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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갯속 2인 진단 정신복지법, 예외규정 내년까지 유예

    '같은 의료기관 내 비자의 입원허가' 예외규정 결국 내년까지

    의료계 및 국회 "현실에 맞는 법 개정 필요"

    기사입력시간 2017-12-22 07:05
    최종업데이트 2017-12-22 07:05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개정 정신건강복지법 시행에 따라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같은 의료기관 내 비자의 입원 허가 규정인 '추가진단 전문의 예외규정'이 결국 내년까지 연장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8일 해당 내용을 담은 공문을 통해 올해 말까지 실시하려던 예외규정을 내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다시 한시적으로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추가진단 전문의 예외규정'은 임시방편 수단으로 법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예외규정 또한 다른 문제를 야기하거나 실효성 측면에서 적합하지 않아 법 자체를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5월 30일 개정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에 따라 그동안 정신과 전문의 1인이 환자의 계속 입원(비자의 입원)을 판단했던 것을 제43조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등' 4항에 맞춰 입원기간 2주 안에 국공립병원 소속 전문의 등을 포함한 서로 다른 정신의료기관에 소속된 전문의의 일치한 소견이 있어야만 환자의 계속입원이 가능하도록 변경됐다.
     
    결국 환자를 입원시키기 위해서는 1차로 대면진료한 의사 외에 국공립병원 소속 전문의 및 지정진단의료기관의 전문의 1인이 2주 이내에 일치하는 소견을 내려야 그 환자를 계속 입원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의료계는 해당 법이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설명하며, 시행 전부터 반발했다.

    환자를 계속 입원시키기 위해서는 2곳의 정신의료기관 전문의가 환자를 직접 보고 판단해야 해 여기에 필요한 인력과 시간, 서류상 행정문제 등 실질적인 어려움이 발생하며, 진단이 늦어질 경우 환자의 인권보호와는 반대로 정말로 입원이 필요한 환자의 입원이 늦어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가장 심각한 문제는 2명의 전문의 진단이 있어야 해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해당 문제를 해결하고자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같은 의료기관 내의 전문의 2인 진단이 있다면 입원이 가능하도록 허가했다.
     
    정신건강복지법 제43조 제11항과 시행규칙 제35조에 따라 '추가진단 전문의 예외규정 시행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한시적으로 허가한 것.
     
    '추가진단 전문의 예외규정 시행방안' 일부 내용

    그러나 복지부는 결국 해당 예외규정 시행방안을 내년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택했다. 복지부도 인력 문제해결에 뾰족한 수를 내지 못한 것이다.
     
    실제로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개정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라 국립정신건강센터에 16명의 추가진단전문의를 채용하고자 했으나 현재까지 단 6명(기술서기관 1명, 전문임기제 가급 4명)만 채용이 완료된 상태이며, 지난 8월에 있었던 추가 채용 공고에서는 단 한 명도 지원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차기 이사장인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는 "결국 이 법은 바뀌지 않으면 시행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예외규정으로 유예했기 때문에 큰 문제없이 가고 있는 것"이라면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권준수 교수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은 일부에서 고의로 환자를 입원시키는 등의 문제를 일으켜 개선의 목소리로 여기까지 왔지만, 결국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진 상황이 됐다"면서 "같은 의료기관 내에서 근무하는 1차 진단 의사와 2차 진단 의사의 소견이 정말 얼마나 다를 수 있겠느냐, 실효성 없는 규정"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지난 11월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개정 정신건강복지법 시행이 5개월이나 지났지만 민간병원에서는 '같은 의료기관 내 추가진단' 비율이 여전히 높아 4명 중 1명이 자체진단에 의해 비자의 입원을 하고 있으며, 이는 국공립병원에 비해 5~6배 이상의 수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권 교수는 "2인 진단은 공공의료가 많은 곳에서나 가능한 법이다. 민간의료기관이 90%이상을 차지하는 우리나라와는 맞지 않는다. 의사에게 해당 소견을 의학적 책임이 아닌 법적책임을 지게 하는 개정법은 문제가 있다"면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장에서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정신과 전문의 A씨는 "1차 진단의사가 대면진료 후 2주 이내에 2차로 진단받아야 하는 의사를 배정받지 못하면 실제로 환자는 진단시기를 놓쳐 치료가 필요함에도 퇴원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면서 "또 같은 기관 의사가 2차 진단을 하다보니 환자들은 내 주치의가 누구인지 혼란스러워 하는 문제점도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내년 5월 30일부터는 입원적합성 심사위원회가 모든 보호입원환자의 입원에 대해 적법한 입원인지를 서류심사 하게 되는데, 이는 결국 불필요한 절차를 또 한번 만드는 것으로, 환자 치료에 매진해야 할 시간에 행정서류를 만드는 꼴이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평소 정신건강복지법에 관심을 보이며 문제를 지적했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와 같은 문제점에 대해 공감하며, 어떻게 법을 개정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춘숙 의원실은 "개정 정신건강복지법이 문제가 있다는 것은 이미 인지하고 있다"면서 "내년에 다시 해당 내용을 가지고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의료계 관계자 및 당사자, 전문위원 등과 논의해 진행할 예정으로, 법 개정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