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회장 겸 비상대책위원장이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단체행동을 모색하는 중요한 시기에 리더십 논란에 휩싸였다.
15일 전공의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사건의 발단은 지난 12일 대전협 임시대의원총회로 거슬로 올라간다. 당시 박 회장은 사직서 제출 등 단체행동을 빨리 진행하는 것을 반대하고 단체행동 데드라인을 총선 2~3주 전인 3월 말로 주장했다.
또한 박 회장은 신규로 입사하는 인턴들이 곧바로 지원을 거부하지 말고 수련계획서를 작성한 이후 사직서를 쓰는 방안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정원 증원 규모가 2000명이나 되는 만큼 이날 회의에선 강경한 의견이 다수 나왔다. 그러나 결국 박단 회장 주장대로 전공의들이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였다. 이날 회의 내용은 전공의 회원들에게도 공개되지 않았다.
특히 박 회장은 임총 회의에서 A병원 전공의 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겠다는 주장에 "자신은 비대위원장에서 내려올 생각이 없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틀 뒤인 14일 언론을 통해 임총 회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공개되면서 내부적으로 반발이 시작됐다. 집단행동을 3월 말까지 늦추지 말고 곧바로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부터, 회의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답답한 상황에 대한 공분도 나왔다. 이때까지만 해도 전공의 내부적으로 찬반 의견이 갈렸다.
하지만 여기에 '박단 회장이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소속 아니냐'는 의혹이 내부적으로 불거지면서 박단 회장 옹호 주장은 급격히 힘을 잃었다.
인의협은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의대정원 증원에 찬성하며, 나아가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신설을 주장하는 의사 단체다.
빅5병원에 근무하는 한 전공의는 "박단 회장의 페이스북 팔로잉 목록엔 인의협과 대구경북 인의협, 인의협 활동 의사 등이 포함돼 있다"며 "인의협을 비롯해 이재명 대표, 남인순 의원 등 민주당 인사들도 대거 목록에 있다"고 말했다.
인의협 소속 의혹이 불거지면서 박단 회장의 과거 공중보건의사 경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서울역 노숙인 무료 진료소에서 공보의 생활을 했다. 서울역 노숙인 무료 진료소는 1998년 인의협 주체로 설치된 진료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급기야 박 회장이 곧바로 비대위원장 자리에서 사퇴하고 강경하게 단체행동을 진두지휘할 수 있는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수도권에 위치한 수련병원에 근무하는 전공의는 직접 박단 회장에게 직접 메신저를 보내 비대위원장에서 사퇴하라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는 박 회장에게 메시지를 통해 "제가 있는 병원만 해도 지금 어떻게 (상황이) 돌아가는지 전달받을 통로가 없어 (모두가) 답답해하고 있다"며 "비대위원장을 하겠다는 분들도 있고 공개사직을 한 분도 있다. 더 이상 지켜볼 수 만은 없다. 무서우시면 사퇴하고 더 용기 있는 전공의에게 자리를 양보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해명을 듣기 위해 박단 회장에게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