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이 오는 7월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을 퇴원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의료진의 진료 태도 및 예의 등을 평가할 예정인 가운데 보건복지부도 올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뢰해 환자조사에 들어갔다.
의료 서비스를 개선할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복지부와 심평원이 경쟁적으로 유사한 조사를 하는 것이어서 의료계의 불만도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신정우 부연구위원은 6일 발간한 '보건복지 Issue&Focus 330호'에 '사람 중심의 보건의료제도와 환자의 의료서비스 이용 경험'을 게재했다.
신정우 부연구위원은 우선 지난 1월 16~17일 양일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개최한 미래의 보건의료제도 구상에 대한 정책 포럼과 OECD 보건장관회의에서 다룬 주제를 소개했다.
그는 "OECD 구리아 사무총장은 환자 중심 의료란 환자가 사랑을 받는 것이며 환자가 자신의 건강과 치료에 관여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면서 "환자의 의료서비스 이용 경험과 결과를 측정해 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구리아 사무총장은 이를 측정하지 못한다면 의료제도를 관리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고 덧붙였다.
신정우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OECD 정책 포럼에서는 진정한 의미의 사람 중심 보건의료제도가 무엇인지, 의료서비스의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 어떤 작업을 해야 하는지, 보건의료제도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정책 결정자들이 해야 하는 역할이 무엇인지를 토론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복지부는 '의료제도에 대한 국민의 인식'과 '환자의 의료서비스 이용 경험'을 확인하는 가칭 대국민 의료 서비스 실태조사를 새롭게 기획중"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1월 용역사업으로 환자 조사를 발주했으며, 이보다 앞서 지난해 12월 보건사회연구원과 공동으로 관련 공청회를 연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그는 용역사업을 하기에 앞서 지난해 11월 환자 600여명을 대상으로 시험조사한 결과도 소개했다.
시험조사는 병원의 입원 및 서비스, 의원의 외래 서비스를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신 부연구위원은 이 중 의원의 외래 서비스 조사 결과를 일부 예시했다.
의원의 외래 서비스에 대한 환자의 경험을 5점 기준으로 평가한 결과 응답자들은 '의사가 예의를 갖추고 정중하게 대했느냐'는 질문에 4.68점으로 높은 점수를 줬다.
눈높이 설명, 진료 중 질문 기회 부여 항목은 모두 4.56점, 환자의 의견 반영 항목은 4.61점, 진료 및 치료 결과 만족 수준 항목은 4.52점으로, 전반적인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심평원도 7월부터 복지부 조사와 유사한 1차 '환자경험평가'를 실시한다고 최근 발표한 바 있다.
환자경험평가는 우선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에서 퇴원한 환자 약 2만명을 대상으로, 입원 당시 의사와 간호사의 서비스, 병원 환경, 환자의 권리보장 등을 전화 설문조사하는 방식이다.
설문조사는 ▲담당 의사는 귀하를 존중하고 예의를 갖추어 대했습니까? ▲담당 의사는 귀하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어 주었습니까? ▲귀하나 보호자가 담당 의사를 만나 이야기할 기회가 자주 있었습니까? ▲귀하는 담당 의사의 회진시간 또는 회진시간 변경에 대한 정보를 제공 받으셨습니까?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가 저수가 해결을 통해 근본적인 의료 서비스 개선을 추진하지 않고 이런 중복, 유사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료 과정상 문제를 손쉽게 해결하려고 한다면 의료계의 반발을 자초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