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협은 "수년 전 무자격자의 대리 수술로 인한 환자 사망 사건 이후부터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문제는 큰 논란이 돼 왔다. 특히 지난 2019년 경기도가 도내 의료원들의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강행하겠다고 밝히고 이를 실행에 옮기자 환자 및 보호자의 알 권리와 근로자 및 환자의 인권 등의 문제가 충돌하면서 논란은 더욱 가속화됐다. 이후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은 꾸준히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발의됐고 최근에는 이 문제에 많은 정치인들이 언급을 하면서 전 국민적인 이슈로까지 이어졌다"고 밝혔다.
병의협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에 대해 일부 환자 단체는 환영의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그동안 의료계는 부작용을 우려해 이 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법안이 꾸준히 올라왔으나 이 법안이 쉽게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던 이유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가 여러 가지 법적, 인권적인 문제가 있는 법안이기 때문이고 이 사실을 국회의원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라며 "그동안 국회에서는 환자와 보호자의 알 권리라는 명분보다는 근로자와 환자의 인권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고 법안을 실효성 없는 과잉 입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고 했다.
병의협은 대리 수술 사건을 통해서 비윤리적인 행위를 한 의사와 무자격 시술자 등에 대한 강력한 처벌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은 결코 해답이 될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병의협은 "수술실 CCTV 설치로 인해 수술에 참여하는 의료진들이 의료 행위를 보다 소극적이고 방어적으로 하게 되어 결국 어렵고 위험한 수술을 하지 않게 되는 현상이 생기는 문제, 수련 병원에서 전공의나 전임의의 교육 기회도 축소될 수밖에 없어서 이는 결국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 등은 오히려 수술실 CCTV 설치 반대의 핵심적인 이유가 아니다"라며 "수술실 CCTV 설치를 반대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환자의 개인 정보 유출 및 인권 침해 문제와 함께 의사를 비롯한 수술실에서 일하는 모든 보건 의료 노동자들의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되기 때문이며, CCTV를 설치해도 의도적이고 계획적으로 자행되는 대리 수술은 막을 수 없다는 점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환자가 의식이 있는 경우에는 당연히 대리 수술이 불가능하기에 대리 수술 등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진행하는 전신마취 하 수술의 경우다. 문제는 전신마취 하에서 하는 수술은 난이도가 높고 위험한 수술일 경우가 많고, 환자의 신체가 적나라하게 그대로 드러나는 수술일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라며 "병원의 전산 보안 시스템이 문제가 생기거나 누군가가 악의를 가지고 영상을 유출할 가능성은 분명히 있고 이로 인해서 환자의 개인 정보 유출과 인권 침해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는 사회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병의협은 "또한 수술실 내 CCTV 설치는 수술실에서 일하는 의료 노동자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이다. 수술실 내에서는 의사, 간호사뿐만 아니라 수술 보조 및 청소 인력들까지 다양한 직역의 사람들이 일하고 있다.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게 되면 의사뿐만 아니라 수술실에서 일하는 모든 인력들이 감시받으며 일하게 된다'라며 "이는 작업장 내 CCTV 설치가 근로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임을 분명히 한 이전 사례들과 비교해보면 전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일부 일탈 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감시하기 위해서 환자와 전체 근로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은 옳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