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바른의료연구소는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보건복지부와 한의계는 영국 학자로부터 비과학적이라는 비판을 받은 한방난임 임상연구 논문에 대해 악의적인 왜곡과 저질 음모론을 제기해 위기를 모면하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구소는 “복지부는 오래 전부터 한방난임 임상연구 완료 후 사업의 지속 추진 여부 등을 재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따라서 이 임상연구가 실패했으므로 복지부는 지자체 한방난임사업을 즉각적으로 중단시켜야 한다”라며 “엉터리 임상연구로 6억2000만원에 달하는 막대한 혈세를 낭비하고 나라 망신을 톡톡히 시킨 복지부 공무원과 연구책임자 등의 직무유기에 대해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한방난임 연구는 과학이 아니다"라던 英 학자, "한약의 안전성과 유효성 입증못해"
한방난임 연구자·복지부, 6억2000억 투입 연구 최종보고서 비공개 정황]
앞서 영국 맨체스터대학교 생물통계센터 소속 생물통계학자이자 코크란의 부인과학 및 생식 그룹(Cochrane Gynaecology and Fertility Group) 통계 편집자(Statistical Editor)인 잭 윌킨슨(Jack Wilkinson) 박사는 지난 4일 자신의 트위터에 메디슨(Medicine)지가 요청한 한방난임치료와 관련된 논문의 심사를 거부했다는 글을 올렸다.
윌킨슨이 지적한 논문은 보건복지부 한의약산업과의 연구용역으로 동국대학교 일산한방병원을 비롯한 3개 한방병원에서 2015년부터 2019년 5월까지 4년간 수행된 ‘한약(온경탕과 배락착상방) 투여 및 침구치료의 난임치료 효과규명을 위한 임상연구’ 결과에 대한 논문이다.
11월 14일 연구책임자인 동국대 김동일 한의대 교수가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원인불명 난임 여성 100명을 대상으로 4 월경주기 동안 한약과 침구 치료를 병행한 후 3주기 동안 관찰했다. 그 결과 100명 중 10명이 중도탈락하고 나머지 90명 중 13명이 임신해 임신 6주경 임상적 임신율이 14.4%이고, 7명이 출산해 출산율이 7.78%라고 했다. 김 교수는 인공수정 임신율(13.9%)과 한방난임 치료(14.4%)의 유효성이 유사하다며, 이를 근거로 한방난임치료가 현대과학적 기준에서 검증됐다고 주장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11월 18일 ‘한방난임 임상연구는 한방난임치료의 유효성 및 안전성 입증에 실패했다’는 보도자료에서 ① 대조군도 없는 임상연구로는 한방난임치료의 유효성〮안전성을 입증할 수 없고, 유효성〮안전성을 입증하려면 무작위 대조 이중맹검 임상시험(RCT)을 시행해야 한다. 한방치료의 임신율(14.4%)이 너무 낮아 RCT를 해도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을 것 ② 1주기 동안의 임신율인 인공수정 임신율과 7주기 동안의 한방난임치료 임신율과 비교하는 것은 난센스 ③ 14.4%의 임신율이 한방치료 효과인지, 난임여성의 자연임신 때문인지도 밝혀내지 못함 등의 이유로 이 임상연구는 현대과학과 근거중심의학 기준에서 유효성과 안전성 입증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복지부와 한의계는 2017년에 이미 같은 저널인 메디슨(Medicine)지에 한방난임 임상연구 계획서 논문이 게재됐으며 대조군 연구가 아닌 관찰연구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2017년 저널 게재, 수수료만 내면 동료심사 없이 출판된 논문
바른의료연구소는 이번에 한방난임 임상연구 논문을 게재하려던 저널과 같은 ‘메디슨’이라는 저널에 2017년 논문을 게재한 것은 동료심사를 거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메디슨지는 논문심사를 통해 한방난임치료의 연구방법을 인정해 이 임상시험 연구계획안(Clinical Trial Study Protocol) 논문을 2017년 12월에 게재했다(The effectiveness, safety, and economic evaluation of Korean medicine for unexplained infertile women. A multi-center, prospective, observational study protocol),
연구소는 “2017년 논문이 동료심사 없이 게재됐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메디슨(Medicine)지는 임상시험 연구계획안 논문은 연구가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및 윤리위원회 승인을 받고 주요 교외 연구비 지원기관으로부터 동료심사 및 연구비를 받은 경우 추가 동료심사 없이 출판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메디슨지는 1950달러의 논문게재 수수료를 청구한다고 한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2017년 논문을 보면, 메디슨지가 동료심사 없이 출판할 때의 조건들을 아주 충실하게 따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논문 본문에 이 연구계획안은 보건산업진흥원이 외부에서 동료심사를 했고, 동국대 일산한방병원의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에 의해 임상시험이 승인됐고, 보건복지부와 보건산업진흥원이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시하고 있다”고 했다.
연구소는 “이런 정황을 보면 2017년 논문은 동료심사 없이 바로 게재됐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 의혹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연구책임자는 명백히 해명해야 한다”라며 “만약 2017년 논문이 아무런 동료심사 없이 수수료를 주고 게재된 것이라면, 메디슨지가 2017년 논문의 연구방법을 인정해 게재한 것처럼 주장하는 복지부와 연구책임자, 서울시한의사회 등은 사실 왜곡에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결론적으로 연구소와 윌킨슨 박사가 밝힌 것처럼 이번 연구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RCT)을 진행하지 않은 것이다.
연구소는 “윌킨슨 박사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만약 이 논문이 게재됐다면, 메디슨지가 한방난임치료의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됐다는 논문의 주장을 인정한 것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한방난임치료의 건강보험 적용을 적극적으로 주장했을 것이다. 연구책임자는 다른 학술지에 또 다시 투고한다고 한다. 하지만 설령 실어주는 학술지가 있다 해도 이미 이 임상연구는 한방난임치료의 유효성과 안전성 입증에 실패했다”고 강조했다.
제대로 된 관찰연구 아니고 임상시험 통보서에도 임상시험으로 게재
연구소는 이번 한방난임 사업이 중재를 가한 것이므로 엄밀히 관찰연구라고도 볼수 없으며, 임상시험 시험결과 통보서에도 관찰시험이 아닌 임상시험으로 게재했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연구소는 “임상연구는 크게 관찰연구와 임상시험으로 나눈다. 관찰연구는 특정 치료를 시행하는 중재(intervention) 없이 대상자의 위험요인에 따른 질병발생 유무를 관찰하는 연구다. 이에 반해 임상시험은 환자를 대상으로 의약품 또는 특정 치료방법의 효과를 판정하는 연구로서, 무작위 대조 이중맹검 임상시험이 가장 대표적”라고 했다.
연구소는 “이 연구는 난임여성에게 한방난임치료라는 중재를 가한 것이므로 관찰연구가 아니라 임상시험이 맞다. 이는 최종보고서에 수록된 보건산업진흥원의 임상시험 시험결과 통보서에 연구의 종류를 ‘임상시험’으로 표시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임상시험이긴 하지만, 대조군이 없는 비무작위배정, 비맹검 임상시험이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복지부가 관찰연구로 폄하한 것은 6억2000만원이라는 막대한 세금이 투입된 연구임에도 외국 학술지 심사자로부터 비과학적이라는 비판을 받자, 이를 모면하기 위한 꼼수를 낸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연구소는 “결국 복지부 공무원조차 가장 낮은 단계의 관찰연구로 치부한 것은 이 임상연구로 한방난임치료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할 수 없음을 시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연구소는 해당 심사자와 의료계의 결탁 의혹을 비판하며 “얼마나 궁지에 몰렸으면 이처럼 의료계 단체의 명예를 훼손하는 마타도어식 음모론을 제기한 것일까. 이에 이 음모론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의료전문지 기자에게 윌킨슨 박사와의 메일 인터뷰 내용을 받아보았다. 기자가 윌킨슨에게 보낸 질의문에 11월 14일 연구책임자의 보도자료 배포 후 일부 의료계 단체들이 표명한 의견을 소개했는데, 윌킨슨이 그 의견과 유사하다고 한 것이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연구소 등 의료계 단체가 윌킨슨 박사와 사전에 모의한 것이 전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부 한의약산업과 공무원과 김동일 연구책임자, 서울시한의사회 등은 모두 서로 입을 맞춘 듯 의료계 단체가 사전에 윌킨슨 박사와 배후에서 모의해 음모를 꾸민 것처럼 주장했다. 이는 명예를 심각히 훼손한 것이므로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