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업무 중 산업재해를 입고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건강한 몸으로 현업으로 복귀할 수 있는 날을 꿈꾼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재활치료다. 적절한 재활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업장으로 섣불리 복귀했다가는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긴커녕 재차 다칠 위험이 크다.
국내 최고의 재활의료기관을 지향하는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대구 북구 학정동에 위치한 대구병원은 공단 소속 병원 중 가장 최근인 지난 2012년 개원해 최첨단 재활 인프라를 자랑한다.
특히 2000평 규모의 재활전문센터는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 전문 치료사가 상시 근무하며 수중치료, 언어치료, 심리치료 등 다양하고 전문화된 환자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산재근로자 대상 작업능력평가·강화 프로그램과 집단심리회복 프로그램 등의 운영을 통해 조속한 직장과 사회로의 복귀도 지원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대구병원은 ‘인증의료기관’ 자격을 획득하고, 보건복지부로부터 ‘재활의료기관’으로도 지정되는 등 국내 최고 수준의 재활전문 공공병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산재 재활의학의 권위자인 정희 병원장이 제4대 병원장으로 취임하며 제2, 제3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정희 병원장(재활의학과 전문의)은 30일 메디게이트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전문인력이 치료 초기단계부터 가정과 직장복귀를 준비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 우리병원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향후에는 재활환자들의 정신적·심리적인 부분을 치료하기 위한 트라우마센터 운영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희 병원장은 대한민국 재활의학의 선구적 역할을 한 연세의대에서 수학하면서 재활의학의 매력에 빠졌다. 이후 2007년부터 최근까지 근로복지공단 안산병원에서 재활의학과장, 재활전문센터장, 진료부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산재 재활환자의 직업복귀 프로그램을 국내 최초로 도입한 산재재활 분야의 권위자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2009년 노동부장관상을 수상했으며, 2015년 근로복지공단 우수 의사에 선정되기도 했다.
다음은 정희 병원장과의 일문일답.
Q. 취임을 축하드린다. 최근까지 안산병원에서 재직하시며 많은 성과를 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취임 배경은 무엇인가.
현재 시행중인 산재환자 시범 재활프로그램의 모태가 된 근골격계 산재환자들을 위한 운동프로그램을 2009년부터 개발하기 시작했다. 아직 산재재활의학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족하던 시기였다. 또한 산재환자들의 직업복귀를 촉진하기 위해 직업복귀 프로그램을 국내 최초로 근로복지공단 병원에 도입했다. 산업재해 환자들이 무사히 직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직무분석을 통해 작업능력을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신체기능회복과 모의작업훈련을 제공했으며, 작업장 환경 및 올바른 자세에 대한 교육도 포함했다. 지금은 작업환경의학과와 협력하에 운영되고 있고, 환자와 사업주 모두에게 만족도가 높다.
2010년에는 만성 진폐환자들의 운동기능 향상을 위해 호흡재활프로그램을 개발했고 공단병원에서 수가화돼 환자들에게 적용 중이다. 이렇게 산재재활의학의 불모지에서 하나하나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나가는 것에 재미와 보람을 느꼈고, 그것이 십수년간 이 분야에 매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인 것 같다.
Q. 최근 취임한 대구병원의 장점에 대해서 소개해달라.
우리 병원은 산재환자뿐 아니라 일반 환자까지 널리 방문하고 있다. 재활이 필요하다면 누구나 찾을 수 있는 친숙하고 정감있는 병원이다. 가장 큰 장점은 전문인력이 치료 초기 단계부터 가정과 직장복귀를 준비할 수 있게 체계적으로 지원해준다는 점이다. 수행직무·작업환경·직무관련 신체 요구도 등을 포함한 기본 직무분석을 실시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작업자세, 직무전환, 작업환경에 대한 상담 및 지도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도입한 웨어러블 보행로봇, 상지재활로봇(핸드오브호프), 전신진동운동치료기(갈릴레오) 등의 최첨단 재활장비를 통해서는 환자들에게 효과적이고 필수적인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Q. 대구병원의 자랑인 수중재활치료실에 대해서 설명한다면.
우리 병원의 수중재활치료실은 대구·경북권에서 최대 규모다. 길이 17m의 4개 레인의 수중운동 풀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하이드로싸이클, 수중트레이드밀 등의 수중운동기구와 더불어 경사로 좌식입수장치를 이용하여 환자들의 신체적·정신적 부담을 줄이며 치료를 돕는다. 부력·수압·수온·와류 등 물의 성질을 이용해 전문치료사와 1대1 치료 및 여러 환자가 함께 참여하는 그룹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Q. 지난해 대구병원에게는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다. 복지부로부터 ‘제1기 재활의료기관’으로 지정되는가 하면 코로나19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1일자로 제1기 재활의료기관으로 지정됐다. 건강보험 및 의료급여 환자들이 건강상태에 따라 최대 6개월까지 입원 재활치료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건강보험이나 의료시설 부재 등의 이유로 재활병원 이곳저곳을 옮겨다니는 재활난민 문제를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2월28일부터 두 달간은 코로나19 감염병전담병원을 운영했다. 병원 외부에 66개의 컨테이너 병원을 설치했는데, 이 사례가 지난해 12월 국제병원연맹(IHF)이 주관하는 ‘코로나19 대응 우수병원’ 공모에 선정되며 국제적으로 공로를 인정받았다.
Q. 산재환자 대상 특화 프로그램엔 어떤 것들이 있나?
산재환자를 위해 근골격계 및 중추신경계 손상에 대한 집중치료, 직업재활(작업능력 평가, 작업능력강화 훈련), 재활 스포츠, 장해진단, 업무관련성 평가 등의 정책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직업재활사 및 사회복지사 등 전문인력이 치료 초기단계부터 가정과 직장복귀를 준비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하며 직장 복귀 후에도 직장동료 화합 프로그램을 통해 안정적인 적응을 돕고 있다.
Q. 보험자병원이면서 공공병원이기도 한 대구병원을 향후 어떻게 운영해갈 계획인가.
보험자병원으로서 역할 강화를 위해 지사와 협력하며 지속적으로 정책사업들을 추진하고, 전문 재활이라는 대구병원의 강점을 확대해나가겠다. 기존의 직업복귀 프로그램도 적극 홍보하며 더욱 활성화할 계획이다. 아직까지 직업복귀 프로그램의 존재 여부를 몰라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산재환자들도 있는데 이를 근로복지공단 병원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홍보할 것이다. 이를 통해 산재환자들이 대구병원을 보험자병원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 물론 보험자병원 역할 뿐 아니라 공공병원으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대구병원의 특성을 고려해 의료기관 본연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고, 민간병원과의 재활치료에 대한 협업체계도 공고히 하겠다.
Q. 재활환자 대상 정신적·심리적 지원도 중요할텐데 이와 관련해 계획 중인 것이 있나.
모든 재활환자들은 심리적 문제를 갖고 있다. 급성 환자처럼 치료가 금방 끝나는 것이 아니고 장기간이 소요되다 보니 그 과정에서 여러 정신적 문제가 유발된다. 또한 대부분 재활환자들은 장애가 남는데 이런 환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에 우리 병원은 심리사와 사회복지사 등이 내원 초기부터 면담을 통해 환자의 심리 상태를 살피고 필요할 경우 심층 상담을 진행하는 등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추후에는 트라우마센터를 운영하는 것도 구상 중에 있다.
Q. 코로나19로 의료 공공성이 화두로 떠올랐다. 대구병원에게 의료 공공성은 어떤 의미인가?
의료의 공공성에 공감한다. 산재환자치료에서 공공성은 산재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적절한 시기에 충분히 제공받을 수 있을 때 확보된다고 생각한다. 대구병원은 공공병원이고, 의료의 공공성에 입각한 실천이 필요하다. 실제 대구병원을 찾는 환자 중 40~50%는 의료보험 기반의 지역사회 주민들이다. 지역사회 재활환자들이 치료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 특히 재활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은 만성질환이나 장애 등 치료에 제한이 되는 요소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지속적 관리가 필요하다. 이에 지역사회 의료기관 및 재활사업 수행기관과도 연계해 지역사회 재활치료 영역에서도 공공병원 역할을 다하겠다.
Q. 끝으로 함께 병원을 꾸려갈 직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이 일하기 좋은 병원, 직원들이 행복한 병원이 됐으면 좋겠다. 직장에서의 보람과 동료들과 좋은 관계는 중요한 행복의 조건이다. 직원들 스스로 일에 대한 의미를 찾고 일을 통해 자부심과 자긍심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다양한 직종의 구성원들이 함께 일하는 조직에서 갈등은 불가피 하지만 이 같은 갈등이 조직의 발전을 끌어내는 원동력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수평적인 소통 문화를 만들어 가겠다. 오랫동안 의사로서 일선에서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 일 해왔고. 이제 병원장으로서 새로운 길을 걸어가게 됐다. 기대와 함께 두려움도 있지만 직원들과 함께 환자들과 직원들이 모두 신뢰하는 대구병원을 만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