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20년 전 소아라고 해서 진료를 거부하고 내보내는 응급실 뺑뺑이는 없었다. 그 당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지금보다 더 적었고, 소아 인구는 더 많았지만 아이가 아파서 병원을 못 갔다는 말은 없었다.
그렇다면 모든 응급의료기관에 24시간 소아전담 당직의들이 있어서 가능했을까? 아니다. 오히려 대학병원이나 대형들을 제외하고는 소아전용 구역마저 없었다.
소아응급의료 이용의 실체
응급의료기관을 이용하는 소아의 증상에 따른 KTAS 분류 비율을 보면 약 95%가 KTAS 3-5단계에 속해 있다. KATS 3단계가 50%가 넘는데 그 이유는 소아에서는 39도 이상의 발열이나 구토 등의 증상을 KATS 3단계로 분류하기 때문이다.(성인에서는 4단계로 분류된다)
물론 환아의 연령과 신체 상태등에 따라 그 중증도는 다르겠지만, 필자가 소아응급권역센터에서 근무한 경험에 따르면 90%는 대부분 단순 발열과 단순 구토를 동반한 장염이었다.
"난 내 애만 중요해. 세상 모든 부모가 다 그래."
2024년 의정투쟁 당시 보건복지부는 경증환자는 응급실 이용을 자제해달라는 메세지를 냈었다. 경증 환자로 인한 응급실 과밀화는 소아, 성인 관계없이 응급의료체계에 큰 문제지만, 소아의 경우 심각하다.
소아 환자는 단순 발열, 심지어 발열 시작 10분 만에 해열제조차 먹이지도 않고 소아응급의료센터에 119를 타고 내원한다. 구토 2차례를 하고 1차 의원에서 경구약 받자마자 수액 맞게 하고 싶다며 소아응급의료센터에 온다. 심지어 단순 콧물, 기침으로 대학병원 외래 예약을 못했다고 접수가 안되니 응급 접수로 진료를 봐 달라고 한다.
누구나 응급의료를 이용할 수는 있지만, 응급은 "내가 급하다"고 응급이 아니다. 하지만 '소아 + 보호자의 걱정 = 응급'이 되는 정서는 소아의료가 감당할 수 없는 수요이다.
소아 전문 의료진을 찾는 행태
과거 필자가 인턴을 하던 20년 전에는 소아 열상환자라도 단순 열상의 경우 보호자에게 설명하여 직접 봉합 처치를 하고 추후 외과나 성형외과 외래 진료 안내를 했다. 요즘이라면 정형외과, 성형외과 당직의를 불러달라며 노발대발하겠지만, 당시는 보호자도 잘 동의가 됐다.
2017년 소아 세부전문 외과의가 아닌 당직 외과 교수가 수술을 한 것을 문제 삼은 뒤로는 그 누구도 전문 분과 아니면 소아에 손을 대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니 환자와 보호자가 찾아도 도와줄 의사는 부족하게 돼버렸고, '소아' 라는 말만 들어도 학을 떼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런 문제는 '장중첩증' 환아 응급진료 영역에서부터 두드러지게 드러났는데, 소아청소년과, 소아전문 영상의학과, 소아전문 외과 당직이 모두 동시에 개입이 가능해야만 환아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결국 현재 전국 단위로 '장중첩증 전원 당직 체계'가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다
5%의 응급한 소아를 봐주는 소아응급을 유지하면서 95%의 비응급 소아를 봐줄 수 있는 체계는 20년 전에는 잘 돌아가고 있었다. (5%, 95%로 나누는 건 너무 극단적이지만 표준편차 분포의 보편성을 기준으로 나눈다면 그렇다는 것이다.)
특별한 응급의료가 필요한 5%를 위한 의료가 유지될 수 있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95%가 망가 뜨려버렸다. 사법 의료로 인해 보편적 의료가 무너져버렸고, 특별한 내 아이를 위한 이기심이 도움의 손길들을 떠나게 만들었다.
괜찮아도 괜찮다고 말을 못하는 시대
소아 진료를 하다보면 온갖 민원과 인터넷 글들을 마주하게 되믄데, '오진' 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게된다. 소아 특성상 낮은 본인부담금 (700원~5000원)으로 인해 '세컨드 오피니언'을 듣기 위한 의료쇼핑이 쉬운데다, 시간에 따른 증상 변화도 심하다.
결국 의사의 진찰 시점에 따라 달라지는 소견을 오진이라며 비난을 하고 이를 문제 삼기도 한다. 우스개 말로 마지막에 본 의사가 명의가 되는 의료가 되는 셈인데, 이는 소아에서 매우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경과관찰을 하는 동안 말을 아끼거나 증상이 변하면 실력없는 의사로 낙인 찍히고 공개처형당하니 소아진료를 기피할 수밖에 없다.
간단한 타박상도 영상검사를 없이는 괜찮다고 할 수 없고, 이를 위해서 소아 전문 외상 전문의에게 보내야 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