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에이비엘바이오가 위암 치료제 'ABL111'의 허가용 임상 3상 진입과 담도암 치료제 'ABL001'의 미국 허가를 본격 추진한다. 그동안 그랩바디 플랫폼 기반 기술이전으로 성장해왔다면, 앞으로는 후기 임상과 허가, 로열티 수익을 통해 기술이전 이후의 성장성을 확인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랩바디-B는 siRNA 등 전달 영역으로 확장하고, 이중항체 ADC는 미국 자회사 네옥바이오를 통해 임상 개발을 이어간다. 사노피에 기술이전한 ABL301은 바이오마커 준비 이후 후속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에이비엘바이오 이상훈 대표는 7일 기업설명회를 열고 ABL 2.0 전략과 주요 파이프라인 개발 현황을 공유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2025년부터 2026년까지는 에이비엘바이오 2.0 버전에서 중요한 시기"라며 "ABL111, ABL503을 포함한 그랩바디-T 임상 후속 개발과 BBB 셔틀의 siRNA 전달, 이중항체 ADC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ABL111, 12월 글로벌 3상 추진…"저발현 환자군서도 반응 확인"
에이비엘바이오와 노바브릿지 바이오사이언스가 공동개발 중인 ABL111은 CLDN18.2와 4-1BB를 동시에 표적하는 이중항체다. 현재 HER2 음성, CLDN18.2 양성 진행성·전이성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ABL111과 니볼루맙, mFOLFOX6를 병용하는 1차 치료요법으로 개발되고 있다.
ABL111은 2022년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고, 올해 6월 패스트트랙 지정을 받았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올해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ABL111 위암 병용 임상 1b상 후속 데이터를 발표하고, 2026년 4분기 허가용 임상 3상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당초 ABL111은 임상 2상을 거쳐 3상에 진입하는 방식으로 개발이 진행됐다. 하지만 에이비엘바이오와 노바브릿지는 임상 1b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FDA와 논의를 진행한 후, 현재 진행 중인 임상 2상을 40~50명 수준까지 환자를 등록한 뒤 종료하고 올해 12월 글로벌 임상 3상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는 개발 속도를 높이고, 후속 파트너십 논의를 빠르게 이어가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ABL111 병용요법 임상 1b상은 HER2 음성, CLDN18.2 양성 진행성·전이성 위암 1차 치료 환자를 대상으로 ABL111과 니볼루맙, mFOLFOX6를 병용 투여한 연구다. 해당 연구에서는 객관적반응률(ORR) 75.0%, 질병통제율(DCR) 98.0%가 확인됐다. 용량별로는 8mg/kg군에서 ORR 76.9%, 12mg/kg군에서 ORR 73.1%가 나타났다. 특히 CLDN18.2 저발현 환자군에서도 ORR 78.3%를 보여, 기존 CLDN18.2 표적 치료제보다 넓은 환자군을 공략할 가능성이 제시됐다.
이 대표는 "ABL111은 이미 임상 2상에 들어간 상황에서 FDA와 미팅을 신청했다"며 "FDA가 임상 1b 데이터를 긍정적으로 검토했고, 올해 12월부터 임상 3상을 1차 치료제로 진행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스텔라스의 졸베투시맙은 CLDN18.2가 과발현되는 환자군에서 개발됐지만, ABL111은 CLDN18.2 저발현 환자뿐 아니라 PD-L1 저발현 환자군에서도 효과를 확인하고 있다"며 "기존에 허가받은 졸베투시맙을 뛰어넘을 수 있는 신약"이라고 강조했다.
기술이전과 관련해서는 "이미 빅파마들과 논의를 진행했다"며 "임상 3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양사의 밸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ABL111의 글로벌 권리 일부는 유지하겠다고 부연했다. 이 대표는 "ABL111과 ABL503의 글로벌 권리 50%는 무조건 에이비엘바이오가 진행한다는 것이 현재 포지션"이라며 "기술이전이나 임상이 진행돼도 에이비엘바이오는 50% 권리를 갖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 항체 넘어 핵산치료제 등 전달로 확장
이어 에이비엘바이오는 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의 확장 전략을 제시했다. 그랩바디-B는 IGF1R 기반 약물 전달 플랫폼으로, 에이비엘바이오는 사노피, GSK, 일라이 릴리와의 기술이전 및 공동연구를 통해 플랫폼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기존 그랩바디-B가 항체를 뇌로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향후 전략은 siRNA,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SO), 효소, 융합단백질 등 다양한 모달리티로 확장하는 방향이다. 뇌질환뿐 아니라 근육 등 뇌 이외 조직으로 약물 전달 범위를 넓히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 대표는 "GSK와 릴리의 플랫폼 딜은 예정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 오히려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빨리 진행되는 부분이 있다"며 "6월 BIO USA 기간 에이비엘바이오 연구원 10명이 보스턴을 방문해 릴리 연구진과 조인트 리서치 미팅을 진행했고, 항체뿐 아니라 siRNA 공동개발과 향후 개발 타임라인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사노피에 기술이전된 ABL301 후속 임상 연기에 대해서는 종료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ABL301은 그랩바디-B를 적용한 파킨슨병 후보물질로, 올해 초 사노피가 후속 임상 일정을 조정하면서 투자자 우려가 커졌다.
이 대표는 "사노피로부터 후속 임상은 지속적으로 진행되며, 바이오마커 준비가 되는 대로 임상을 진행하겠다는 메시지를 받았다"며 "ABL301은 결코 종료된 물질이 아니며 사노피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는 물질이라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고 했다.
ABL001, BLA 제출 전 FDA 협의…ADC는 네옥바이오서 임상 1상 진행
담도암 치료제 ABL001은 VEGF와 DLL4를 표적하는 이중항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2018년 ABL001을 미국 컴패스 테라퓨틱스에 기술이전했으며, 현재 컴패스 테라퓨틱스가 담도암 2차 치료제로 개발을 맡고 있다.
ABL001과 파클리탁셀 병용요법은 담도암 2·3상에서 ORR 17.1%, 전체생존기간(OS) 8.9개월, 무진행생존기간(PFS) 4.7개월을 보였다. 파클리탁셀 단독요법은 ORR 5.3%, OS 6.1개월, PFS 2.6개월이었다.
다만 OS에서는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 대표는 파클리탁셀 단독군 환자들이 질병 진행 후 ABL001 병용요법으로 넘어가는 교차투여가 이뤄지면서 OS 차이가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ABL001은 담도암 2차 치료제로 BLA 제출을 위해 컴패스 테라퓨틱스가 8월 초 FDA와 미팅을 준비하고 있다"며 "환우단체도 FDA 미팅에 함께 참석해 기존 화학요법 단독보다 좋은 병용치료 결과가 있음을 강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FDA 미팅 이후의 사업화 계획을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FDA 미팅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경우 컴패스 테라퓨틱스가 커머셜 조직을 20~25명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컴패스 테라퓨틱스는 미국 담도암 2차 치료제 시장을 우선 공략하고, 향후 담도암 1차 치료제로 확장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ADC 분야에서는 미국 자회사 네옥바이오를 통해 ABL206과 ABL209의 임상 1상이 진행되고 있다. ABL206은 ROR1과 B7-H3를 표적하는 이중항체 ADC, ABL209는 EGFR과 MUC1을 표적하는 이중항체 ADC다. 두 후보물질 모두 용량 증량 과정에서 두 번째 코호트가 진행 중이며, 내년 여름께 임상 1상 완료가 목표다.
이 대표는 "네옥바이오를 통해 이중항체 ADC는 이미 임상 1상에 들어갔다"며 "향후 네옥바이오는 기술이전, 나스닥 상장,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전략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유상증자 계획 없어"…ABL 3.0은 로열티·후기 임상 기반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유상증자와 국민성장펀드 투자 유치 가능성에 대한 질문 등이 나왔다.
이 대표는 "현재 유상증자는 안 한다"며 "현재 보유 현금과 기술이전, 마일스톤 등을 통해 감당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임상 3상에는 많은 비용이 들지만 3년에 걸쳐 집행되는 만큼, 1년 차·2년 차·3년 차에 드는 비용을 이미 예산화하고 있다"며 "노바브릿지와 전략팀, 임상팀, 회계팀이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성장펀드 투자 유치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하게 예스라고 답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ABL111 임상 3상 디자인과 기술이전 가능성 등에 따라 필요할 경우 고민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ABL 3.0 구상도 언급했다. 그는 ABL001의 로열티 수익, ABL111의 글로벌 임상 및 기술이전, 그랩바디-B의 siRNA 적용 임상 진입, 추가 기술이전과 공동연구 확대 등을 ABL 3.0의 주요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 대표는 "자체 수입으로 걱정 없는 R&D, 신약 출시로 환자의 삶에 도움을 주는 후기 임상을 자체로 진행하는 것이 에이비엘바이오의 꿈"이라며 "에이비엘바이오도 그런 꿈을 이루는 신약 개발 회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