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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립테크] 잠 못드는 노인들...노인 절반은 불면증, 고령일수록 수면장애 증가

    지역사회 노인 위한 단기 치료·정책적 지원 필요…우울증 없어도 우울감 높으면 삶의 질 떨어져

    기사입력시간 2020-07-05 09:54
    최종업데이트 2020-07-05 10:05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대한민국 꿀잠 프로젝트, 꿀잠 자야 건강하다 
    ① 수면시간 5시간 이하, 적정수면 대비 복부비만 1.96배·대사증후군 1.69배 
    ②잠못드는 노인들...노인 절반은 불면증, 고령일수록 수면장애 증가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노년기가 되면 생체리듬이 변하는데, 특히 수면과 각성의 리듬이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잠드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수면 효율이 줄면서 중도에 깨거나 일찍 깨는 경우가 많아진다.

    대한노인정신의학회 자료에 따르면 노인에서 수면 문제는 흔히 발생한다. 이전 연구들에서 약 40%가 어떤 형태로든 수면에 대한 불편을 호소하고 있고, 한국 노인인구에서 불면을 호소하는 유병률이 50% 이상이라는 보고도 있다.

    국민건강보험일산병원 연구팀이 2015년 발표한 건보 자료를 이용한 수면장애와 공존질환의 현황 및 특성 연구 결과에서 수면장애 발생 비율은 2004년에서 2009년까지 매해 고령일수록 증가했다. 또한 고령일수록 연속방문 비율이 높아 수면장애의 중증도가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노인의 약 50%에서 불면증이 있고, 그 중에서 '잠들기 어렵다'가 37%, '수면 중에 깬다'가 29%, '아침에 일찍 깬다'가 19% 정도이며 약 20% 정도는 낮에도 졸림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에도 수면 무호흡증, 하지불안증후군, 렘수면 행동장애, 주기적 사지운동증과 같은 수면장애도 노인에서 흔하다. 노인 불면증은 만성적인 문제로 이어져 수면제를 장기 복용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하고 이로 인해 낙상, 낮 동안의 졸리움, 인지 장애, 섬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노인정신의학회는 "노인이 되면 수면시간 감소와 함께 미세각성과 수면 단계의 변화가 더 많아지며 수면의 효율이 감소한다"면서 "이렇게 달라진 수면-각성 양상은 결국 낮잠이 증가되는 결과로 나타나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수면위상의 변화를 보인다. 또 노인들은 다양한 질환들과 이에 따른 많은 약물치료를 받고 잇는데 이런 요인들도 수면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강원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정희 교수팀이 2016년 대한신경정신의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불면증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주관적 수면의 질이 낮았고, 주간 졸림의 정도에 차이는 없었으나 과다각성의 정도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에 대한 불면의 취약성, 불안에 대한 민감도 및 우울감도 컸다.

    이 연구는 농촌 지역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불면증군의 평균 연령은 63.45세로 정상대조군의 54.50세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불면증군에서는 교육기간이 유의하게 낮았고, 직업을 가진 비율 또한 유의하게 낮았다. 두 그룹 간 취침시각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나, 불면증군의 기상시각이 유의하게 빨랐다.

    불면증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모두 주관적 수면의 질이 떨어질수록, 저녁형 성향이 클수록 정신적 삶의 질이 낮았는데, 불면증이 있는 사람에서는 추가적으로 임상적 우울증을 겪지 않더라도 우울감의 정도가 높으면 정신적 삶의 질 저하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진표 교수팀이 발표한 '도시 거주 노인 수면 습관 및 불면증상의 요인' 논문에서 노인의 11.7%가 거의 매일 밤 불면증을, 14.8%가 간헐적 불면증을 호소했다. 연구팀은 지역 거주 노인에서 불면 증상은 매우 흔한 증상이며, 우울증상과 명확한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었다고 했다.

    노인간호학회지에 게재된 '일 지역사회 거주노인의 수면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논문에서는 주관적인 건강상태, 수면위생, 학력이 대상자의 수면의 질을 설명하는데 통계적으로 유의한 변수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지역사회 거주노인의 수면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그들의 주관적 건강상태와 수면위생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특히 학력이 낮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수면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고 결론내렸다.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은 교수팀은 2018년 수면·정신생리(Sleep medicine and psychophysiology)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지역 사회 노인을 대상으로 한 불면증 단기 치료 프로그램이 긍정적인 치료 효과를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이 교수팀은 "한국 사회의 고령화와 동반돼 노인 인구의 불면증은 중가되는 추세나 이로 인해 초래되는 개인 및 사회경제적 손실에 비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환자의 수는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팀은 "기존의 불면증 인지행동치료에 비해 시간적, 인지적 자원 부담이 적음을 고려했을 때 불면증 단기 치료 프로그램은 지역 사회 내에서 노인 불면증 치료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하는데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노인 수면 건강을 위한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건강보험일산병원 연구팀은 연구보고서에서 "외국의 선행 연구 및 이번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보면, 노인에서의 수면장애 중증도가 높을수록 정신질환 또는 내·외과질환의 발생 위험이 높았고, 이로 인한 삶의 질은 저하되고, 치료비용 역시 증가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어 "따라서 노인을 대상으로 한 보건정책 또는 정신건강증진정책 수립 시 수면장애의 선별 및 관리를 한 축으로 삼는 것은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면서 "특히 노인을 대상으로 보건소에서 진행되는 만성질환 관리사업이나 정신건강증진센터 또는 치매지원센터 등에서 진행되는 인지장애 선별 검사 시 수면장애 문제를 함께 선별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