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지난해 8월 1일부터 개정된 정신건강의학과의 ‘증상 및 행동 평가 척도’ 요양급여 기준(보건복지부 고시 제2020-163호)을 두고 일선 의료기관으로부터 수차례의 법률 자문 요청을 받았다. 대부분의 문의 내용은 기존 요양급여 검사가 개정 요양급여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요양기관은 임의 비급여 진료비용 청구로 인해 보건복지부 현지조사에서 부당이득금 환수, 업무정지 및 과징금 처분을 받을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임의 비급여 논란에 대해 한 번 살펴보자. 의학적 필요성이 인정되지만 법정 비급여에는 들어있지 않다면 무조건 불법이고 환수 대상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의학적 필요성이 분명한 경우에는 비급여 청구 가능하며, 의사가 스스로 의학적으로 꼭 필요한 행위에 대해 위축될 필요는 없다.
국민건강보험법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요양급여의 기준을 정할 때 업무 또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질환 기타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사항은 요양급여의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제41조 제4항). 요양급여기준규칙은 업무 또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경우, 보험급여 시책상 요양급여로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 건강보험급여원리에 부합하지 아니한 경우 등의 진료를 유형화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행위(이른바 ‘법정 비급여 진료행위’)를 따로 규정하고 있다(제9조 [별표 2]). 그런데 이런 국민건강보험법령의 규정 등에 의해 명시적으로 인정된 ‘요양급여’ 및 ‘법정 비급여’ 진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것을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라 한다.
대법원은 임의로 비급여 진료행위를 하고 가입자 등의 사이에 요양 비급여로 하기로 상호 합의해 진료비용 등을 가입자 등으로부터 지급받은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 제1항, 제4항과 제85조 제1항 제1호, 제2항에서 규정한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가입자 등으로부터 요양 급여비용을 받거나 가입자 등에게 이를 부담하게 한 때’에 해당해 위법이라 판단했다(대법원 2012. 6. 18. 선고 2010두27639 판결 참조).
다만 세 가지 예외요건 즉, ▲국민건강보험 제도 내로 편입시킬 절차가 없거나 시급한 경우 ▲의학적으로 안전하고 유효할 뿐 아니라 해당 환자에게도 필요하며 ▲환자에게 내용과 비용을 미리 충분히 설명해 동의를 받았다면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 후 환자에게 진료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도 대법원은 임신성 당뇨 검사가 요양급여의 대상이 아니라 의사가 시행하지 않았다는 주장의 소송에서 "의사들이 임상의학에서 이를 일반적으로 시술하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최선의 진료를 하지 않았다면 주의의무 위반"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다3822 판결 참조).
다시 말해, 의사 입장에서 임의 비급여에 적용돼 요양급여기준에 반하더라도 최선의 진료행위를 해야 하는 과도한 의무만을 부담하고, 진료행위에 대한 정당한 비용을 청구할 수 없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환자가 의료인에게 진료를 의뢰하고 의료인이 그 요청에 응해 치료행위를 개시하는 경우에 의료인과 환자 사이에는 의료계약이 성립된다. 의료계약에 따라 의료인은 질병의 치료 등을 위해 모든 의료지식과 의료기술을 동원해 환자를 진찰하고 치료할 의무를 부담한다. 만약 임의 비급여에 해당한다면 환자 측이 적당한 보수를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규제하는 현행 근거규정은 없다.
게다가 요양급여 또는 법정 비급여 진료행위로 정해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의사가 최선의 진료를 하지 않았다며 복지부는 진료행위의 정당성을 부정하고 이익의 환수뿐 아니라, 업무정지나 과징금의 제재까지 가할 수 있다. 이는 국민보건을 향상시키려는 국민건강보험법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다.
요양급여 비용은 국민건강보험에 의해 요양급여가 행해진 경우 그 급여에 대한 대가다. 요양급여는 보험재정의 상태와 사회적 필요성 등을 고려해 의료행위 중 일부에만 우선순위를 부여해 복지부 장관이 결정한다. 이때 요양급여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은 ‘최선’이 아닌 ‘비용효과적’ 및 ‘최적’일 뿐이다.
환자는 요양급여로 제공되는 기본진료를 넘어선 최선의 진료를 받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의사는 보험재정의 한계를 이유로 국민건강보험에서 제공할 수 없다며 환자를 돌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최선의 의료행위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국민건강보험의 틀 밖에서라도 요양기관과 환자 사이의 사적 진료계약에 의해 환자가 원하는 진료를 받을 수 있다면 충분히 위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요양기관은 요양급여기준을 벗어난 비급여 진료행위를 선택할 때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분명한 동의서 작성에 관해 법률 자문을 받아 법적 분쟁을 사전에 예방할 필요가 있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