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의료사고 피해자·유족·환자단체는 17일 지난 5월 부산 소재 정형외과 의원에서 의료기기 영업사원의 대리수술로 환자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1심 형사법원이 솜방망이 판결을 내렸다며 유감을 표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1심 재판 결과, 무자격자에게 수술을 시킨 해당 정형외과 의사는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대리수술로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의료기기업체 영업사원은 고작 징역 10개월에 그쳤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 16일 우리 사회에 무자격자 대리수술을 화두(火斗)로 부각시킨 부산 소재 정형외과의 무자격자 대리수술 사건의 1심 형사법원 판결선고가 있었다"며 "1심 법원은 영업사원에게 대리수술을 시켜 환자를 숨지게 한 혐의로 업무상과실치사죄와 의료법위반죄로 기소된 의사에 대해서는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무자격자인 의료기기업체 영업사원에게는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환자단체는 "이는 검사가 의사와 영업사원에게 각각 구형한 징역 5년, 징역 3년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위의 형사처벌이다"며 "무자격자 대리수술로 환자를 숨지게 한 의료기기업체 영업사원과 이를 교사한 의사에 대한 1심 형사법원이 솜방망이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호소했다.
환자단체는 "1심 형사법원은 판결문에서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의료행위는 의료인에게만 독점적으로 허용되지만 피고인은 의료인이 아닌 사람에게 의료행위를 대신하게 했고, 수술을 직접 하지 않았고, 환자 활력 징후도 관찰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하고, 간호일지도 거짓으로 작성해 죄책이 무겁다'고 판시했다"며 "또 법원은 '무자격자인 의료기기업체 영업사원이 과거에도 무면허 의료행위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받은 전력이 있다'고도 판시했다"고 말했다.
환자단체는 "해당 정형외과 의사는 증거인멸을 목적으로 수술실 CCTV 영상을 임의로 삭제하기도 했다. 만일 경찰이 삭제된 수술실 CCTV 영상을 복원하지 않았다면 무자격자 대리수술은 절대 밝혀지지 않았을 것이다"며 "그러나 1심 법원이 실제 선고한 형량은 의사의 경우 징역형 1년이었고 영업사원의 경우 징역형 10개월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환자단체는 "수술실에서 환자가 전신마취로 의식을 잃자 집도의사는 수술실에서 나가 외래진료를 봤다. 그 사이 무자격자인 의료기기업체 영업사원이 간호조무사들의 보조를 받아 환자의 신체를 훼손하는 불법 수술을 하였고 이로 인해 환자는 결국 사망했다"며 "수술시 환자의 신체를 훼손할 수 있는 모든 권리는 환자가 수술을 허락한 집도의사에게만 있고, 환자로부터 위임된 집도의사의 권리는 환자의 동의 없이 타인에게 양도될 수 없다"고 말했다.
환자단체는 "따라서 수술실에서 환자를 전신마취한 후에 환자 동의 없이 집도의사를 의료기기업체 영업사원과 바꿔치기하는 '무자격자 대리수술'은 그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중대 범죄행위다"고 강조했다.
환자단체는 "무자격자 대리수술은 외부와 차단된 수술실과 전신마취약을 이용한 ‘반인륜범죄’이고, 의사면허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신종사기'다. 이를 근절하려면 경찰·검찰과 법원의 강력한 형사처벌이 필수적이다"며 "그러나 이번 1심 형사법원의 판결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법원이 무자격자 대리수술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과 같다"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환자단체는 "무자격자 대리수술 근절에 소극적인 보건복지부와 국회에 대한 실망을 넘어 마지막 희망을 걸었던 법원 마저 경미한 형사처벌을 내린 것에 대해 실망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며 "2심 형사법원은 의료기기업체 영업사원 등 무자격자가 대리수술을 하거나 의료인이 이를 교사하는 행위에 대해 엄중한 형사처벌을 선고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환자단체는 "이와 함께 국회는 환자안전을 위협하고 의사면허의 권위를 추락시키는 무자격자 대리수술 근절을 위해 수술실 CCTV 설치, 의료인 면허 취소·정지, 의료인 정보 공개 등의 입법화를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