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신약 후보물질을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하더라도 개발이 끝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임상시험 실패뿐 아니라 제약사의 사업 전략 변경으로 개발이 중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기존 기술이전의 한계를 보완하고 후보물질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대안으로 'NewCo(신설법인)' 전략이 떠오르고 있다.
2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6(BIX 2026)'에서는 'NewCo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바이오 NewCo 실전 전략'을 주제로 국내 바이오기업의 글로벌 사업화 전략을 논의하는 토론이 진행됐다.
이날 토론 좌장은 일동제약 이재준 대표이사가 맡았으며, 디앤디파마텍 이슬기 대표, 덴톤스 리 법률사무소 함병균 외국변호사, RA캐피털(RA Capital) 조슈아 레스닉(Joshua Resnick) 파트너가 패널로 참여했다.
신약 후보물질을 대형 제약사에 기술이전하더라도 임상시험 실패나 제약사의 개발 우선순위 변경으로 후속 개발이 중단되면 계약 당시 약속한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모두 확보하기 어렵다.
레스닉 파트너는 "임상시험 실패로 마일스톤을 받지 못하는 것은 개발 과정에서 감수해야 할 위험이지만, 실제로는 대형 제약사 내부의 경쟁 프로그램이나 최고경영자 교체, 사업 전략 변경 등 다양한 이유로 개발이 중단된다"며 "기술을 이전한 기업은 이러한 결정에 관여하거나 통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NewCo(이하 뉴코)는 특정 후보물질을 개발하기 위해 설립되는 만큼 투자자와 경영진이 해당 자산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장점이 있다.
구체적으로 뉴코는 신약 후보물질이나 플랫폼 기술을 중심으로 별도의 법인을 설립하고, 외부 투자자의 자본과 전문 경영진의 개발 역량을 활용해 사업화를 추진하는 모델이다. 원개발사는 계약 구조에 따라 신설법인의 지분을 확보하고, 향후 기업가치 상승에 따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함병균 변호사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약 9300만 달러를 조달해 이중항체 후보물질 개발을 지원한 국내 바이오기업의 뉴코 사례를 언급하며 "대형 제약사에 기술이전하면 동일한 적응증이나 치료 분야의 다른 후보물질과 개발 우선순위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 하지만 뉴코는 해당 후보물질을 개발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이기 때문에 투자자와 경영진이 자산의 성공에 집중한다는 점이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디앤디파마텍 이슬기 대표는 미국 합작법인과 뉴코를 활용한 경험을 소개했다. 앞서 디앤디파마텍은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면서 글로벌 임상시험을 진행하던 핵심 펩타이드 의약품 개발에 자원을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방사성의약품 후보물질은 미국 합작법인으로 분리해 외부 투자자로부터 개발 자금과 전문 경영진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유망한 후보물질이 있었지만 제한된 자원으로 개발을 진전시키기 어려웠다"며 "합작법인을 통해 개발을 이어가면서 회사 내부에서 진행했을 때보다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구용 펩타이드 개발에서는 디앤디파마텍이 임상시험계획(IND) 신청 전 단계까지 전임상 개발을 담당하고, 미국 뉴코가 이후 임상개발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이 대표는 "뉴코와의 협력을 통해 대동물시험을 확대하고 경구용 펩타이드의 생산 규모를 늘리는 경험을 확보했다"며 "후보물질 개발뿐 아니라 회사 내부에 기술적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할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다만 투자자가 관심을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설립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초기 연구 단계의 후보물질이나 플랫폼 기술을 이전하면 뉴코가 개발 방향이나 적응증을 변경할 수 있고, 지식재산권 계약에 따라 원개발사의 후속 연구개발이 제한될 위험도 있다"며 "새로운 파트너와의 협력이 자체 개발보다 후보물질의 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다고 판단될 때 뉴코를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함 변호사 역시 투자자의 개발 역량과 자금조달 능력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후보물질을 넘겨받으려는 투자자가 실제로 개발할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라며 "개발을 완료하거나 대형 제약사에 매각한 경험, 미국 시장에서 상업화를 추진한 실적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레스닉 파트너는 뉴코 설립 이후의 개발 실행력과 장기적인 사업화 역량을 강조했다.
그는 "회사를 특정 단계까지 개발한 뒤 매각하는 것만을 목표로 삼으면 다른 선택지가 없어 협상력이 약해질 수 있다"며 "필요하다면 직접 상업화까지 추진할 수 있는 비전과 역량을 갖춘 투자자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뉴코 설립 과정에서 협상과 계약 체결이 어려울 수 있지만, 실제 병목은 계약 이후에 발생한다"며 "투자자가 개발팀과 임상시험 운영체계를 갖추고 있는지, 계약 이후 얼마나 신속하게 개발을 진행할 수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