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응급실 파행 운영 등 의료붕괴가 현실화하면서 의정 갈등과 관련한 여권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여∙야를 막론하고 의료대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그간 의정 갈등 문제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었던 여권 전∙현직 인사들이 가세하면서 현 상황의 심각성을 방증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상현 "여야 대표 회담 의제로 올려야" 유승민 "尹 대통령, 결자해지"
최근 전당대회에 당대표로 출마했던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여야 대표 회담에서 의료대란을 민생 최우선 의제로 꼭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시작된 의료공백은 국민의 생활 속에서 시한폭탄이 돼 돌아가고 있다”며 “상황이 심각한데도 정치권은 의료대란의 문제점을 외면하고 있다”고 여야 협치를 주문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결자해지를 촉구했다. 유 전 의원은 “꼬일대로 꼬여버린 의료붕괴 사태를 해결할 사람은 대통령 뿐”이라며 “의료붕괴를 막아낼 해법부터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앞서서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응급실 뺑뺑이 소식이 세간의 화제가 됐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22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마 열상으로 새벽에 응급실을 찾았던 일화를 언급했다.
김 전 위원장은 “새벽에 넘어져 이마가 깨졌다. 119가 와서 응급실 22군데에 전화를 했는데도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며 “의료시스템이 무너졌을 때는 정권 자체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종인 "정권 유지 힘들어질 것"…의사 출신 안철수∙신상진도 연일 우려 표명
사태 초기부터 꾸준히 목소리를 내온 의사 출신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신상진 성남 시장 등도 연일 정부의 입장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안 의원은 26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의료붕괴를 막기 위해 대통령의 용단이 필요하다”며 의대증원을 1년 유예하고 공롱화위원회를 꾸려 과학적 근거를 갖고 증원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신상진 시장은 25일 페이스북에 “의료사태를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윤석열 정부 최대 위기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대통령과 측근, 최고위 관료들은 정권의 명운을 걸고 용단을 내리거나 직언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처럼 여권 내부에서도 장기화되고 있는 의료대란 상황과 관련해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해법이 마땅찮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당 지도부로서는 내년도 입시와 관련해 학생, 학부모들의 여론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데다, 의대증원 의지가 확고한 대통령실을 설득하는 일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한동훈 대표는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정 갈등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면서도 “의대증원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동의는 분명히 있다. 다만 국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그 과정에서 발생할 우려에 대해 정부가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며 사실상 의대증원을 되돌리긴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 한 여당 관계자는 “결국은 용산을 움직이게 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