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국내 제약사들이 비타민, 유산균, 다이어트제제 등 건강기능식품을 넘어 음료, 미용기기, 기능성 샴푸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1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대형제약사들이 단순히 의약품에 국한하지 않고 R&D, 자회사 설립, 기업 인수·합병 등을 통해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면서 활로 모색에 나서고 있다.
이미 많은 제약사들이 '신뢰할 수 있는' 기업 이미지를 활용해 많은 건강기능식품을 선보이고 있다.
건기식 규모가 커진 일부 회사들은 건기식만 담당하는 자회사를 둘 정도로 확장하고 있다. 종근당홀딩스의 종근당건강, 일동홀딩스의 일동바이오사이언스 등이 대표적이다.
종근당은 유산균, 오메가3 등 건기식 위주의 판매를 이어오다가 최근 화장품 브랜드를 새롭게 구축하면서 사업범위를 대폭 확장했다. 일동바이오사이언스 역시 다양한 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 제품과 함께 코스메틱(화장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개별 인정형 원료개발, 천연 추출물 생산 등을 하고 있다.
일동바이오사이언스 뿐 아니라 의약품을 취급하는 일동제약은 최근 숙취해소음료와 비타민, 오메가3, 유산균, 비타민 등 다양한 건기식을 판매하고 있으며, 최근 탈모랩(TALMO LAB)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하고 탈모 예방을 위한 샴푸까지 개발·출시했다.
일동제약은 "기존의 코스메슈티컬 제품 개발을 통해 축적한 노하우를 활용해 '프로바이오틱 스칼프(두피) 케어 샴푸'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탈모 증상 완화에 도움을 주는 기능성화장품으로 허가 받은 제품으로, 해당 샴푸에는 살리실릭애씨드, 덱스판테놀, 나이아신아마이드 등의 기능성 성분을 비롯해 생약 추출물, 호두 추출물이 함유됐다"면서 "앞으로도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선보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인사돌, 마데카솔, 판시딜, 훼라민큐 등 일반약 시장 강자인 동국제약은 별도의 회사를 설립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관절, 눈건강, 콜라겐 등의 건기식 브랜드를 런칭했으며, 치약과 밴드에 이어 센텔라아시아티카 정량추출물을 넣은 다양한 기능성 화장품 라인업도 구축하고 있다.
국내 생수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제주 삼다수'의 판권을 또다시 따낸 광동제약도 매출 대다수가 의약품이 아닌 '삼다수', '비타500' 등 음료에 나올 정도다. 실제 광동제약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32%(3000억원 규모)를 삼다수 한 개 브랜드가 차지하고 있다. 광동제약은 생수와 비타500 외에도 다양한 전통차와 음료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으며, 경옥고, 공진단 등 자양강장제와 다이어트제제 판매에 주력하고 있는 양상이다.
숙취음료와 헛개수 등으로 유명한 HK이노엔(HK inno.N)도 모기업인 한국콜마와 시너지를 통해 병의원용 더마 화장품 브랜드를 런칭한 데 이어 샴푸시장에도 뛰어들며 사업을 대폭 확장 중이다.
최근 이노엔은 탈모·두피케어 전문 브랜드인 '스칼프메드'를 구축, 레드캡슐(탈모케어), 그린캡슐(두피 진정), 블루캡슐(수분공급) 등 총 3가지 라인의 샴푸를 선보이고 있다. 이중 레드캡슐 시리즈는 식약처로부터 탈모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는 기능성 화장품으로 인정받은 제품으로, 효능이 입증된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을 사용했다.
이노엔은 "유산균을 비롯 헛개나무, 백하수오 뿌리 등 6가지 항산화 소재를 조합한 샴푸"라며 "제약 연구 역량과 한국콜마의 퍼스널케어 개발 역량 시너지를 통해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헤어케어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탈모 관련 치료제를 판매 중인 현대약품도 최근 샴푸를 개발, 판매에 나섰다.
지난 1988년 미녹시딜 성분을 이용한 탈모치료제 마이녹실을 선보인 현대약품은 꾸준히 쌓아온 탈모에 대한 연구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마이녹셀을 개발했다. 이는 두피와 모발을 케어해 탈모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는 제품으로, 마이녹셀 스칼프 인텐시브 샴푸 바이 랩클과 마이녹셀 스칼프 인텐시스 앰플 바이 랩클 총 2종으로 구성됐다.
두 제품 모두 특허받은 탈모 기능성 성분인 돌콩배아추출물과 현대약품이 특허성분 3종을 포함해 독자 조성한 마이녹셀 콤플렉스 10%를 함유했다. 특히 마이녹셀 스칼프 인텐시브 샴푸 바이 랩클은 인체 적용 시험을 통해 6주 만에 실제 빠지는 모발 수가 68.25% 감소되는 효과를 확인했다.
JW중외제약의 지주회사인 JW홀딩스 역시 급성장하고 있는 글로벌 탈모시장 공략에 나섰다.
JW홀딩스는 최근 아이엘사이언스와 전략적 제휴(MOU)를 맺고 두피·헤어케어 브랜드 폴리니크(FOLLINIC) 제품 라인업에 대해 한국을 제외한 글로벌 사업 권리를 갖는다. 아이엘사이언스는 제품 공급과 기술적 지원을 담당하며, 해외 등록·판매 관련 자료를 JW홀딩스에 제공한다.
폴리니크의 대표 제품 '미세전류 LED 두피케어기'는 특허 받은 미세전류 기술과 실리콘렌즈 LED의 이중 효과를 적용한 두피 전용 홈케어 디바이스다. 탈모 증상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 사용되며, 약물치료와 더불어 보조적 용도로 활용된다. 이 제품은 FDA Class 2 의료기기 등록과 미국 UL 안전인증, 유럽통합규격인증(CE)까지 총 세 개의 글로벌 인가를 통해 해외에서 의료기기로 판매가 가능하다.
이와 함께 양사는 ‘프리미엄 스칼프 샴푸’, ‘프리미엄 스칼프 토닉’, ‘딥클린 쿨샴푸’ 등 탈모증상 완화를 위한 다양한 기능성 헤어케어 제품도 해외 판매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JW홀딩스는 이번 아이엘사이언스와의 전략적 제휴를 계기로 글로벌 탈모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또한 JW가 보유하고 있는 미녹시딜, 피나스테리드 성분의 탈모치료제와의 해외사업 시너지 창출도 기대하고 있다.
JW홀딩스 한성권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탈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의료기기, 기능성제품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며 "해외사업 인프라를 기반으로 폴리니크의 우수한 탈모 케어 제품군을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제약사들이 나서서 샴푸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최근 해당 시장의 성장 속도가 매우 가파르기 때문. 실제 국내 헤어케어 시장은 약 1조 1000억원으로, 2018년 대비 2019년 연7%의 성장률을 이루며 매년 커지고 있다. 특히 전체 시장의 21% 비중을 차지하는 기능성 탈모완화 제품 시장은 2018년 대비 2019년 31% 성장하며 헤어케어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또한 일본의 모발기업 아데랑스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탈모시장 규모는 2020년 76억 달러(8조 9000억원)에서 2028년에는 182억 달러(21조 3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