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과에 대한 전공의의 기피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대한전공의협의회가 핵의학과·병리과·방사선종양학과 전공의 회원을 대상으로 의견수렴을 위해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핵의학과·병리과·방사선종양학과 전공의 10명 중 7명은 후배나 동생에게 해당과 지원을 추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14일 핵의학과·병리과·방사선종양학과 전공의들은 '후배나 동생이 지원한다고 하면 추천하겠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10명 중 7명(응답자는 해당과 전체 전공의의 30~40%)이 부정적인 답변을 했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는 ▲개원하기 힘든 과 ▲병원마다 천차만별의 수련환경 ▲일자리 부족 등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이 주로 꼽혔다.
특히 '전문의로서 필요한 역량이 100%일 때 현 수련환경에서 어느 정도 배울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전공의 응답자 29%는 현재 수련환경에서 '1% 이하' 밖에 배울 수 없다고 답했다. 아울러 응답자의 68%는 "연차별 수련 교과과정의 개선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는 체계적이지 못한 연차별 수련환경에 대한 불만이 드러난 결과다.
전공의 A씨는 "학문에 대한 흥미와 함께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규칙적인 수련 시간이 보장될 것으로 생각해 해당과에 지원했다. 하지만 수련보다 일에 치중함으로써 수련에 대한 커리큘럼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업무가 많아 교육과 연구에 할애하는 시간이 부족해 아쉬움이 많다
고 말했다.
그는 "1년차부터 4년차까지 수련내용이 모두 동일하다. 수련을 마친 뒤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수련환경 개선 필요성에 대해 토로했다.
전공의 B씨는 "전공의의 수는 자꾸 줄어가는데 일이 너무 많다"면서 "교수의 일을 대신 봐줘야 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전문의 혹은 일반의의 고용이 어려워 인력보충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부족한 인력에 대한 고충을 밝혔다.
전공의 C씨는 "판독준비를 위해 밤늦게까지 야근하거나 주말에 나와 일을 하더라도 당직이나 수련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다른 과 전공의는 주 80시간 근무시간 제한으로 점점 일이 줄어드는 데 비해 우리 과는 그렇지 않다"며 수련병원 내의 전공의법이 준수되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이승우 회장은 "수련환경 개선에 대한 필요성이 가장 많이 제기 됐고 그중 수련 기간 단축과 통합수련 등 다양한 의견도 있었다"며 "전공의들은 배움에 목말라 있는데 현장에서는 논문, 잡일 등 인력으로써 부려먹기 급급하다. 이러한 사실이 안타깝다. 전문의 취득 이후에 취업 등 문제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역량 중심의 수련 프로그램 개발 등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