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서울대병원 전공의들이 필수교과 미이수 문제로 추가수련이 불가피해지면서 논란이 법정공방으로 옮겨갈 기미를 보이고 있다. (관련기사=서울대 필수교과 미이수 전공의 113명, 결국 수련 가닥…“전공의 피해 없어야” 한목소리)
2일 서울대병원전공의협의회(서전협)에 따르면 이번 전공의 추가수련 자체는 위법적인 요소가 다분하다. 이 때문에 향후 추가수련의 방법론이 결정된다고 해도 절대 수련이 불가하다는 게 서울대 전공의들의 입장이다.
현재 서전협은 법무법인을 통해 법적 조치도 준비 중에 있다. 이들이 밝힌 추가수련의 위법 이유는 ‘신뢰보호의 원칙’ 위배다. 신뢰보호의 원칙은 행정청이나 국가기관이 관례적으로 지속해 오던 것에 대한 개인의 신뢰를 보호하는 원칙이다.
즉 전공의 수련제도가 지속적으로 유지돼 왔고 제도나 교육적인 면에서 2017년과 2018년 사이에 변한 것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2017년도 수료는 인정되고 2018년도 수료증을 반납하는 것이 헌법 가치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서전협 김중엽 대표는 메디게이트뉴스와의 통화에서 "전공의들은 관례적으로 이뤄져 왔던 공공 의료기관의 인턴제를 신뢰해 왔다"며 "2017년과 2018년 사이 교육 커리큘럼이 변하거나 전공의 제도가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2018년도 수료 전공의들만 수료가 취소되는 것은 엄연한 위법"이라고 말했다.
신뢰보호의 원칙은 △사정변경 △법률적합성 원칙과 충돌 △공익에 반하는 경우 총 3가지 상황에서 제한을 받게 되는데 추가수련 문제는 해당 한계 사정에도 부합되지 않는다.
김중엽 대표는 "애초에 추가수련을 정해 놓은 법적인 근거조차 없는 상황이고 중간에 제도나 교육과정이 변경되지 않았다”며 “당시 전공의들 일부가 해외나 타 병원에 근무하거나 아예 의사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추가수련을 하는 것이 오히려 공익에 반하는 경우"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대표는 "복지부는 지난 일을 다시 캐묻는 것 보다 앞으로 제도적 미비점을 개선할 수 있는 방향을 찾는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며 "서전협은 병원 측에 다시 한번 강력하게 수련 거부 의사를 전달하고 법적조치도 함께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만에 하나 어쩔 수 없이 추가수련을 받게 된다고 해도 오프라인 수련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해당 전공의들의 견해다.
코로나19로 의대 교육이나 학회도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판국에 오프라인 수련은 무리라는 것이다. 또한 전공의들은 해외 유학, 타 병원 근무,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다양한 인원들을 고려해 현실적으로 온라인 수련이 적합하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백번 양보하더라도 1시간이라도 오프라인 수련을 하겠다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않고 현 상황에서 부적절하다"며 "현재 당사자인 전공의들은 차라리 전공의 수료를 안하겠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무고한 전공의만 희생시키는 조치가 아닌 이번 일을 계기로 질적인 역량중심의 수련 커리큘럼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