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으로 오는 6월 3일 조기 대선이 결정된 가운데 전라남도가 대선 공약으로 제안할 1번 과제로 전남 국립의대 신설을 선정했다.
아직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대 신설 이슈가 떠오르면서 의료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일 전라남도는 제21대 대선을 겨냥해 각 정당과 후보자에 건의할 지역 발전 공약 과제 75건을 발굴했다고 밝혔다.
그중 전라남도가 정한 첫 번째 공약은 전남의 숙원사업인 전남권 국립의대 신설이다.
전라남도는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 유일하게 의대가 없는 곳은 전남뿐"이라며 "의대 정원 논의와 무관하게 정원 배정과 국립의대와 부속 병원 설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전라남도는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전남권 국립의대 신설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이후 한덕수 국무총리도 나서서 전남도 의대 추진을 약속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도 올 초까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목포의대와 순천의대를 통합해 전라남도 권역에 200명 이상 규모 국립의대를 신설하겠다는 방침을 확인하는 등 의대 신설 의지를 공고히 했다.
하지만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당하면서 사실상 현 정권의 정책 추진의 동력이 사라졌고, 의료계 역시 의대 정원을 증원 이전인 3058명으로 동결할 것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어 사실상 전남권 의대 신설은 길을 잃은 상황이다.
이에 전라남도는 차기 대통령 후보자들에게 국립의대 신설의 염원을 재차 강조하며 이를 추진할 계획으로 나타났다.
한편, 의료계는 일찍부터 의대 증원 못지않게 의대 신설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전라남도의사회와 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무리하게 추진한 무안공항 설립이 결국 꽃다운 생명을 앗아가는 참극을 빚었듯 무리하게 추진하는 의과대학 설립은 또 다른 피해를 가져올 것"이라며 "현실을 무시한 채 200명이 넘는 신규 의과대학을 설립하겠다는 발상은 정치적인 목적 외에 어떤 의도도 없다"고 비판했다.
협의회는 "낙후된 지역의료의 인프라와 시스템을 개선하려는 노력과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는 정치권의 의대 놀음"이라며 "의과대학, 의학교육, 상급종합병원이란 말들이 단순히 정치인들이 표를 얻고 공무원들이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는 수단들로 쓰인다는 것이 절망스럽다"고 한탄한 바 있다.
최운창 전라남도의사회 회장 역시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포럼을 통해 “소위 취약지 의료 사각지대라 불리는 전라남도에 필요한 것이 의과대학인지 아니면 중증질환을 잘 치료할 수 있는 대학 병원급의 인프라를 갖춘 병원인지 질문하고 싶다”고 반문했다.
무엇보다 최 회장은 전라남도에 의대를 세우면 지역의 의사 부족 문제가 해결되는지에 대해 그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최 회장은 "지역 간 의료 격차 및 소위 의료취약지 등의 인력 부족 문제는 의사 수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의사 인력 수급 정책과 지역 및 의료취약지의 열악한 진료 환경 등으로 인한 구조적 문제에 기인하는 것으로 이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없이 지역 의사인력 증원은 불가능 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사 인력증원을 통한 지역의사 양성은 우리나라 전체 의료체계 및 의료 인력수급의 적정성을 간과한 근시안적 대안에 불과하다"며 "특히 의학교육에 관해서는 이미 부실의대 퇴출과 의학 전문 대학원 설립이라는 뼈아픈 실패의 기억이 있으므로 전문가 단체와 관련 직역과의 충분한 사전논의와 협의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