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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회들 집단 반발 "의학한림원의 무작정 검진 반대는 무책임한 처사"

    핵의학회·갑상선학회·폐암학회 "검진 효능과 안전성 배제했다"…췌장암학회·유방암학회는 일부 과잉 검사 인정

    기사입력시간 2022-11-03 07:12
    최종업데이트 2022-11-07 09:01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과잉 건강검진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보건의료포럼을 개최하고, 저위험군에서 폐암 검진, 갑상선암 검진, 췌장암 검진, PET CT를 이용한 암 검진, 기대여명 10년 미만 고령에서의 암 검진 등을 권고하지 않는 항목으로 지목했다.

    이날 대한핵의학회, 대한갑상선학회, 대한폐암학회 등은 패널토의를 통해 이 같은 주제 선정에 대해 반발하고, '불필요한', '위험한' 검진이라는 프레임 씌우기로 적정 시기에 필요한 검진을 못받는 환자들이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건강검진도 '과유불급' 근거 없는 과잉 검진 문제 지적…증상자도 폐암‧갑상선암‧췌장암 검사, 의미 없어]

    "토론 주제 당황스러워…검진을 통한 효능과 안전성 배제했다" 지적
     각 학회 임원진이 '과잉 건강검진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개최한 제20회 보건의료포럼에서 패널토의를 하고 있다.

    먼저 PET-CT를 이용한 암 검진을 권고하지 말자는 주제 발표와 관련, 핵의학과 이원우 이사는 "이번 한림원 토론회 주제가 당황스럽다. 핵의학과는  PET-CT를 프로모션하는 학과도 아니고, 해당 검사는 매우 극소수로만 진행하는 것이다"라며 "검사할때도 반드시 환자들에게 위해에 대한 설명하고 합의가 이뤄진 가운데 진행하는데, 한림원 같은 기관에서 마치 검사를 하면 안 된다는 식으로 공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핵의학과 측은 "기술이 계속 발전하면서 검사에 따른 위해도는 급감하고 있으며, 최근 디지털 형태로까지 진화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한림원 측이 방사선 피폭이나 암 발생 가능성 등 위험성만 강조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꼭 검사해야 하는 암환자들까지 검사에 대한 부담감을 갖게 될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PET-CT는 위해한 검사 아니다. 적어도 의사라면 '방사선에 피폭된다'는 근거 없는 말을 하면 안 된다"라며 "위해도는 매우 낮은 반면, 그 효용성은 매우 크다. 위내시경의 암 발견 확률은 0.2%, 대장암은 0.5% 정도인데, PET CT는 무증상에서 1~3%다. 특히 고령일수록 효용도는 더 높아지는데, 70~80대는 2%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히 '하면 안 된다'는 식의 한림원 측 권고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고령층은 증상이 전혀 없음에도 PET-CT로 암을 발견할 가능성이 높은만큼 오히려 루틴(정기적으로)하게 검사할 것을 권고해야 한다"며 "일률적으로 반대가 아니라, 정말 검사가 부적절한, 예를 들면 20~30대 젊은층과 같이 권고하지 않아야 할 대상에 대한 세세한 조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잉 검사와 진료 안 한다…아예 검사 권고하지 않는 D등급은 문제"

    대한갑상선학회 역시 한림원의 '과잉 검진'을 문제 삼는 이번 토론회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대한갑상선학회 박영주 진료지침제정이사(서울대 교수)는 갑상선을 비롯 내분비학회, 갑상선영상학회, 내분비외과학회, 두경부외과학회, 핵의학회 등의 공통된 입장을 전달하겠다고 전제하면서, "현재 '하면 안 된다'는 한림원 측의 D권고안에 대해 반대한다. 잘못된 프레임으로 인해 정작 검사와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까지도 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갑상선학회 측은 "지난 2015년 국립암센터 국가암관리사업단에서 전문가와 합의한 갑상선암 검진 권고안을 냈고, 검진으로 발견된 저위험군 갑상선암 수술 치료에 대해 위해하다고 평가(D등급 권고)했다. 또한 2016년에는 병리진단검사 기준도 더욱 강화되면서 불필요한 검사를 감소시켰고 이를 통해 진단 정확도는 높아지고 위해성은 감소되고 있다"면서 "지난해 그 기준을 보다 강화한만큼 지속적인 감소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속적인 가이드라인을 통해 불필요한 수술적 치료가 감소했고, 적극적인 감시 요법과 비수술적 치료도 증가하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한림원 측에서는 갑상선암 검진 자체를 '권고하지 않는 암검진(D등급)'으로 포함시키려는 것은 의도치 않게 개인의 건강과 위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갑상선학회 측은 "현재 국가암검진사업에 갑상선암은 포함돼 있지 않고 학회 역시 진료지침에 검진을 권고하지 않는다(I등급). 진료 현장에서 개별 환자의 위해성과 이득 등을 보고 진단과 치료를 결정하고 있는 상황인데, 한림원의 위상을 고려할 때 권고등급D로 판단해버리면 선별검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개인의 건강선택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잉진단이나 치료를 해결하려면 무조건적인 검사 반대가 아니라, 검진을 포함한 다른 영상검사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갑상선 결절에 대한 적절한 표준진단·치료지침을 개발하고 교육을 강화해 적극적으로 진료에 적용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검진의 이득을 유지하면서 위해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국민 건강향상 관점에서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갑상선암 검진 후 1년 이내 사망률이 증가하는 추세기 때문에, 검진을 통해 적극적 치료가 필요한 진행성 암이거나 고위험 환자 등을 조기에 진단, 치료해 중증 예방에 나서야 한다고 부연했다. 실제 한림원 등에서 갑상선 검진의 문제점에 대해서만 지적하면서, 매우 심각한 상황이어도 증상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검진과 치료를 받지 않아 치료가 거의 불가능한 중증 상태에서 병원을 찾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회 측은 "이미 불필요한 수술을 방지하려는 노력을 충분히 하고 있다. 초음파 검사를 한다고 해서 몸에 위해가 되지 않는만큼, 안전한 검사를 통해 병을 조기에 감별해야 한다는 정보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현재 같은 상황에서 D등급을 권고하게 된다면 어느 의사가 환자를 검사하고 치료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날 토론을 참관한 종합병원의 갑상선 관련 전문의는 "대부분 병원에서 가이드라인에 따라 검진과 치료를 시행하고 있고, 국제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환자 맞춤형 검진을 하고 불필요한 검진과 수술 치료 제한, 적극적인 감시 요법으로 가는 상황에서 D등급 권고는 적절치 않다"고 했다. 이어 "의사들은 암 의심 소견 발생시 위해성을 최소화하고 불필요한 검사를 줄이기 위한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보다 엄격하고 환자중심의 가이드라인을 표준화하고, 실제 진료현장에서 광범위하게 의사들이 동의하고 따라가게 하는 노력을 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또다른 참관객인 서울대병원 박도진 교수도 "의학학림원이라는 권위있는 기관에서 주최하는 포럼인만큼 과학적인 근거를 기반으로 토론을 해야 하는데도, 주제발표에서 5년생존율을 근거로 갑상선암검진을 불필요하는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면서 "다른 암과 달리 갑상선암은 5년 생존율을 얘기하지 않는다. 적절한 근거를 바탕으로 할 때 갑상선 검진은 D등급이 아닌 I등급 권고가 적정하다"고 했다.

    "폐암검사 남성·고령·흡연자만? 비흡연 여성환자 3분의 1" 

    이날 국립암센터 명승권 교수가 주제발표를 통해 "근거가 불충분하면 폐암검사를 권장해서는 안 된다. 개별적으로 진료 영역에서 가족력, 흡연력 등 리스크가 있으면 개인 의사 자율성에 의해 검진할 수 있으나, 무분별하게 패키지에 고가의 폐암 검사를 넣는 것은 문제"라는 입장에 대해 대한폐암학회의 반박이 이어졌다.
     
    대한폐암학회 장윤수 이사는 "단지 흡연력이 없다는 이유로 폐암검사 대상에서 제외하라는 것은 부적절한 발언이다. 현재 폐암환자 3분의 1은 비흡연자에서 발생하며, 최근 비흡연자 여성의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55세 이상 남성, 흡연자 등 외에는 검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문제"라고 강조했다.

    폐암학회 측은 "국가가 나서서 제대로 모수 자료에 대해서 관리하고, 검진 대상에 대한 모델링 개발도 해야 한다"면서 "현재 리스크 팩터 위주의 권고안은 상당히 부족하다. 폐암은 늦게 발견하면 문제가 상당히 많아지기 때문에 고위험군 모델 자체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현재 영국 리버풀에서 관련 연구하고 있는데, 우리도 이를 참고해서 개선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한대장항문학회는 덮어 놓고 과잉검진이라는 발언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연령 제한 설정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대장항문학회 측은 "대장내시경 양성률이 20% 이상 나오면 건강보험공단에서 실사를 나온다. 이런환경에서 마치 과잉검진이 문제라는 식으로 한림원측에서 지적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다만 우리나라 국가검진에 상한제한이 없는데, 이는 정부차원에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학회 측은 "현재 미국에서는 70세 까지 정기검진을 하고 그 이후는 환자와 상의한 후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도 검진재개정위원회에서 80세까지로 했는데 국가암검진에서는 아직 명시돼 있지 않다"면서 "인력풀이나 비용, 검진부담 등을 고려할 때 연령제한이 필요하며, 동시에 수요가 급증하는 것을 고려해 정부차원에서 인력확충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방암학회 연령제한 필요 동의…췌장암학회 무분별한 검진센터 패키지 췌장암검사 반대

    다만 이날 대한췌장암학회, 대한유방암학회 등은 검진 대상 환자의 축소 또는 무분별한 검사 제외 필요성 등 주제발표 내용에 대해 동의했다.

    대한유방암학회 한애리 진료권고안 위원은 "의료서비스는 공급자, 수요자 결정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중간에 정책입안자의 결정에 따른 영향이 큰데, 주제발표에서는 이 부분을 제외하고 공급자와 수요자에 의해서마 유방암 검진이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면서 "학회 차원에서는 연령 제한을 두고, 그 간격 역시 리스크를 감안해 결정해야 한다고 보지만, 정부가 연령 제한도 두지 않고 심지어 유방초음파 급여화까지 시행하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방암학회 측은 "2015년 개정한 유방암 검진 권고안에 따르면, 40~69세까지 유방촬영술을 이용한 검진을 권고했으며 70세 이상은 효과가 유의하지 않아 선택적으로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미국 등 서양은 연령 증가에 따라 유방암 발생빈도가 증가하는 반면 한국인 등 아시아 유방암은 49~52세에 정점(피크)을 찍고 60세 이상이 되면 줄어드는 양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검진 지침과 달리 국가암검진에는 만 40세 이상이면 2년에 한 번 정기 검진을 받도록 하고 연령제한도 두지 않았다. 학회 측은 "학회에서는 60세 이상이면 리스크에 따라 개별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정책 입안자는 그런 사인을 주지않는다. 소비자들은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공급자가 해주지 않으면 진료현장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검사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더 큰 문제도 있다. 2020년 유방초음파가 급여로 들어오면서 1년 2번 급여로 검사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학병원들은 스크리닝을 할 수 없어서 1차의료기관으로 넘겨야 하고, 1차 역시 신환을 받지 못하고 진료대기만 9개월~1년 가까이 걸리게 된다"면서 "결국 과잉 검사는 잘못된 의료정책에 기인하는 것이지 공급자가 선택한 것이 아니다. 진료전달체계, 검진체계를 무너뜨리는 검진 기준과 정책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한췌장담도학회 측은 주제발표에서 CA19-9종양표지자 검사, 아밀라아제 검사 등을 권고하지 않은 것에 대해 동의하고, 일부 검진센터에서 이 같은 검사를 무분별하게 하는 것에 대해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회 측은 "CA19-9 검사를 200명이 했을 때 1명이 나올까 말까인데, 199명의 검사 패키지에도 이를 넣어서 진단을 받는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젊은 사람들도 다 하는데, 췌장암 검사는 50세 이상이면서 위험도가 있는 사람만 받으면 된다"면서 "그럼에도 무분별한 검사가 이뤄지고 있어 3차병원에 수치가 다소 높을 뿐 문제가 없는 환자들이 몰리고 있고, 받지 않아도 되는 CT 등 이미지검사가 과잉으로 진행된다"고 지적했다.

    학회 측은 "이 같은 환자들의 불필요한 검사로 인해 정작 췌장암 의심 환자나 당장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의 검사가 지연되고, 정상인 환자들은 의료비를 낭비한다"면서 "CA19-9 외에도 췌장염 증상이 없는 사람들에게 아밀라아제 검사도 실시한다. 건강검진센터들이 이 같이 의료비 낭비 요인이 많은 검진 항목을 제외하고, 정부에서도 이를 교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학회는 CA19-9와 아밀라아제 검사 등을 D등급으로 포함하는 것에 대해 동의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날 건강정책학회 나백주 회장은 "의료비 급증, 상업화된 의료 컨트롤 위해 과잉검진을 억제해야 한다"며 "환자, 의료진 대화 속에서 검진을 결정하는 것은 존중할만하지만, 대부분 비급여고 병원 수익창출용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이에 대한 조사와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 회장은 "검진과 관련된 비급여가 몇건이고, 비용은 얼마나 소요되는지 국가적 통계부터 마련해야 한다. 통계를 기반으로 문제를 파악하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면서 "만약 의학적 효능이 있는 검진이라면 급여대상으로 포함시켜 국민에서 건강과 경제적인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검진의 효율성을 추구하기 위해서 일반적으로 일차의료기관에서 검진을 보고, 의뢰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병원(2, 3차)에서 보는 것으로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나 회장은 "인구고령화, 만성질환 확대로 전달체계 확립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 1차의료기관 검진 의뢰시 인센티브(보상)를 주고, 과도한 검진에 대해서는 모니터링과 피드백 과정이 이어질 수 있도록 정책,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