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부족으로 인해 향후 야간 및 휴일 진료 시간 단축을 검토하고 있는 아동병원이 전체의 71.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상급종합병원으로 쏠린 아동 진료체계의 전면 재개편과 더불어 소청과 전문의 정원 조정 개편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대한아동병원협회는 9일 오후 서울 용산드래곤시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아동병원협회는 정부가 최근 소아 진료를 비롯한 필수의료 대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진료 현장에선 효과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이들은 보여주기식이 아닌 진정으로 소아 환자를 위해 알망이 있는 대책이 마련되기 위해선 아동 진료체계 시스템 자체가 전면 재개편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동병원협회 강은식 부회장(대전 봉키병원장)은 "의료진 등의 탈 이동병원화로 인해 향후 야간 및 휴일 진료 시간 단축을 검토하고 있는 아동병원이 전체의 71.4%에 달한다"며 "소아 진료 상황은 바람 앞의 촛불 신세"라고 한탄했다.
강 부회장은 "더 심각한 것은 2~3개월 이내에 진료 시간 단축을 시행하겠다는 비율이 30%가 넘는다"며 "3~5개월 이내 45%까지 더하면 5개월 이내에 소아진료의 버팀목인 아동병원의 대부분이 야간과 휴일 진료에서 철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된 아동병원협회 자체 조사에 따르면 아동병원들의 진료 시간 감축 이유는 의사수 감소가 34.2%로 가장 많고 근무직원 이탈이 32.9%로 그 뒤를 이었다.
김근모 부회장(동탄 센트럴아동병원장)은 "상급종합병원 역할만 강화하면 아동병원의 의료 인력들이 상종으로 이직해 병원급 의료기관 업무는 더욱 과중될 뿐"이라며 "결국 번아웃 상태로 소아청소년 진료의 허리를 담당하고 있는 아동병원이 무너지는 사태가 도래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부가 대안으로 추진하고 있는 달빛어린이병원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홍준 정책이사(김포 아이제일병원장)는 "정부가 달빛어린이병원을 100곳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진료 현장에선 반응이 좋지 못하다"며 "무늬만 달빛어린이병원이 아니라 본래의 취지에 맞게 운영할 수 있또록 이면에 조건들이 충족돼야 제대로 된 진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동병원의 평균 근무시간은 주 78시간으로 전공의와 유사하다"며 "일부 하드웨어만 확대하는 전시행정으론 달빛어린이병원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없다. 정책 입안은 최소한 진료 현장을 직접 살펴 본 이후 합리적인 방안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동병원협회는 어린이 진료시스템 정상화 방안으로 ▲어린이건강기본법 제정 ▲아동건강정책국 신설 ▲국립대병원 소아 응급·종양·신생아·중환자·외상 분과 교수 확보를 위한 정원 조정 ▲시군구 소아인구 비례 1~3차 소아의료기관 역할 재정립 등을 제안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정책을 반대하는 의견도 나왔다. 의사수 부족이 아니라 필수과 여건 개선부터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인규 부회장(천안 두정이진병원장)은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를 추진해 필수 의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의사 수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필수의료를 지원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이 먼저 마련돼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 상승 대책과 함꼐 현재의 아동병원이 활성화돼 소아 필수의료 붕괴를 막고 소아청소년과를 살릴 수 있는 정책이 도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