해 발생 우려가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라고 일축했다. 

    특히 안철상, 이동원 대법관은 한의사의 의료법 위반에 무게를 실으면서,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양방과 한방을 엄격히 구분해 이원화 원칙을 취하고 있다.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허용은 이원적 의료체계에 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들은 "한의과 대학의 교육 정도를 감안했을 때 제대로 훈련받지 않은 한의사가 초음파 기기를 사용하면 오진 등 보건위생상 위해 발생 소지가 높다"며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여부는 제도와 입법적 해결이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판결로 의료계는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 김교웅 위원장은 "너무 황당한 판결이라 할말을 잃었다. 자궁내막암을 놓친 것이 위생상 위해를 가하지 않았다는 뜻인지 의문"이라며 "이판결에 대해 의협 내 대책회의를 곧 소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의협 박수현 대변인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판결이다. 영상을 보는데 있어서도 검사를 하는 사람의 숙련도와 전문성에 따라 판독이 달라질 수 있다"며 "영상의학과 등 별도 전문과가 엄연히 있는 상황인데, 이를 배경지식이 전혀 다른 동양철학을 바탕으로 교육과 경험이 부재한 이에게 허용하는 것은 무면허 의료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사건은 자궁내막암을 놓치고 치료가 늦어진 명백한 환자 피해 사건"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건위생상 위해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영상의학회 황성일 의무이사는 "중요한 사건이다. 학회 내부 의견을 모으는 중이다. 의견이 모이는데로 입장을 내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