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치매' 용어 변경 이전에 환자에 대한 인식부터 개선해야 한다."
최근 정부가 용어의 부정적 인식으로 치매 명칭 변경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보다 해당 명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치매학회는 지난 24일 부산 벡스코(BEXCO)에서 개최된 2023 국제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또 치매라는 진단보다는 인지 기능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등을 기준으로 노인장기요양급여 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펼쳤다.
현재 치매, 중풍, 파킨슨병 등 대통령령으로 노인성 질환이라고 규정된 질환이 있는 환자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자 혜택을 받고 있다.
대한치매학회 양동원 이사장은 "치매 용어 관련 이슈는 지난해 가장 큰 이슈였다. 현재는 조금 잠잠해졌지만 언제 또 수면 위로 올라올지 모르는 만큼 앞으로의 추이를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며 "앞으로 가장 큰 이슈는 장애 등급을 받을 수 있는지에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환자들은 장기요양 혜택을 받고 있다. 오히려 장애인 혜택이 확대될 경우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면서도 "조기 치매, 60세 이상에는 혜택이 필요하다. 비교적 젊은 시기에 치매를 진단받을 경우 부양할 수 있는 가족이 많지 않다. 7080 치매와 5060 치매는 조금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윤영철 회장은 "치매에 대한 용어 자체를 바꾸기 전에 치매에 대한 인식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인장기요양 급여기준은 치매 정도에 따라 결정할 필요가 있다"며 "임상에서 환자를 볼 때 느낀 것이 있다. 치매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 보다 인지기능이 얼마나 떨어졌는지가 중요하다. 생활이 얼마나 불편한지 등에 대한 기준으로 장기요양 급여 등이 고려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양 이사장은 새 치매치료제 '아리아(ARIA)'의 리얼 월드 데이터(Real World Data, RWD) 축적 필요성을 언급했다.
양 이사장은 "아리아는 가격이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치료받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또 한 달에 두 번씩 맞아야 하는 만큼 병원에서 컨트롤할 수 있는 환자 수는 정해져있다. 이 때문에 리얼월드데이터 축적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문소영 학술이사는 "아리아를 실제 의사가 현장에서 얼마나 공격적으로 처방할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이에 학회는 연구진 소모임과 관련 회사와의 심포지엄 등을 통해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임재성 홍보이사는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학회 사업을 소개했다.
임 홍보이사는 "2012년부터 시작한 '일상예찬' 캠페인이 10주년을 맞았다. 이를 계기로 좀 더 업그레이드하려고 한다. 그간 일회성으로 끝나서 아쉽다거나 특정 지역에서 주로 진행되는 부분에 대한 아쉬운 의견이 있었다"며 "앞으로는 전국적으로 확장하고 콘텐츠를 다양화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경계를 넘어: 글로벌 치매 솔루션의 발전'을 주제로 개최된 2023 국제학술대회에는 35개국 800여 명의 세계적인 석학이 대거 참석했다.
이날 이들은 알츠하이머병 치매의 진단·치료, 이상행동에 대한 이해, 전두·측두치매 등 치매 연구의 최신 이슈와 발전 방향을 논의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지난 학회와 차별화된 점 중 하나는 의대생 초청이다. 학생들이 학회를 통해 신경과, 치매 등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또 대만치매학회와 MOU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한국과 대만의 치매 진단, 치료 현황을 공유하고, 젊은 연구자 교육과 공동 연구를 추진한다.
양동원 이사장은 "대만 외에 일본에서도 참여 의사를 밝혔다"며 "앞으로 더 많은 국가와 관계를 이어 나갈 계획이다. 먼저 아시아권을 집중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올해 외국 참여자는 148명이다. 더 국제적인 학회가 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국외 참여 비율이 절반 수준으로 올라오길 바란다"며 "네트워크 구축과 MOU 등을 통해 힘쓸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