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에 입원중인 파킨슨병 환자가 같은 병실의 환자가 준 피자를 먹다가 질식사했다면 의료기관에 과실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의사들은 "이것도 판결이라고 하느냐"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2013년 파킨슨병으로 A요양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던 H씨(당시 75세).
H씨는 6인실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오전 11시 30분경 같은 병실에서 생활하는 다른 환자가 준 피자를 한 조각 먹었다.
H씨는 간병인이 준 물을 마셨지만 기도폐색으로 사망했다.
그러자 H씨 유족은 "A요양병원은 환자가 외부 음식을 섭취하지 못하게 할 주의의무가 있고, 간병인에게 주의사항을 제대로 교육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수원지방법원은 최근 A요양병원의 과실을 일부 인정, 1천여만의 위자료를 유족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파킨슨 환자들은 삼킴장애가 흔히 발생할 수 있어 병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간병인에게 이런 사실을 제대로 교육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법원은 "병원은 간병인 한명이 6명을 간병하는 6인실에 H씨를 입원하도록 해 간병인이 다른 환자들을 돌보는 사이 H씨가 음식을 받아먹도록 방치하는 등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사실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수원지법은 H씨가 인지능력이 있었고, 식사 시간이 아닌 때에 이런 사고가 발생한 점 등을 감안해 A요양병원의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법원은 간병인을 파견한 간병인협회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았다.
재판부는 "해당 간병인은 A요양병원으로부터 H씨를 간병할 때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시 받지 못해 H씨가 피자를 먹고 기도가 막힐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하지 못해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네티즌들은 이번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네티즌 S씨는 "법원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사망하면 판사가 책임 지느냐"면서 "판사는 병원의 권리와 책임을 전지전능으로 보고 있다. 이런 식이면 누가 병원을 운영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의사인 K씨는 "간호사는 진료에 부수적으로 수반하는 간호 내지 환자 관찰 의무를 넘어서 계속적인 관찰 의무까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간호사가 간병까지 하도록 수가를 보장하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병원이 환자들이 몰래 간식 먹는 것까지 책임을 져야 하느냐"면서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