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외과를 해야한다고 말하기에는 후학들에게 민망한 정도가 됐다”
대한외과학회 이문수 회장이 3일 스위스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2022 대한외과학회 국제학술대회(ACKSS 2022)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날 외과학회 임원진은 최근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으로 필수의료가 대두됐지만, 필수의료를 수행하는 의사를 배출하는 외과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부족한 현실을 꼬집으며 외과계 후학 양성을 위한 국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우용 이사장은 “복지부가 사건이 터진 뒤 필수의료 간담회를 실시할 때 외과를 부르지 않았다. 설마 끝까지 연락이 안 오겠나 싶었는데 정말 연락이 안 왔다. 정부가 필수의료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결국 마지막이 돼서야 연락이 와서 학회 차원에서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이우용 이사장은 본인이 외과 전공의 시절 전체 의사의 약 2000명 중 200명이 외과를 선택했던 당시 이야기를 전하며 외과 전공의 지원율이 해마다 감소하는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이제는 한 해에 배출되는 의사 3500명 중 외과 의사의 숫자가 130명 밖에 되지 않는다. 의사를 늘린다고 해서 필수의료를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이 반증된 것이다. 저는 6년 뒤 정년이고, 5년 후배들은 11년 뒤에 정년이다. 내년부터 향후 11년 후까지 외과의가 약 1000명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고 우려했다.
이 이사장은 “이번 서울아산병원 사건은 필수의료가 붕괴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첫 징조다. 이것을 안일하게 생각해 미봉책으로 끝낸다면 대한민국 필수의료는 살릴 수 없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정승용 학술이사는 “예전에는 외과가 경쟁이 심했다. 수술을 하지 않는 과를 선택하는 것을 편한 길을 택한다고 생각하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모든 사람들이 외과를 선택한 것을 모자란 짓이라고 치부한다”며 외과를 바라보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이우용 이사장은 외과 살리기의 대책으로 원가의 80%에도 못 미치는 수술 원가의 정상화, 워라밸의 문제, 의료사고 시 형사처벌의 문제 그리고 외과의로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환경 등을 촉구했다.
특히 이 이사장은 “외과의도 삶이 있고 가정이 있다. 외과의가 인간답게, 사람답게, 의사답게 사는 것이 목표다. 더 이상 2030세대에게 열정페이를 주면서 힘든 일을 참고 견디라고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정승용 학술이사는 “지금도 소신을 갖고 외과를 선택하는 사람이 없지는 않지만 소신만 갖고 외과를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외과를 선택하게 할 유인책이 없다. 수가를 조금 올린다고 해서 외과를 선택하긴 쉽지 않다. 앞으로 10년 후면 수술할 외과 의사가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획기적인 안이 없으면 재앙이 다가올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문수 회장도 “선배 의사로서 후학들에게 외과를 끝까지 해야 한다고 말하기 민망한 상황이 됐다”며 “선배 의사로서 이런 표현을 할 만큼 상황이 절박한 만큼 정부가 외과의 양성에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신응진 차기 이사장도 외과의의 심각한 워라밸의 불균형을 지적하며 “모든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야간 근무, 특히 휴일 야간 근무도 별도의 가산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야간 근무를 하는 의사들이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하려면 기본적인 페이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우용 이사장은 필수의료 논의가 ‘과’ 중심이 아닌 ‘질환’ 중심으로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과 중에도 응급성과 위험도가 떨어지는 질환이 있다. 신경외과의사의 90%가 척추를 한다. 뇌수술을 하는 의사는 10%뿐이다. 다만 필수의료 인력을 공급하는 것이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인만큼 전공의 교육 및 수련 비용 문제는 이 필수과 위주로 풀어야 한다”며 “정부는 필수 교육의 기반이 되는 정책에 대해서는 3~4년 정도의 장기 플랜을 갖고 계획을 마련해 주시길 바란다”고 요청했다.